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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금특별한평범 Jun 05. 2023

스페인 초등학교와 LAB 참관 수업

2020. 7. 오랫동안 [작가의 서랍]에 묵혀둔 교육 이야기 1

스페인 학교는 크게  3가지 형태입니다.

1. 사립학교(국제학교, 종교계사립학교, 외국계사립학교, 대안학교 형태)

2. 반사립학교(종교계, 비종교계, 지역 지원 형태)

3. 공립학교입니다.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국가 제시형 교육과정이 강력하진 않아 보입니다. 각 학교별 교육과정이 꽤 다른 격차를 가지고 있고, 교재 선택도 자율적인 것 같습니다.

 그런 다양한 학교 중  천주교 계열의 오래된 반사립 학교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공립학교를 보내려고 했는데  여유 정원이 없는 이유로 배정된 학교였습니다.  낙후된 시설로 인해 거부감도 있었지만 학급당 인원도 많지 않고, 학년에 한 학급씩 있는 작은 규모라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지에 오래 거주한 지인의 의견을 바탕으로  최정 결정을 했답니다. " 사바델에 위치한 오래된 천주교 학교"들이 안정적이라는 조언이었습니다.  


 스페인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이주하는 가족 단위의 이주자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아이들 교육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이 공유되고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 사립학교나 국제학교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저희와는 다른 조건이었죠. 대부분은 카딸루냐어(스페인에는 지역어 4개가 있습니다. 바르셀루나 지역은 카탈루냐어를 배워요)를 배우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고, 영어 학습을 기초로 하고자 하는 까닭에 국제 학교로 보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 바르셀나 시내는 이민자들이 너무 많아 학습 분위기가 불안정하며 방치되기 십상이라는 문제점도 큰 이유랍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희는 바르셀나 외곽의 도시로 이민자가 다소 적은 지역이고, 영어를 배우지 않아도 된다고 여긴 까닭에 공립학교로 지원을 희망했던 것이죠. 하지만 공립학교에 갈 수 없게 되면서 고민이 커졌습니다. 그 와중에 듣게 된 장기체류한인의 조언은 단비와도 같았습니다. " 오래된 천주교계 사립학교도 꽤 괜찮아요"라는 한마디가 위로가 되더라고요.

한국어를 아는 EOS(중고등학생) 누나들과 함께



그래서 보내게 된 ESCOLÀPIES  SABADELL은  5세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있습니다. 대부분 반사립과 사립학교들은 유아부터 고등 교육 과정을 총괄하여 운영합니다. 한국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지요.

  어느 날은 야외로 소풍을 나갔는데 저희 아이들에게 EOS(중고등학생과정) 누나들이 찾아와 한국말로 인사하고 이야기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누나들이 현이 겸이가 한국 아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찾아온 거였어요. 너무 신기하고 고마워서 나중에 꼭 라면이라도 하나 챙겨주고 싶은 심정이었답니다. 낯선 공간과 사람들 속에서 자국어를, 그것도  현지인 통해 듣게 된다는 것은 엄청난 감동이죠.누나들 사이에  앉아 있는 사진을 보니 얼마나 고맙고 기뻤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어린아이들과 중고등학생들이 한 건물에서 같이 생활한다는 게 처음에는 걱정스럽기도 했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전반적으로 순하고, 유대감 있게 생활하는 것을 보고 안심이 되었습니다.  



미술활동 /현장체험 활동


교과는 총 11 교과로 한국과 유사합니다. 아직 저희 아이들은 1.2학년 이기 때문에 11 교과를 다 학습하지 않지만 상급학년으로 갈수록 교과는 늘어납니다. 영어, 수학, 과학실험, 체육, 미술, 음악, 언어 교과가 있고, 놀이와 체험 활동을 기반으로 다양하게 학습하고 있더군요. 교구 사용도 아날로그와 디지털 교재를 적절히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영어 교사는 시카고에서 온 미국인 젊은 여자 선생님이셨는데, 어릴 적 스페인에서 살았던 이유로 스페인어도 유창하게 하셨어요. 그 선생님을 둘째 아이가 참 좋아합니다. "나는 몬쎄도 좋고, 에밀리도 좋아" 몬쎄는 담임선생님이고, 에밀리는 영어 선생님이시죠. 선생님의 이름을 막 부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닌 지 1달 반 정도 되었을 때 참관수업을 가게 되었습니다. LABs 수업이었는데 처음에는 과학 실험 수업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가서 보니 언어 스테이션 수업이었어요. 1.2학년 통합으로 수업을 진행하였고, 수준별 학습 교구들을 제작하여 매주 화요일에 1시간씩 반복 수업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아이들은 알파벳도 잘 모르는 채 현지에 왔는데 나름 글자도 익혀가며 손도 번쩍번쩍 들고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니 참 대견하고 감사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작은 것 하나하나 신경 쓰며 예민해지기 일쑤였는데 여기서는 손만 들어도, 단어 하나만 맞춰도 고맙기 그지없더라고요. 결국 엄마의 욕심이 무서운 것이죠.  아이가 작은 배움 하나에 행복해하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인데 말입니다.

내 아이에 대한 사랑이 기대가 되고, 기대가 욕심이 되어서는,  별안간 그 욕심이  공포로 부풀어 있다는 걸 번뜩 깨달았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저는 그 굴레에 매여있지 않을 것이라 자신했었는데 어느 순간 붙잡혀 있더라고요. 한국 사회에서 아이 키우는 부모들은 이 공포의 위력에 자주 휘말리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전 세계에서 이슈를 끌고 있는 팩트풀니스 FACTFULNESS에서 설명하고 있는 공포, 다급함, 일반화의 본능들이 사실을 왜곡시킨다는 것에 우리네 교육 현실을 대입시켜 보면 정말 깊이 공감 되더라고요.  

이 책은 한국 사회의 공포와 불안, 현시대에 당면한 과제들을 어떻게 수용해야 할지를 새롭게 안내해 주는 면이 있습니다. 제게는 좋은 열쇠가 되어준 부분이 있어서 권해드리고 싶네요.


다시 참관 수업이야기로 돌아와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사립학교 교원으로 6년 공립학교 교원으로 6년을 지내온 초등교사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수업을 볼 때도 다양한 면모를 살피게 되더라고요. 아이들의 학습 흥미, 참여도, 교사들의 수업 안내,  교구의 제작 방법, 교구의 수준, 교구의 출처, 지원 교사의 인원과 역할 분담 등을 살펴보았습니다. 베테랑 교사들은 10분만 보면 분위기가 파악된다고 하는데 저는 그 견해에 일면 동의하고 또 일면은 동의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교실은 단편적인 분위기, 직관적인 느낌만으로 파악하면 안 되는 숨은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굉장히 질서 있게 운영되는 수업으로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배움이 일어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교사의 수업 형태와 학습자 간의 유형에 따른 학습 결과를 연구한 실험이 있습니다. 결과를 보면 100% 학습이 일어난 경우는 없다는 게 정설입니다. 아무리 좋은 수업이라고 하더라도 학급에서 10% 학생은 그 수업에서 배움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죠. 자세히 설명하자면 활동적이고 즐거운 수업이라고 하더라도 내성적이고 정적인 학습형태를 선호하는 학생들은 재미있긴 했지만 배운 게 뭔지 모르겠다고 한다는 것입니다. 주입식 교육 형태에서도 학습은 이뤄질 수 있다는 것도 일면 합리적인 말입니다.

 이런 저런 면을 살펴보았을 때 저희 아이들의 참관 수업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첫째 아이는 아쉬워하며 수업을 마쳤습니다. 더 하고 싶었는데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자기 수준에 맞춰서 하려고 하니 어려운 과제들이 많았던 것이죠. 하지만 많이 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모습이 아주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음에는 더 열심히 하고 싶어 질 테니까요. 둘째는 엄마가 온 것 만으로 행복해했습니다. 그 역시도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자기가 공부하는 공간에 엄마가 왔었다는 것만으로도 용기와 위로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친구들 간의 교류와 지원도 적절히 이뤄질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스캐폴딩을 해주는 동료교사가 있다는 것은 참 좋은 교실의 한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사회도 그런 곳이어야 하니까요. 서로 도와주는 것을 배우는 것이야 말로 참 멋진 배움이지요.

 여러모로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던 외국 학교 생활이었지만 새로운 도전으로 가득한 공간이어서 제가 괜히 설레고 기대가 되었답니다. 언어를 모르는 아들들은 여전히 반벙어리처럼 지낼 테지만 날마다 도전하며, 날마다 씨름하는 그 과정을 응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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