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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l 12. 2024

해괴한 오타

분노가 치민다

민법 제920조의2에 '그러하지 아니'라는 말이 있는데 '그러하지 아니하다'의 잘못이다. 단순한 오타이다. 상법에도 이와 비슷한 오류가 있다. 상법 제605조 제1항은 다음과 같다.


제605조(이사, 주주의 순재산액전보책임) ①전조의 조직변경의 경우에 회사에 현존하는 순재산액이 자본금의 총액에 부족하는 때에는 전조제1항의 결의당시의 이사와 주주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그 부족액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 <개정 2011. 4. 14.>


상법 제605조는 제3편 회사제5장 유한회사제5절 합병과 조직 변경에 나온다. 주식회사를 유한회사로 조직을 변경할 때 지켜야 할 사항이다. 여기서 법리에 관해 논하려는 게 아니다. '순재산액이 자본금의 총액에 부족하는 때에는'이라는 구절에서 '부족하는'을 지적하고자 한다. 


'부족하다'는 형용사이다. 형용사의 현재 관형형 어미는 ''이지 ''이 아니다. '예쁜'이지 '예쁘는'이 아니지 않나. '아름다운'이지 '아름답는'이 아니지 않나. 그런데 어떻게 해서 '부족하는'인가. '부족한'이 맞다. 이런 초등학생도 틀리지 않을 오류가 상법 조문에 들어 있다. 


더구나 2011년 4월 14일 전에는 "회사에 현존하는 순재산액보다 많은 금액을 자본의 총액으로 하지 못한다."였는데 2011년에 "회사에 현존하는 순재산액이 자본금의 총액에 부족하는 때에는 전조제1항의 결의당시의 이사와 주주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그 부족액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로 바꾸었으니 2011년 개정이 잘못되었다.


어법이 완벽하게 되어 있어도 법조문을 이해하기란 만만치 않다. 워낙 복잡한 관계를 조문 속에 꾸려 넣었으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 법조문은 어차피 어려우니 어법의 오류가 좀 있은들 무슨 상관이냐 하고 생각하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단순한 오류를 방치하고 있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수치스럽고 부끄럽지 않나. '부족하는'과 같은 해괴한 표현을 법조문에서 맞닥뜨리면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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