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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Apr 18. 2024

틀리는 말?

쓸데없는 고집

새로 나온 책 <<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와 관련된 기사가 주말 한 신문에 큼직하게 날 모양이다. 수많은 독자들이 우리나라 법이 정말 이토록 엉망이란 말인가 하고 화들짝 놀랄 것 같다. 충격을 받을 것이다. 기사는 매우 요령 있고 알기 쉽게 작성되었다. 법조문의 대표적 문법 오류 몇 개를 친절하게 도표로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데 그 도표에서 '틀리는 말'이란 표현이 눈에 들어왔다. '틀리는 말'이라니!


'틀리는'은 '틀린'으로 바로잡힐 것이다


즉각 '틀리는'은 '틀린'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기자에게 알렸다. 잠시 후 기자로부터 "헉! '틀린'으로 써서 냈는데 교열에서 '틀리는'으로 고쳤어요."라는 답이 왔다. 기자와 통화했다. 소상하게 경위를 설명했다. 원래 국어사전에 '맞다', '틀리다'는 동사로만 돼 있고 형용사 용법은 없다고 돼 있었다. 그러나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맞다', '틀리다'를 형용사로 쓰고 있고 그래서 급기야 표준국어대사전은 지금부터 석 달쯤 전 공지를 내고 '맞다', '틀리다'에 형용사 용법을 인정한다고 했다. 오랜 세월 부리던 몽니를 접고 국어사전을 수정한 것이다. 그게 벌써 석 달도 더 전인데 이 신문 교열에서는 여전히 '맞다', '틀리다'는 동사로만 써야 한다고 우기고 있는 것이었다. 암튼 이런 사정을 소상히 설명하니  기자는 알겠다고 했다.


얼마 뒤 기자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는데 내 설명을 데스크에 보고하니 '틀린'으로 내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통쾌했다. 담당 부서 데스크가 교열을 누른 것이다. 교열이 쓸데없는 고집을 부린다. 이런 식이면 그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말의 주인은 누군가. 언중 아닌가. 언중이 '틀린 말'이라고 쓰고 있는데 왜 '틀리는 말'이라는 괴상한 말을 강요하나. '틀리는 말'은 틀렸고 '틀린 말'이 맞다.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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