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청년농부사관학교 6개월 교육이 끝나간다
이제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아침과 저녁에는 보일러가 뜨끈하게 들어오는 숙소를 벗어나기 무서울 정도다.
하긴 벌써 다음 주가 교육원에서의 마지막 교육이다. 다다음 주부터는 외부 학원(농기계, 드론)에 위탁교육을 받으러 간다. 나는 드론 1종 자격증 교육을 받게되었다. 치열한 경쟁이 있었지만 쟁취해냈다. 자세한 썰은 다음 주에 풀어야겠다.
2주의 외부 교육을 받으면 드디어! 아니 벌써? 6개월의 교육을 졸업하게 된다. 기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한 느낌이다. 실내수영장에 있다가 갑자기 바다 한가운데에서 헤엄치라고 하는 느낌이랄까. 이래서 학창생활이 행복했다고 하는 건가 보다. 또르르
사실 끝날 때가 되어서 그런지 마음이 살짝 붕 뜨기는 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교육생들 대부분이 그런 편이긴 하다. 그래도 돌아보니 참 많은 일을 했다. 마지막까지 열심히 해야겠다.
작물이 얼마나 자랐는지 생육조사를 했는데 그 많은 딸기에 꽃이 하나 밖에 안 피었다ㅠㅜ
딸기… 못 먹고 졸업할 것 같다. 아쉬운 대로 모종이라도 파서 집에 가져가야 하나 싶다. (비료도 가져가야 하나... 아쉬워 아쉬워.)
제법 자라난 상추는 또 수확해 주고, 새싹도 다시 키웠다.
이번엔 보리싹 키우기도 해보기로 했다. 보리는 처음 싹을 틔워보는데 신기했다.
언제나 씨가 발아하는 모습은 참 귀엽다. 다음 주 어떻게 커 있을지 기대된다.
큐브에 심었던 파프리카 모종은 재배동 하우스에 정식해 주었다. 이제 양액(물 + 비료)을 먹고 쑥쑥 크는 일만 남았다. 실습 기간도 이제 다음 주면 마지막이라서 조금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끝날 거 같긴 한데 어쨌든 해볼 수 있는 건 해보고 있다.
이번 주는 패키지 디자인, 농업 세무, 스마트팜(이 아닌 작물 잘 키우는 방법), 사업계획서 작성에 대해 배웠다.
패키지 디자인은 농업과 관련된 사례가 별로 없어서 좀 아쉬웠는데 다른 강의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았다. 농업 세무의 경우는 농부로써, 사장님으로써 어떻게 했을 때 세금이 발생하는지 정말 눈높이에 맞는 그리고 필요한 교육이라 좋았다.
아는 사람은 아는 내용이지만 농업은 사업자등록이 필요 없으며 세금을 면제받는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판매와 가공, 유통 등 다양한 업의 범주로 뻗어나가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체로 세금이 붙는다. 그리고 돈을 너무 많이 벌면 또 세금을 내야 한다. 정말 참 많은, 방대한 내용이 있었다. 나중에 정말 사업을 벌이게 되면 하나하나 잘 따져보면서 일을 해야겠다.
그리고 특히 ICT와 스마트 팜을 주제로 강연해 주신 전 농수산대 교수님의 강의는 너무 좋았다. 제목과는 다르게 스마트 팜에 대해서는 비판을 가하시고 작물을 잘 키우는 법을 잘 알아야 한다는 내용만 알려주셨다ㅋㅋ
기초교육 때 배웠던 이론을 다시 배우는 느낌이었는데 어려웠던,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이해가 쉽게 콕콕 집어 알려주셨다. 농수산대 졸업한 친구의 얘기를 들어보니 교수님이 정말 잘 가르치시는 걸로 유명하셨다고 했다. 이론 교수님을 이 분이 맡아주셨으면 참 좋았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사진도 많이 보여주시고 정말 열정적으로 강의를 진행하셨다. 시간이 모자라서 정규 시간을 살짝 넘어서 강의가 끝났다. (농수산대에서도 늘 이렇게 늦게까지 강의가 진행되다 보니 식사시간을 놓친 학생들에게 늘 밥을 사주셨다고ㄷㄷ 식당에 이름 대고 먹으라고 하셨다고 한다)
요새는 유튜브 빛나리 팜 tv를 운영하고 계셨는데 구독 좋아요 댓글 알림 설정까지 해달라고 엄청 홍보하시는 모습이 귀여우셨다. 조원 중에 하나가 영상을 하나 봐보더니 정말 좋은 내용이 많고 이해가 잘 되게 알려주신다고 했다. 구독 눌러놨는데 나중에 하나하나 챙겨 봐야겠다. 정말 놀라운 열정이다.
사업계획서 수업은 벌써 3회차가 진행되었다. 이번에는 각자 사업 계획을 써보고 3-4명의 소수 인원들끼리 서로의 계획을 나누고 피드백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재배가 쉽고 바로 수익화가 가능한 무화과를 작물로 골라서 사업 계획을 작성했다. 더 알아볼 것도 많고 수정할 것도 많다. 하지만 시작이 반인만큼 한 발 한 발 앞으로 향하려 한다.
안성 교육원 바로 앞에는 농협이 만든 테마파크인 팜랜드가 위치하고 있다. 6월부터 교육받으면서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운 좋게 놀러 가게 되었다. 실습 교수님이 급하게 일정이 생기셔서 시간이 난 것도 있는데 농협에서 그 시간에 팜랜드 나들이를 기획해 주셨다.
팜랜드는 걸어 다니기 좋은 공원이었다. 드넓게 조성된 꽃밭과 초원에 여러 동물들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 방문객이 참 많았다. 동물들이 많아서 똥 냄새가 좀 나긴 했다ㅋㅋ 밤마다 똥 냄새가 교육장으로 올라오곤 했었는데 그 냄새가 다 여기서 나는 거였나 보다;;
그래도 나름 카트장도 있었다. 덕분에 카트도 즐겁게 타고 사진도 찍고 정말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핑크 뮬리 밭도 꽤 예뻤는데 이제 이 외래종은 함부로 심으면 안 된다고 한다.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그렇다고…
다음 주가 안성 교육원의 마지막 교육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아쉽기도 하고 드론을 배울 생각에 기대도 된다. 동기들과도 함께할 시간이 이제 많이 남지 않았다. 다음 주는 좀 더 길게, 좋은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