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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금특별한평범 Jun 07. 2023

스페인 하늘 보며, 불태우는 홈스쿨

2020. 7. 1. 작가의 서랍에 묵혀둔 교육이야기 2


스페인은 요즈음 날씨가 굉장히 많이 좋습니다. 탈출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날씨죠. 특히 스페인 남부 바르셀나 지역의 하늘은 정말 아름다워요. 한국에서는 해뜨기 전에 출근하고, 하늘 한번 제대로 구경 못한 채 퇴근해선 애들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던 까닭인지 스페인의 그 유명하고 멋진 건물보다 더 매료되는 것이 하늘입니다. 선선한 바람과 눈부신 햇빛, 너무나 아름다운 하늘색으로 집콕의 답답함을 한결 덜어낼 수 있죠. 테라스에 서서 하늘 한 번 올려다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위로가 됩니다. 위로가 많이 필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라서 더욱 그런가 봅니다. 바르셀나 하늘을 가득 채우던 비행기구름도 한 점 보이지 않는 사람의 흔적 하나 없는 맑은 하늘이 불안한 시간에 대한 나름의 안도감을 주네요.

맑은 하늘처럼 맑아지려니...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처럼 깨끗해지려니...



하늘에 큰 위로를 받으며 거실로 돌아와 앉으면 치열한 하루하루가 지나갑니다.

불타오르는 홈스쿨 현장이죠. 하루 세끼 식사를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 돌아서면 더러워지는 집안을 청소하는 일, 하루에도 두세 번은  투탁거리는 두 아들의 학습지도와 훈육 및 놀이가 스페인에 사는 꼬레아나 무헤르(mujer- 아줌마라고 쓰기 싫어서ㅋ)의 핵심 업무입니다. 참 별거 아닌 것 같은데도 하루가 금방 지나가 버리더라고요. 록다운으로 인해 등교는 중지되었고 6월 3주부터는 방학까지 했습니다. 진정한 홈스쿨이죠. 세계 모든 아이들에게 노출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생각하면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하지만 엄청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시기에 일어나고 있는 각종 교육적 시도와 방법들을 망라해 연구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네요.

 초등교사의 장점을 물씬 살려 소수 정예 학생 2명을 가르친 이야기네요. 초반에는 애들 습관 붙이는 과정, 두 아이의 기질 차이 조절하는 과정, 수업 내용을  선정하는 작업, 시간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인해 시행착오도 거쳤습니다. 요즘 설거지시간에 주로 보는 "유퀴즈온 더블록"에 등장했던 유명 강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잠깐 소개할게요.  참 명언인데요.

" 혈육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강사들 사이에서 존재한다고 하면서..

" 교실에서 제가 수업을 했는데 저 아이가 못 알아들으면 제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내 아이가 못 알아들으면 얜 왜 이러지?"생각하게 된다는!!!!

 가슴 깊이 와닿지요, 정말 가르치다 보면  분노 게이지가 오르락내리락~난리도 아니에요..... 크윽....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번에 승부를 보면 안 되는 것이 교육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와 제가 시간을 쏟아가며 맞춰야 하니까요.  공부를 하는 것만큼 공부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깨닫습니다.

실제로 초등학교 1학년은 학습을 위한 준비가 8할이라고 봐도 무방하거든요. 그런데 한국 사회는 1학년 때부터, 아니 유치원 때부터 가르칠 내용이 풍부한 학! 습!이라는 것을 주야장천 시켜야 안심이 되는 뭐시기가 쫌 있지요. 그런 학습들도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설익은 밥을 오랫동안 즐겨 먹을 수는 없으니까요. 밥도 잘 익혀 먹어야 맛있지요.

 요즈음은 더욱 빠르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압력솥 기술들이 등장한 것처럼 교육 기술, 교육 내용도 계속 진화하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래서 흔히 말하던 " 조기 교육의 병폐야~!"라고 속단할 수만도 없겠지요. 그래서 결국 제일 중요한 점은 제 아이의 상황을 살피는 것에 있는 것 같아요.

 저 역시 한국에서 유치원 보낼 땐 제 일에 바빠 아이들의 상황을 살피지 못할 때가 많았던 것 같네요. 딸부잣집 첫째 딸인 제가 아들이란 존재를 키우는데도 오류도 많았고요. 남자아이들을 훈육하는 것에는 또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날마다 깨우치고 있거든요.

이런저런 훈육의 과정을 거치며 한 2달을 보내고 나니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아이들도 꽤 좋은  발전을 보여주고 있는 것에 양육 효능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공부만 시작하면 짜증게이지가 올라가던 둘째가 " 엄마, 얼른 공부하고 싶어~"라고 말하는!  기쁨 폭발, 보람 폭발! 하는 순간도 찾아오네요.




1. 시간표를 만들어요.

처음에는 두 아이를 같은 시간에 함께 가르치다가 2주 지난 즈음부터 따로 지도하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의 격차도 컸고, 수업 동기도 다른 데다가 서로 라이벌이 되어서 학습효과가 반감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거든요.

  " 너 이거 틀렸어 다시 써"  "상관하지 마~" 이런 상황

 하지만 두 아이를 따로 가르치려고 하면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한 아이가 공부할 때 다른 아이가 할 활동이 부족하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이때 혼자서도 즐겁게 할 만한 교육 애플리케이션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래서 찾아낸 자료들이  - 펀스페니쉬, 펀잉글리시, 리틀팍스, 수학앱이었습니다.

무료애플리케이션은 광고도 많고, 연동되는 다른 앱들도 많아 꺼려지더라고요. 그래서 펀스페니쉬는 유료앱으로 사용했고, 리틀팍스는 무료로 이용합니다. 태블릿 pc기기를 활용하게 했고 유튜브는 절대로  접근하게 하지 않습니다. 혹시 이 규칙을 어기고 몰래 이용하려고 한다면 엄하게 지도하는 편입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시간표를 만들었습니다.

1. 시간표는 엄마의 시간과 아빠의 시간을 적절히 나누어 안배했습니다. 오전, 오후 활동은 엄마와 놀이 활동과 잠자리 시간은 아빠와 보내는 정도로요. 엄마도 계속 종일 붙어있으면 힘이 빠지니까요.

2. 오전은 첫째, 오후는 둘째의 공부시간입니다.

3. 자기 공부 시간이 아닐 때는 - 명심보감 글씨 쓰기 2줄, 수학풀이 1면, 스페인어 단어 쓰기 반쪽 하고( 3가지를 하는데 10분도 안 걸립니다.) 태블릿 pc를 하거나 책을 읽습니다.

4.  아빠와 하는 놀이는 축구, 다트, 볼링, 보드게임이 있습니다. 요즈음에는 여름날씨라 물놀이를 자주 합니다. 놀이 시간은 유유자적 누워있어도 됩니다. 점심 먹고 좀 쉬다 보면 그냥 쉬익 지나가기도 합니다.

5. tv 보는 시간은 볼 프로그램을 정해주고, 아이들이 보고 싶어 하는 프로그램은 1주일에 1번 정도로 제한해요.


2. 수업 내용

1. 국어- 맞춤법 :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맞춤법을 익혀두면 참 좋습니다. 한국에서 올 때 기적의 국어 맞춤법이라는 책을  가져왔습니다. 국어 맞춤법은 국어를 전공한 저도 쉽게 가르칠 수 없기 때문에 교재에 의지할 수밖에 없네요.

2. 수학

- 수학놀이 : 수학에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나 퀴즈를 풀게 해 줍니다. (유튜브에 재미있는 수학 이야기를 입력하시면 흥미로운 자료들이 많아요.)

 - 플래시카드 : 수학 연산 관련 플래시카드를 요긴하게 사용합니다. 덧셈, 뺄셈, 곱셈, 시계 플래시카드를 가지고 있고, 수학 공부 시작할 때 딱 5분만 해도 연산력을 높이는데 아주 효과적입니다.

- 문제 풀기: 초등수학에 관련된 문제를 다양하게 풀립니다. 첫째 아이는 수학 연산에 흥미가 높은 편이라서 3.4학년 수학 문제도 경험시킵니다.



3. 영어 - 알파블럭스를 아주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파닉스를 익히는데도 좋고 단어를 보고 쓰기에도 유용합니다. 스페인에 와서 지내다 보니 알파벳학습을 학교에서 해주셔서 따로 학습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파닉스 학습으로 넘어갔고, 알파블럭스가 아주 제격입니다. 저희 아이들은 이 프로그램 덕분에 단어와 독음이 많이 좋아졌어요. 기특 기특.


4. 한자- 한자왕 주몽이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합니다. 아이들이 너무 재미있게 느끼고, 한자를 배운다기보다는 만화를 본다는 느낌이기 때문에 남자아이들이 아주 좋아하지요. 학교에서도 종종 활용했습니다. 학습지나 공책을 같이 활용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5. 과학 - mel sience를 이용합니다. 과학 실험도구를 한 달에 한번 보내주는 교육 교재인데요. 2~3종류가 들어 있습니다.



6. 내가 배우고 싶은 10가지 : 각자 배우고 싶은 주제 10가지를 고르게 합니다. 그럼 그 주제를 엄마가 조사해서 알려주는 수업인데요. 미술(명화, 종이접기, 상어 그리기), 체육(펜싱, 축구, 공의 역사), 역사, 생물(곤충, 뱀) 등 다양한 내용을 가르칠 수 있기 때문에 준비하는 엄마가 좀 고생스럽긴 해도 아주 즐거운 공부가 됩니다. 저희 둘째가 아주 행복해하는 수업이기도 하지요.


** 공책활용하기 - 모든 교과를 공책 한 권에 정리할 수 있도록 해요. 복습효과 정리효과 내가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했어?라는 자부심 효과가 생깁니다. 둘째는 그림을 많이 그리고 첫째는 정보를 빼곡히 쓰는 것을 좋아하지요.

  

3.  막간 활동을 배치해요.

 - 만들기. 요리하기. 춤추기, 대청소하기와 같은 가볍고, 엄마도 편해지는 활동도 가끔 해요.   제가 너무 공부하기 싫은 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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