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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별 Dec 15. 2023

30대는 막막하기만 한 시기인가

사실 난,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야

 체리필터 노랫말처럼 스스로가 스무 살쯤에 요절할 천재인 줄 안 적은 없지만 이렇게 30대를 어렵게 보내는 사람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악뮤의 '후라이의 꿈' 가사가 내 마음을 후벼 팔 정도로 공감이 된다. 사실 나 꿈 없는데, 누구보다도 꿈이 많아야 할 것 같은 직업과 연령대를 가지고 있다. 청년이라는 이름은 늘 무겁고 부담스럽다. 직업도 인플루언서라서 나를 알리는 일을 하니까. 나는 항상 자신감이 넘치고 꿈을 향해서 푸른 하늘을 향해 달려가는 소녀 같은 사람이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건 내가 아닌데, 사실 작금의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냥 흘러가든가 굴러가든가 세상 흘러가는 대로 살고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살아있다. 실은 대단하게 뭔가를 해서 유명해진 게 아니라 아주 작은 일들을 매일 꾸준히 했더니 어느 날 그냥 그렇게 되어 있었고 나보다 대단한 사람도 너무 많아서 나는 이 분야에서는 이도 저도 아닌 특이한 포지션이다. 


 물론 그 점이 장점으로 작용으로 할 때도 많다. 아무도 모르는 사람으로 익명의 지나가는 사람 역할로 살아갈 수 있거든. 나를 소개하지 않으면 굳이 사람들은 내가 있는 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가고 끝나간다.


 그렇다고 내가 무책임하거나 일을 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그 반대다. 주어진 일은 열심히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나 때문에 누가 피해보거나 손해 보진 않았으면 하거든. 사실 나는 모든 일에서 상대방도 최선을 다한다는 전제를 갖고 시작한다. 상대방은 대충 하는데 내가 열심히 하는 관계는... 바람직하지 않으니까. 그럴 땐 상대방을 재미있는 나의 영역으로 이끌려고 하는 듯하다. "기왕 하는 거 함 재미있게 해보지 않으실래요?"라고 물어본다. 


 그게 안 맞으면 (타이밍이든 어떤 역량이든 성격적인 부분이든) 어쩔 수 없이 그 사람과는 인연이 거기까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늘 속상하고 아쉬운 일이 많은 거겠지? 싶다. 난 사람들과 함께 있는 걸 은근히 좋아하는데, 이 일은 철저히 고독하고 혼자서 일을 발굴해야 하거든.


 나는 이 일을 하기로 해놓고 가장 일을 하기 싫어하는 모순적인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말한다. 하지만 직장인들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누구보다 그 일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면서 일하기가 싫대 (웃음). 사실 고민이 많고 생각이 많다는 거 그 정도로 애정이 깊단 소리인데.


 내 인생에서 꿈을 쉽게 이제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지금 겪고 있는 심리적 어려움 때문일 수도 있고, 그저 단순히 날씨 탓일 수도 있다. 세상에 좋은 뉴스가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지금은 물가도 고공행진 중이고 별로 좋은 뉴스를 만나기가 쉬운 날들은 아니니까.


 상큼 발랄한 노래에 기대어 잠시 굴러가보자. 차라리 흐르고 굴러가는 게 지금 시기엔 좋을 수도 있다.


 아, 얼마 전에 다녀온 것 중에 좋았던 것 하나 있다. 덕수궁에 있는 돈덕전. 원래 이런 거 있으면 사람들에게 알려주곤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마음이 헛헛하다면 추천!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향을 찾아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끄적이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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