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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뱅 Aug 03. 2022

[하루 글짓기] 글짓는 일상

오늘부터 도전하는 하루 글짓기.

과연 며칠간 지속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회사에서 일하다 우연히 브런치에 들어오게 됐고, 글을 읽게 되었다.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였는데 나에게 일어난 일과 심경 등을 오밀조밀 써놓은 글을 읽다보니 나도 글을 쓰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었다. 이게 바로 글쓰기의 힘.

새로 만난 누군가가 직업, 하는 일을 물어보면 나는 '글을 써요'라고 대답하곤 한다.

'에디터'이기도, '기자' 혹은 '잡지기자'이기도 하지만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는 '글을 쓴다'는 동사로 표현하는 편이 내가 하는 일을 더 포괄적으로 지칭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사실 지금 하는 일에서 글을 쓰는 일은 전체 업무 중 2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기획 20% + 섭외와 취재(촬영) 60% + 글쓰기 20 %

생각보다 기획과 취재에 드는 에너지와 시간이 굉장히 커서 글쓰기는 늘 언제나 뒷전으로 밀려난다.

글을 쓰는 직업이라 설명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글을 쓰는 일은 맨 마지막, 시간에 쫓기듯 벌어진다.


한때는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로 내가 하는 일을 표현할 수 없을 때도 있었다. 글을 쓴다기 보다는 단순히 주어진 문장과 단어를 조합해 클라이언트를 위한 텍스트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공장을 돌리듯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읽을 수는 있지만 사적인 감정이 들어가지 않았고, 노력과 고민이 없으니 온전히 '글'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것들이었다.

이때는 거의 많은 시간을 시안을 찾고, 촬영을 준비하면서 소품을 사러 다니고, 촬영을 하는데에 온에너지를 쏟았다.

시안과 똑같은 빨대를 사오지 않았다고 선배에게 잔소리를 듣기도 했고, 시안에 있는 종이컵이 없다며 도대체 준비를 어떻게 한거냐고 잔소리를 들었다.

이때는 분명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건 글을 쓰는 일이었는데.


 


얼마나 지속될 지 모르지만 하루에 하나의 주제를 갖고 글을 써보자 다짐하고 보니 떠오르는 시절은 대학교 4학년 국어교육과 수업시간이다.

당시 국문과로 교원자격증 취득을 위해 사범대의 국어교육과 수업도 들었는데, 교육심리였는지 교육과정 수업이었는지 과목 명도 교수님 얼굴도, 함께 수업을 들었던 친구도 기억이 안나지만 수업 때 했던 활동만은 기억이 생생하다.

수업이 시작되면 준비한 자기 노트에 교수님이 주는 주제로 5분 동안 글쓰기를 했다.

주제를 주고, 시작 소리와 함께 고민도 하지 말고 멈추지 말고 5분 동안 글을 쓰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뭐라고 써야 하나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나중에는 손이 아프도록 쉬지도 않고 교수님의 '그만' 소리가 들릴 때까지 머릿 속에 멤도는 단어와 문장을 받아내기 벅찰 만큼 바삐 글을 지어냈다.

교수님은 이 연습을 통해 나중에 어떤 주제가 던져져도 글을 쓸 수 있을 거라며 자신하셨는데, 정말 한학기 수업이 끝나고 한권의 노트와 함께 글을 지어내는 스킬과 자신감이 향상된 걸 분명 체험할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참 재미있고 유익했던 수업.


루틴이 확실한 무라카미 하루키나 운동을 하며 글을 쓰는 여러 소설가들의 일상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이들의 습관 중 공통적인 것은 쓰여지지 않더라도 하루에 시간을 꼭 내어서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려는 노력을 하고, 한 문장이라도 써볼 용기를 내는 것.

나는 대단한 문장가가 되겠다는 포부는 없지만 어쩐지 하루에 한 문장을 나를 위해 써보려 한다.


일을 하며 누군가의 업장을, 누군가의 작품을 위해 숱하게 많은 글을 써오고 있다.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써내려가는 것이 업무이니까.

하지만 그중에 과연 나를 위한 문장이 있던가 돌이켜 본다.

나는 글이 좋아서 이 일을 선택했고, 이 일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에서 그치지 않길 바란다.

일이 싫어서 회사를 떠나더라도 나를 위해 글을 쓰려면 10여 년전 대학 수업에서 5분 동안 글을 쓰며 느꼈던 즐거움을 되살려내고, 글짓는 감각을 놓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오랜만에 지어본 글.

두서없이 주절 거렸더라도, 재밌다.




내일의 주제 _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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