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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Apr 24. 2024

모방과 답습에서 벗어나야

고뇌와 성찰이 필요하다

지난 토요일 조선일보에 '‘나는 밥에 먹는다’… 법전에 이런 非文이 부지기수'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린 후에 특허청장을 지낸 한 고교 동문이 저자가 특허법을 보면 아마 기절을 할 것이라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특허법이 문제가 많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특허법을 들여다보았다. 


특허법은 1952년에 제정되었으니 매우 이른 시기에 만들어졌다. 민법, 형법보다도 더 앞서 제정되었으니 말이다. 오래된 법답게 표현이 무척 고풍스럽다. 일테면 제2조 제1호는 다음과 같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개정 2019. 12. 10.>

1. “발명”이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高度)한 것을 말한다.


 '"발명"이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을 말한다.'라는 문장을 맞닥뜨리고 과연 이 문장이 한국어 문장인가 싶을 정도다.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이라 했는데 '기술적 사상'이 뭔지 잘 와닿지 않는다. 이어서 '고도한 것'이라 했다. 고도한? 비록 국어사전에 '고도하다'가 '수준이나 정도 따위가 매우 높거나 뛰어나다'라 뜻풀이되어 있기는 하나 그런 말이 국어사전에 있는 줄 몰랐다. '뛰어난 것'이라고 하면 안 되나? 이런 의문은 일본의 특허법을 참조하는 순간 풀렸다. 일본 특허법 제2조 제1항은 다음과 같다.


第二条 この法律で「発明」とは、自然法則を利用した技術的思想の創作のうち高度のものをいう。


우리 특허법 제2조 제1호는 일본 특허법 제2조 제1항과 판박이 아닌가. 어쩐지 자연스럽지 않다 했더니 역시 이유가 있었던 거다. 일본어에서는 '技術的思想'이 자연스러운지 모르겠으나 국어에서 '기술적 사상'이 그런가? 일본어에서 '高度'가 자연스럽다 해서 국어의 '고도한 것'이 자연스러운가. 우리도 이제 모방과 답습에 급급한 데서 벗어나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고뇌하고 성찰한 결과를 법에 담아야 하지 않을까. 그럴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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