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꿴 단추는 새로 꿰야 한다.
농업협동조합법이란 법이 있다. 1957년에 제정되었으니 민법보다도 1년 빨리 제정되었다. 그러나 1948년에 제정된 헌법보다는 약 9년 늦었다. 왜 헌법을 언급하는가? 농업협동조합법 제35조 제1항, 제73조 제2항에 '효력을 발생하지 아니한다'라는 표현이 들어 있는데 그 뿌리가 헌법에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효력이 없다' 하면 될 것을 '효력을 발생하지 아니한다'라고 했다.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라고 해도 문제 없다. '효력이 생기지 아니한다'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아닌 '효력을 발생하지 아니한다'가 쓰였다. 그 뿌리가 헌법에 있다고 생각된다. 1948년 7월 17일 공포된 대한민국헌법 제40조는 다음과 같았다.
지금까지 아홉 번이나 헌법은 개정되었고 1988년에 공포된 현행 헌법에도 이 '효력을 발생한다'는 그대로 있다.(헌법 제53조 제7항) '효력을 발생한다'는 헌법에 들어 있다 보니 강력한 힘을 발휘해 법률 종사자들은 그만 의문을 느끼지 않게 된 듯하다. 말이 안 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들에게는 '말이 되는' 표현이 되고 말았다. 그 결과 1957년 제정된 농업협동조합법에도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금도 그대로 있다.
그러나 농업협동조합법 제49조 제3항의 '효력을 상실하지 아니한다'는 정상적인 국어 표현이지만 '효력을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틀린 표현이다.
'효력이 발생하다'이지 '효력을 발생하다'가 아니다. 너무 귀에 익은 나머지 법률 여기저기에 '효력을 발생하다'가 들어가 있다. '사고가 발생하다'지 '사고를 발생하다'라는 말은 없지 않은가.
민법, 형법 등 우리나라 6법은 문법에 대해 유난히 둔감하다. 법은 문법의 치외법권 지대에 있는 걸로 아는 듯하다. 그럴 리가 없다. 문법에 예외는 없다. 법조문이야말로 문법을 가장 엄격하게 지켜야 하지 않나. '효력을 발생하다'는 법조문에서 바로잡아야 하고 헌법 제53조 제7항에서도 물론 마찬가지다. 단추를 잘못 꿰었다면 풀고 새로 꿰야 한다. 그걸 주저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