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 공판장을 다녀와서
8월 22-23일에 서울 가락시장 공판장 견학을 다녀왔어요.
올해 내내 들어오던 영암농업대학 무화과 교육과정 중에 들어있던 현장 견학이었죠.
목포의 청과물 도매시장, 서울 가락 시장의 공판장 경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제에 위치한 경농이라는 영농회사의 노지 스마트팜 시설을 견학하고 왔어요.
짧은 일정이었고 또 워낙 이동거리가 멀다보니 많은 곳을 보지는 못했지만
농산물의 유통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유통과 판로를 잡아야할지 정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소감을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1. 농산물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생각보다 경매는 복불복 느낌
2. 꾸준한 브랜딩은 결국 가치를 인정받는다
3. 직거래를 하자
농산물 경매가 이뤄지는 현장에 직접 다녀와보니 농산물의 푸드 마일리지에 대해 더 생각해보게 된 것 같아요. 소비자로서도 판매자로서도 중간 유통 과정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을 고민해봐야겠어요.
더욱 건강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방법
그리고 농가와 소비자 모두 윈-윈/상생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여러분은 농산물을 어디에서 구매하고 계시나요? 품질이나 맛은 만족하시나요?
혹시 직거래로 구매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댓글로 농산물 구매에 대한 여러분의 팁이나 경험을 알려주세요 :D
그러면 이제부터 어떤 곳들을 다녀왔는지 자세히 이야기해볼게요.
먼저 목포농산물도매시장에 갔답니다. 오전 8시반쯤 경매가 진행되고 있었어요.
경매 방식은 수동이었는데 사람의 눈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어요.
여기는 청무화과도 거래가 되고 있었어요. 신품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죠.
전날 비가 와서 그런지 경락가가 좀 낮았다고는 했지만 1kg에 보통 만원 꼴로 팔리고 있었어요.
다음으로는 목포 원예 농협 공판장에 갔어요.
여기는 채소는 취급을 하지 않고 있었어요. 그리고 전자식 경매를 하고 있었어요. 도매인들은 손에 작은 단말기를 들고다니며 거래가를 입력하고 경매사는 모니터에 모인 정보를 토대로 경매를 낙찰하고 있었죠.
보통 2kg에 6-7천원 정도에 거래가 되고 있었는데 간혹 3천원에서 만원까지 가격이 천차만별이었어요.
경매사 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하더라구요. 비오고 다음날에는 가격이 좋지 않다고 해요. 그리고 목포에서 경매를 하는 것들은 목포 근교 지역에서 소비되는 것들이라 물건이 많으면 거래가가 떨어지고 적게 나오면 거래가가 올라가고 하는 경향성을 보인다고 해요.
가격을 잘 받기 위해서는 박스 안쪽과 바깥쪽 모두 고른 품질의 과일을 담아줘야 한다고 해요. 그리고 중량도 잘 지켜야 하는데 한번 잘못 이미지가 박혀버리면 그 이미지가 오래간다고 해요. 그리고 냉장고 보관을 했다가 경매에 나오게 되면 유통시 결로가 생겨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진다고 해요.
목포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도중에 공주에 있는 정안알밤 휴게소에 들렀는데요. 이 곳에서도 무화과를 팔고 있었어요. 얘기를 들어보니 영암의 어떤 조합이 이 곳에 판매점을 내고 팔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무화과 가격은 600g에 만원, 1kg에 2만원, 2kg에 3만원에 팔리고 있었어요.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4시반쯤 되었어요. 정말 먼 길이었는데 무지개가 떠서 피로를 좀 잊을 수 있었어요.
몇 년만에 본 무지개라 반갑고 또 신기하더라구요!
서울에서 쉬는 시간을 갖고 잠시 쪽잠을 잤다가
새벽 2시에 가락시장 청과물 경매시장으로 갔습니다.
정말 크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커다란 건물 안에 청과물을 주관/거래하는 시장만 3-4곳이 있었어요. 저흰 농협쪽의 경매를 봤는데 1.2kg 박스가 7-8천원 꼴로 낙찰되고 있었어요. 간혹 5천원도 나오고 14,000원도 나왔는데 단가가 비싼게 잡힌 건 백화점 납품 중매인들의 경쟁이 붙어서라고 해요. 백화점에서 특정 농가의 물건이 컨펌이 나면 그 농가의 물건이 계속 들어가는 편인데 일종의 브랜드화가 되었다고 보면 된대요. 경매사의 말로는 9천원대 낙찰 받은 물건들도 잘 나온 거라고 해요.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많고 짐을 계속 옮기는 지게차와 전기 운반차가 끊임없이 오가더라구요. 정말 혼돈 오브 카오스 였어요ㅠㅠ
경매시장의 중매인들은 각 시장에 가게를 사서 들어와야 중매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해요. 일종의 권리금처럼 되어버렸다고. 아 참 여기서 거래된 물건들은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기도 한다고 해요. 많은 물량을 한꺼번에 처리하기에는 어쩔수 없이 필요한 시스템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우리가 소매로 사는 먹거리들의 이동거리와 또 중간에 버려지는 것들, 중간에서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은게 아닐까.
피곤해진 몸과 정신을 이끌고 다시 숙소로 와서 잠을 청했습니다.
바로 다음날 김제로 내려갔어요. 중간중간 폭우가 와서 놀랬지만 무사히 김제에 도착했습니다.
김제에 있는 경농 미래농업센터에서는 스마트팜 설비, 노지에 적용한 기술들을 볼 수 있었어요.
날씨가 너무 더워서 빨리 견학을 마무리 했는데요. 앞으로의 기후위기가 더욱 걱정이 되는 순간이었어요.
에어 포그 시스템(버스정류장에서 더위를 식히기 위해 미세하게 물 뿌려주는 그 것)이 있는 곳은 조금 시원했지만 정말 조금이었어요. 식물이 만들어준 그늘과 포그 시스템이 있는 곳은 시원했지만 과연 지속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 들었어요. 자연 앞에 우리 인간은 한없이 작은 존재니까요.
김제를 마지막으로 다시 영암으로 돌아왔습니다.
짧은 일정에 먼 길을 갔다오다보니 졸음이 극한호우처럼 쏟아져서 혼났네요.
정리를 하고보니 더욱 더 나의 브랜드를 잘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브랜드를 잘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아직은 구체화된게 너무 부족하네요.
이건 다음번에 정리해 보며 생각해봐야겠네요ㅎㅎ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농산물 구매에 대한 팁이나 경험을 댓글로 알려주세요 :D
농산물을 어디에서 구매하고 계시는지 품질이나 맛은 만족하시는지
혹시 직거래로 구매해본 경험이 있으신지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