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밭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세중 Apr 23. 2024

회오리가 지나가고

댓글에 감동하다

2024년 2월 20일(토) 조선일보 B8면에 거의 전면에 걸쳐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이 신문이 아주 큰 지면을 할애했다. 제목도 잘 뽑았다. '나는 밥에 먹는다'... 법전에 이런 非文이 부지기수는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종이신문에 그렇게 크게 실린 것만도 대단했는데 이튿날 일요일에는 인터넷으로 이 기사가 크게 떠올랐다. 아침에 모바일과 인터넷판에서 이 기사가 맨 첫 화면의 톱기사 바로 아래에 실렸다. 깊숙이 수면 아래 숨어 있다가 단숨에 첫 화면에 떠오르니 무수한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11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 대부분이 잘했다는 칭찬과 지지, 성원이었다. 감동이었다. 어떤 분은 이렇게 썼다. "너무 귀한 일을 하십니다. 이 일에 힘을 실어 드리기 위해 가입까지 했습니다. 힘 내세요^^_" 그간의 노고를 모두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어떤 댓글에는 공감과 함께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왜 수정 못하는지 그게 궁금"이라고 한 분이 있었고 "어떻게 저런 법 조문을 고칠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라고 한 분의 댓글이 그랬는데 만일 내가 법의 이런 실상을 몰랐고 다른 누군가가 이런 문제를 제기했다 해도 나 역시 같은 의문을 느꼈을 것 같다. 도대체 이런 너무나 빤한 잘못이 왜 고쳐지지 않고 있단 말인가! 어떻든 수많은 응원의 댓글을 읽으며 참으로 큰 위안을 받았다. 용기를 얻었다.


그러나 물론 모든 댓글이 찬성과 지지 일색은 아니었다. 몇 사람은 딴지를 걸었다. 일테면 이런 것이었다. "국어학 박사가 모르는 단어는 사용하면 안 되나? 深掘, 計入이 무슨 문제지? 그리고 위 치적 사항 중 국어학자들 중에서 다른 견해를 가진 이들도 있을 것이다. 틀렸으니 고치라는 오만이 아니라..."가 그렇고 "지적된 것들 중 일부는 당시에는 통용되었던 것일 수 있다"나 "현학이 아니라 저런 단어가 아니면 생각을 깨끗이 표현할 수 없어서 저러는 것이라 사료된다. 그리고 '신의에 좇아'와 '신의를 좇아'의 차이도 못 느끼는 게 당신 한계다"라고 한 댓글도 있었다. 어떻게든 현 법조문을 옹호하고 방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왜 없겠나. 본격적으로 논쟁이 불붙는다면 이런 수구 세력은 더욱 조직화되어 나타날지 모른다. 그리고 이들 말이 전부 다 틀린 것도 아니다. 정말이지 '深掘計入'은 국어사전에 넣으면 해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신의에 좇아'를 옹호하는 논리는 뭔지 모르겠다. 중요한 건 지엽말단적인 시비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 댓글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이건 법이 1950년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법이 틀린 것"입니다."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번에 나온 책 제목이 "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인데 그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법은 틀렸습니다" 또는 "대한민국의 법은 틀린 법입니다"라 해야 한다는 뜻 아닌가! 필자라고 왜 이런 생각을 안 했겠는가. 애초에 생각했던 책 제목이 "대한민국의 기본법을 고발합니다", "부끄러워요 대한민국 기본법"이었다. 현행 기본법이 오류투성이임을 전제하고 생각해본 제목이었다. 그러나 노골적인 표현을 피하고 우회적으로 이를 알리려 "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라 했다.


또 이런 댓글도 있었다. "보통 시민들이 봐도 잘못 쓰여진 글이나 알 수 없는 단어, 처음 보는 문장 등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수정이 안 되는 거죠? 헌법 개헌을 하나요? 아니면 국민투표해야 하나요?"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왜 수정이 안 되고 있나? 국회의원들의 답을 듣고 싶다. 그런데 이미 어떤 분이 이렇게 댓글을 달아 놓았다. "별로 돈이 안 되거나, 당장 손해 볼 거리가 아니거나, 재미 없거나, 귀찮거나 이럴 때 사람은 매우 게을러집니다. 국회의원이나 공무원이 해결해야 할 일인데 빨리 처리될 턱이 없지요."





매거진의 이전글 신문사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