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믿어야 하나
한 칼럼니스트가 오늘 신문에 쓴 칼럼을 읽고 의아함을 금할 수 없다. "헌법에 비상계엄의 요건을 박아 놓고 의회의 동의를 거치게 한 것은 그 때문일 게다."라고 썼기 때문이다. 평소 그의 날카로운 분석을 높이 사고 있었던 터라 이런 뜻밖의 발언을 접하고는 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선포한다. 대통령 권한이다. 그런데 비상계엄을 할 때 국회의 동의를 거치도록 헌법에 규정돼 있나?
헌법 제77조는 다음과 같다.
제77조의 제4항은 "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이다. '선포한'에 주목해야 한다. '선포할'이 아니다. '선포한'은 이미 과거다. 선포하고 난 뒤에 통고해야 한다고 돼 있다. 즉 선포를 먼저 한 다음에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하라고 돼 있다. 그런데 어찌 계엄은 의회의 동의를 거치게 했다고 말할 수 있나? 국회가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해제해야 한다는 걸 두고 국회의 동의를 거치게 했다고 한 걸까.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공지능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몇 인공지능에 물어보았다. 답이 제각기 달랐다.
계엄은 국회의 동의를 거치게 했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는 답이 많았지만 한 인공지능은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동의는 사전동의를 말한다. 이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있겠는가. 그러나 헌법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뒤에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고 했지 미리 국회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돼 있지 않다. 계엄 선포 후에 국회가 해제를 요구할 시 해제해야 한다는 것을 두고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할 수 있나. 칼럼니스트의 글도 이해할 수 없지만 일부 인공지능이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한 것도 뜨악하다. 온갖 주장과 정보가 난무하지만 믿지 못할 게 적지 않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야 하는 현대인의 운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