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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하늘에 빛나는 별 Sep 22. 2022

119에 실려가며 깨닫다

티스토리, 다음, 네이버 이미 블로거 개설은 여기저기 내 흔적을 남겨두었다

하지만 다시 리셋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머리에 있는 여러 생각들이 뒤죽박죽 널려있듯 블로그나 메모장에 여기저기 쑤셔 박아놓았던 그것들. 

배설물이거나 생각의 상처들이거나. 많은 생각들이 내 지금의 상황을 보여주는 듯해서 

서글퍼 거들떠 보고 싶지 않다. 


월요일 상담하는 날이다. 오늘은 선생님이 12회의 상담이 지났으니 연장 여부에 대해 물어보셨다,

나는 이전 상담일까 지는 종료를 생각했으나 지금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유는 지난주 공휴일이었던 월요일 친구들을 만난 호프집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119에 실려갔다고 얘길 전했다. 그 여파로 목 신경 쪽이 건드려졌는지 쇄골 주변까지 쓰라림과 

따가움으로 며칠을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나 이렇게 힘들다고 알아달라고, 그 누구도 내 뼛속 깊이 알아주기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이해를 바라고 있는 내 모습이 싫었다. 하지만 얘길 안 하면 더 미칠 것 같았다. 


시댁에서 명절을 보내고 친정으로 향했다. 이전의 명절과 달리 시댁에서 아침 차례를 지내지 않았다.

눈이 점점 안 좋아지시는 어머님의 결정이었다. 그 덕에 조금은 편안한 명절을 지내고 친정으로 향했다.

급하게 주문한 건강즙을 들고는 친정에 갔는데 마침 와있던 막냇동생과 제부가 같이 있었다. 

어설픈 명절 인사를 주고받고, 이미 재생이 된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친정엄마는 사과를 하나 깎아왔고, 자리에 앉아 아이들에게 사과를 한두 개 손에 쥐여 주고는 다시 티브이 앞에 앉았다. 특별히 할 말이 없이 티브이 앞에 앉아있었다. 친정엄마는 내 남편에게 대뜸 

"요즘 공부한다고 하던데 무슨 공부 하나."라고 물었다. 

남편은 " 합격하면 말씀드릴게요."라고 답변을 피했다. 

옆에서 아이들이 슬쩍 나를 보는 느낌이었다.

잠시 후 친정엄마는 "혹시 공무원 시험 준비하나? 그거 정년도 얼마 안 되는데 그거 하려고 그러나?."라는 질문을 했다. 남편은 "와신상담하는 기분으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친정엄마는 와신상담이 뭐냐라고 하며 다시 주방으로 자리를 옮기셨다. 아무래도 안되겠다며 밥을 차려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친정엄마와 동생, 제부는 이미 점심을 늦게 먹은 터였다. 아무래도 같이 식사를 하시기엔 체할 것 같았나 보다.  밥을 먹고는 추석인데 이번에 달이 크게 뜬다며 호들갑을 떨던 막냇동생이 제부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 


남편과 나 친정엄마만 남았다. 기분이 상한 상태였다. 그 누구든 트집을 잡고 싶었다. 

" 막내 이번에 집 언제 이사해? 그거 집산 거 대출은 얼마나 받았데? 요즘 이율이 많이 오르던데."

물론 걱정스러운 질문은 아니었다. 엄마의 걱정을 크게 부풀리고 싶었다. 

그리 안 해도 대출이 꽤 되던데 어떻게 하려고 대출을 또 그렇게 받았대?라며 질문을 이어갔다. 

엄마는 답했다 " 개네 걱정 말고 너나 잘 살아."


조금 있다가 아이들과 막냇동생 부부가 들어왔고 가겠다며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기분이 계속 상했다.  친정엄마가 한 얘기가 아직도 귓가와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다. 

정리가 안된 마냥 부산스럽고 모든 게 붕 떠 있는 느낌이 이어졌다.


아이들을 재우고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친정엄마에게 전화했다

" 엄마 막내 갔어?."

"응, 갔다. 왜 ?."

" 엄마 딴 건 아니고 아까 애들 있는대서 애 아빠 그렇게 얘기 좀 하지 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엄마는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얘기했으면 그런 줄 알면 되지 그걸 따지려고 전화했어?"

"너는 맨날 무슨 일이 있으면 그냥 넘어가질 않고 질질 짜면서 따지고, 너네들 얘기만 들으면 속 시끄럽다.."

" 애들 앞에서는 정년이 어쩌고저쩌고 왜 부정적으로 얘길 해."

" 왜 애들이 뭐라고 하니?"

" 뭐라고 안 해도 눈치가 빤한 애들인데 왜 자꾸 제 아빠 미워하게 그런 얘길 해." 

갑자기 나도 소리를 질렀다

당황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나도 그동안 묵혀온 이야기를 두서없이 던지기 시작했다

" 엄마가 나도 아빠 미워하게 만들었듯이 내 아이들도 그렇게 만들려고 그러는 거야?."

" 사지 멀쩡해서 지 처자식도 먹여살리지 않고 있으니 내가 울화통이 터진다."

" 시험 준비한다고 하는데 거기다 대고 뭐라고 할 거 아니지 않아?"

" 그럼 그 시험 더 일찍 준비하지 이제 와서 준비하고 니가 개 먹여살리려고 시집갔냐?"

" 그 덕에 내가 밖에서 일해서 이것저것 할 줄 알아. 나쁜 것만 보지 말고 다른 것도 좀 봐."

" 남들 다 지 처자식 먹여살린다는 얘기는 누구랑 비교하는 거야? 왜 자꾸 동생들 있는대서 

그런 얘긴 하구 난리야. 

그 남들은 또 누구랑 비교하는 거야, 동생들이랑 비교하는 거야? 엄마가 외할머니 어려서 차별 대우했다고 그렇게 한탄하고는 왜 똑같이 그러는 거야? 사람이 왜 그래? 그게 엄마야? 엄마는 돈 안 벌면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지?" 소리 질렀다

" 남들 다 하는 거 왜 안 하고 그러고 집에 들어앉아 있고 니가 왜 거기서 먹여 살리는 건데?"

엄마가 속상해서 하는 말인지 다른 의도가 있어서인지 의심이 들었다. 

" 엄마가 엄마답지 않아서 계모 같아." "그럼 계모라고 생각해라."

" 난 너한테 땡전 한 푼 받은 거 없다. 예전에 집 살 때 니가 대출받아준 거 그거 나 너 다 줬다. 

너한테는 받은 거 하나도 없다."

라며 소리를 질렀다. 그래 나 그동안 20대의 시간을 보낸 누구도 주지 않았던 그 책임감.

 그게 날 감옥으로 만들었었는데 우울함을 만들었었는데 그걸 하나도 인정받지 못했다. 인정하지 않았다. 

그것도 내가 그토록 책임감을 느꼈던 사람한테서 말이다. 소리를 질렀다는 후련함은 있었지만

굉장히 찝찝한 하루를 보냈다. 이렇게 저렇게 통화했다는 내용을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이 말한다 " 미안하다."

다음날 친구들을 만나 친정엄마와의 일을 얘기했다. 그러고는 맥주 한잔 마시고 화장실을 

 가려는 길에 복도 계단에서 쓰러졌다. 화장실을 들어가기 전에 대기 중에 정신을 잃었다. 친구들과 얘기하며 스트레스가 풀렸다고 생각했었는데 난 여전히 그 짐을 지고 있었고, 아직도 내 머릿속은 친정엄마와의 일들과 남편과의 일들 딸에 대한 걱정이 모두 짬뽕이 되어 있는 상태다. 119에 실려 응급차 천장을 보고는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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