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폰이 없으면 물도 못 산다? 현지폰의 정의가 뭔가
한 신문이 중국에서는 "현지폰 없으면" 물도 한 병 못 산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한국인에 대해 비자 면제를 실시했지만 정작 여행이 불편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이 기사를 읽고 무척 놀랐다. 과연 이렇게 보도해도 되는가 싶어서다. '현지폰'이라는 말에 주목한다. 이거 과장 내지 오류 아닌가. '현지폰'의 정의가 무엇인가. 중국 통신회사에 가입해 중국 전화번호를 가질 때 그걸 현지폰이라 하지 않겠나. 그런데 정말 그래야만 중국에서 결제도 하고 예약도 할 수 있나.
아니다. 우리나라 핸드폰을 가지고도 알리페이[支付宝]라는 앱을 깔면 모든 결제가 가능하다고 들었다. 실제로 그렇게 해서 중국여행을 편리하게 하고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튜브에서 숱하게 들을 수 있다. 그런데 '현지폰 없으면'이라니! '현지앱 없으면'이라고 말했더라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현지폰 없으면'이라고 함으로써 수많은 독자들을 오도했다고 본다.
인터넷 기사의 댓글을 유심히 읽어 보았다. 실로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중국을 비판,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기사의 제목과 내용이 그런 댓글을 유도했다 싶다. 그러나 개중에는 기사에 반대하는 댓글도 있었다. 하나 예로 들면 이랬다. "나는 한국 휴대전화에 알리페이, 디디추싱 깔고 잘 다녀왔는데? 현지 전화만 된다고? 해보고 쓴 기사인가?"
대중이 언론의 횡포에 얼마나 허약한지를 잘 보여준다. 언론은 큰 무기를 쥐고 있다. 그걸 신중하게 사용해야지 마구 휘두르면 대중이 피해를 보거나 혼란을 겪을 수 있다. 기사 내용마따나 중국은 현금, 카드, 앱 결제 중에서 앱 결제가 압도적 대세인 모양이다. 그래서 무심코 현금이나 카드만 갖고 갔다가 낭패를 보는 사람이 많은 건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외국에 여행 갈 때 현지 사정을 알아보고 가는 것도 방문자로서의 기본적인 태도가 아닐까. 물론 현금, 카드, 앱을 골고루 다 사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일본처럼 말이다. 그게 아쉬울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지폰 없으면 물도 못 사."는 과했다. 현지폰 없이도 물 살 수 있다. 중국 앱을 깔고 가면 된다. 그 정도 성의 없이 외국을 방문할 생각을 하나. 외국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그 나라를 방문한다면 앱을 까는 정도의 수고는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지폰 없으면 물도 못 사."는 지나치게 선정적이다. 사실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자극적인 제목에 현기증이 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