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밭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세중 Jul 14. 2024

바라산 자연휴양림

서울 근교에 이리 고요한 숲이 있다니

어제 토요일에 바라산 자연휴양림을 지나 고분재에 이르른 뒤 거기서 반대편 용인 수지구 고기리로 넘어갔다. 바라산 자연휴양림을 지나며 감탄을 금치 못했고 이튿날인 오늘 또 바라산 자연휴양림을 찾았다. 어제는 슬쩍 지나쳤을 뿐이니 오늘은 본격적으로 훑어보자는 생각에서... 인덕원에서 6번 마을버스를 타니 바라산 자연휴양림 코 앞까지 갔다. 버스 회차 지점이었다.


오르막 아스팔트길이 펼쳐져 있었다. 좀 이른 시간이어선지 차도 사람도 없이 조용했다. 곧 바라산 자연휴양림 매표소, 관리사무소 등이 나타났다. 그리고 여러 동의 숙소 건물이 서 있었다. 예약을 하면 이곳에서 숙박을 할 수 있나보다. 국립공원 깊숙한 곳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바라산은 국립공원은 물론 아니고 도립공원조차 아닌데도 말이다.


길은 계속해서 오르막이었고 포장이 돼 있었다. 그러다 마지막 주차장을 지나니 그곳부터는 비포장 임도였다. 구불구불 휘어진 임도에는 맨발로 걷는 사람이 참 많았다. 과연 곳곳에 '맨발'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맨발로 걷기를 권장하는 표지였다. 주차장을 지났으니 차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이따금 걷는 사람만 눈에 띌 뿐이었다. 산속 깊은 곳이라 차 소리며 온갖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가끔 비행기 지나는 소리가 하늘에서 들릴 뿐...


구불구불 임도를 한참 걷다가 보니 전날 고분재 가기 위해 올랐던 길과 맞닥뜨렸다. 그곳까지도 휴양림 입구에서는 꽤 멀었다. 그러나 임도는 언제 끝날지 짐작할 수 없었다. 계속 이어졌으니 말이다. 그러나 끝은 있었다. 백운산이나 광교산쪽으로 임도가 계속 이어져 있진 않았다. 임도가 끝나는 곳은 사유지였고 그 아래에는 거대한 고깃집이 있었다. 음식점 주차장은 인산인해 아니 차산차해였다. 얼마나 이름난 식당이기에!


완전히 임도를 벗어났고 아파트 단지 사이로 난 길을 햇볕 아래서 터덜터덜 걷다 보니 어떤 다리 아래로 지나게 됐는데 다리 위 도로로 휙 지나가는 버스가 낯익은 번호다. 5번 버스 아닌가. 어제 탔던... 그리고 산길 임도는 그렇게 길고도 길었는데 아파트 단지 옆 도로로 걸으니 금세 또 다른 등산로 입구인 바라산 맑은숲공원 앞에 이르렀다. 전날 등산을 시작했던 곳이다.


이곳에서 산으로 오르는 길은 계곡과 나란히 나 있어서 물소리가 어간 시원하지 않다. 임도에 이르기 좀 전 계단 끝나는 지점에 벤치가 몇 개 있는데 그곳은 아주 훌륭한 쉼터였다. 쭉쭉 뻗은 곧은 나무들이 하늘을 뒤덮고 있어 햇볕을 가려주고 숲에서 나오는 싱그런 공기가 이게 피톤치든가 싶다. 그곳에서 좀 쉬다가 숲속 오솔길을 찾아 나섰다. 바라산 자연휴양림 쪽으로 연결되어 있음직한 길이다. 과연 그 길은 더욱 사람의 왕래가 드물었다. 아주 드물게 등산객을 만날 뿐이었다. 길을 모르면 들어설 수 없는 길일 테니.


제법 숲속 길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다 다시 주등산로로 돌아왔다. 바라산 제1경, 제2경, 제3경, 제4경, 제5경 표지가 있는 곳으로 말이다. 와폭포라는 데도 그중 하나였는데 웅장하진 않아도 제법 폭포같아 보였다. 이렇게 해서 약 6시간에 걸쳐 12km 정도 바라산 숲속을 걸었다. 도중에 잠깐 아파트 단지 부근 도로를 걸을 때가 있었지만 나머진 모두 숲길이었다. 바라산 자연휴양림은 정말이지 서울에서 가까운 데 자리잡은 썩 훌륭한 휴양림이었다. 이번 여름에 멀리 피서를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의왕에 울창한 수림이 있다.


12km 6시간
매거진의 이전글 클로드와 만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