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와 아들의 소개로 글을 시작해본다.
나는 83년생이며 내 아들은 2014년생이다.
둘의 시차는 31년.
앞으로 나는 나의 유년기와 아들의 유년기를 비교해 볼 것이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같지만 아들은 현재 모든 것이 구비된 도심의 아파트에 살고 있고,
나는 버스조차 들어오지 않는 깡촌에 살았으니 그 차이는 더욱 극명할 것으로 보인다.
혹여 이 글을 80년대 생이 읽는 다면, 놀라울 수도 있다.
나는 연탄불로 불을 때고 요강에다 볼 일을 보는 환경에서 13년의 유년기를 보냈으니,
아니 이 사람은 대체 어느 시대 사람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 글은 나와 내 아들의 유년기를 모두 기억하기 위해 기록되었다.
나의 유년기는 잦은 음주로 인한 뇌세포 파괴로 너무도 빨리 잊혀지고 있고,
내 아들의 유년기 또한 같은 이유로 오늘 내일이 가물해지고 있으니...(알코올 중독은 아니다.)
글로 남겨야 한다는 의지가 샘솟는 와중에 마침 컴퓨터 앞이었다.
곧 아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라떼는 국민학교였던, 생각만 해도 왁스칠 냄새와 분필가루가 훅 떠오르는 그 공간.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실제로 들어가 본 적도 없으니 나에게도 미지의 공간이다.
아들이 본격적으로 조금 더 큰 사회로 들어간다고 생각하자 나는 두려워졌다.
하필이면 12월 말에 태어나 체구도 작고 발달도 또래보다 느린 아들...
그런 나의 두려움을 조금은 상쇄시켜주는 중얼거림이 있다. 그건 바로,
"라떼는 말이야." 다.
라떼는 한글은 무슨, 숫자도 안 떼고 들어갔고,
라떼는 차로 20분 거리를 걸어 다녔으며,
라떼는 키즈카페도 없었는데~
-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83년생이다. 우리 부모님은 나를 방임하지 않으셨고 차도 다니지 않는 최대속도 12km 경운기만 다니는 깡촌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자랐을 뿐이다. 오해 없길 바란다. -
나의 유년기와 비교해 지금의 아이들과 엄마들이 더 좋은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제는 추억할 수밖에 없는 그때의 공기와 분위기, 또 언제든 잊혀질 수도 있는 지금 내 아들의 유년기를 함께 들여다보며 내 나름의 안식을 얻고 싶다. 또는 위로 같은 것들을 나누고 싶다.
내 기억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유년의 기록들은 아쉽게도 많지 않다.
사진도 얼마 없고 매일 쓰던 일기장도 오래전 이사와 함께 사라져 몇 권 밖에 남아 있지 않다.
오늘 나는 잠들기 전 그 사진들과 일기장을 들여다보려 한다.
너무 여리고 순진무구하며 눈물이 많았던 그 시간 속의 나와 오랜만에 대면해보려 한다.
앞으로의 글은 내 아들과 나의 삼십 년이라는 시간을 건너는 평행 일기 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