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표기를 생각한다
빌보드가 ‘21세기 최고 팝스타’를 25위부터 역순으로 발표해 왔다고 한다. 한꺼번에 발표하지 않고 시간차를 두고 한 명씩 발표한 것도 특이하고 21세기는 아직 채 1/4도 안 지났는데 지금 21세기 최고 팝스타를 정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어쨌든 1위만 남기고 24명은 다 발표를 했다. 과연 1위는 누구인지 궁금하다.(비욘세가 유력하단다.)
그런데 몇 가지 신기한 게 있다. 2위가 테일러 스위프트인 것은 그럴 만하다 싶은데 3위에 오른 이가 리한나란다. 리한나가 누구지? 알아보니 매우 독특한 가수다. 그녀는 1988년생으로 카리브해 섬나라인 바베이도스 출신이다. 거기서 10대 중반 때 미국으로 가수의 꿈을 안고 건너왔고 크게 성공했다. 세계 3위까지 올랐으니 말이다.
뿌듯한 것은 BTS가 19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한국인으로 유일하다. 아마 동양인들로서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모르긴 해도. 더욱 흥미로운 것은 20위가 이번에 로제와 함께 '아파트'를 불러 세계적으로 히트시킨 브루노 마스라는 사실이다. BTS가 브루노 마스보다 앞이다. 어찌 대단하지 않나. 그런데 지금 BTS가 활동하나?
다시 리한나로 돌아가본다. 그의 이름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게 있다. 처음엔 성이 이씨고 이름이 한나인가 했다. 발칙한 상상이었다. 한국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녀의 이름은 Robyn Rihanna Fenty다. Rihanna를 리한나라 한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한국 언론에 언제 등장했나 살펴보니 거의 20년 가깝다. 2006년이니 말이다.
흥미로운 것은 LG전자가 당시 핸드폰을 만들 때였는데 그들이 만든 '초콜릿폰'의 홍보대사로 미국에서 막 뜨기 시작한 신인 가수 Rihanna를 뽑았다는 사실이다. 왜 그녀를 초콜릿폰의 홍보대사로 삼았을까. 그녀의 피부색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바베이도스 출신의 그녀는 조상이 대체로 아프리카계였다. 아마 그래서 그녀가 LG 폰의 홍보대사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LG는 폰 제조에서 손을 뗀 지 오래다. 그 후 Rihanna는 세계적 반열의 가수가 됐고.
Rihanna를 한국 언론에서는 어떻게 불렀을까. 리한나로 부르기 시작했지만 차츰 리아나라 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그녀를 부르는 방식은 두 가지다. 리한나와 리아나가 뒤죽박죽이다. 왜 리한나이고 왜 리아나일까. 뻔하다. 리한나는 원어 철자 Rihanna에 충실한 표기고 리아나는 원어 발음에 충실한 표기다. 표기에는 h가 들어 있지만 영어로 그녀를 말할 때 h는 발음하지 않는다. n이 겹쳐 있지만 n은 한 번만 발음한다. 그러니 리아나다.
다행이랄까. 네이버 검색을 해보면 그녀는 리아나라 돼 있다. 같은 사람은 한 가지로 표기하면 좋겠다. 외래어 표기는 원어의 철자가 아니라 원어의 발음을 기준으로 하게 돼 있다. 따라서 리아나라야 하겠다. 오늘 신문에서 리한나를 보고 외래어 표기를 생각해 보았다. 21세기 최고 팝스타 3위에 오른 리아나에 대해 살펴보면서 바베이도스라는 나라도 주목하게 된다. 세계는 넓고 나라는 많다. 리아나는 바베이도스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