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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ng Aug 18. 2018

33. 여름휴가

이번 여름, 제대로 불태웠다.

진짜 더웠다. 살다 살다 이런 더위는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자다가도 몇 번씩 에어컨 요금이 무서워 벌떡벌떡 일어나곤 했는데, 이번 더위는 요금보다 숨막히는 온도가 더 무서웠다. 미드미는 하루에 한 번씩 자체 워터파크를 개장했다. 욕조 반만큼 물을 받아두고 이십 분, 삼십 분씩은 꼭 놀았다. 반팔 여름옷은 개뿔, 하루 종일 구멍이 숭숭 뚫린 여름 나시 아래 기저귀만 달랑 차고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히는 부분마다 벌건 땀띠가 생겼다.


여름 내내 휴가를 가기로 했다. 말이 좋아 휴가지, 사실 시원한 곳을 찾아 헤맸다. 제주도로 시작한 첫 여행은 수영장으로, 평창으로 계속됐다. 미드미는 정신없이 부모를 따라다니느라 지칠 법도 한데 (비록 중간중간 몇 번의 에피소드를 남기긴 했어도) 잘 먹고 잘 자주는 효도(?)를 이뤘다.


제주도를 다녀온 다다음날, 미드미는 갑자기 열이 시작됐다. 38도로 시작되었던 미드미의 열은 급기야 40.5도까지 치솟았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해열제를 교차 복용까지 했지만 37.5도 아래로는 좀처럼 떨어지질 않았다. 약 4일간 계속된 열은 결국 온몸에 울긋불긋한 자국을 남겼다. 돌발진이라고 했다. 열꽃이 피어오른 후 미드미는 생전 처음 보는 짜증을 하루 종일 냈고, H와 나는 그 상황이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웬걸, 돌발진 이후 한 뼘 쑥 자란 미드미는 소위 '나가자' 병에 걸렸고, 우리보다 더 여행을 즐기는 아가가 되었다.


생전 첫 비행기와 바다, 수영장, 먹거리, 그리고 더위를 느끼며 미드미는 부쩍 자란 느낌이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익숙하지 않던 숟가락질도, 컵 사용법도 이젠 제법 능숙하게 한다. 포도를 껍질째 집어 알맹이만 쏙 빼먹는 기술을 익혔고, 무엇보다 말이 부쩍 늘었다. 물론 떼도 부쩍 느는 바람에 마의 18개월을 지나고 있는 중이지만. 엄마 몰래 친척 언니 오빠들이 먹다 남긴 감자깡을 집어먹다 걸렸고, 안된다고 이야기하면 입을 삐쭉거리며 할머니 품에 쏙 들어가 버리는 요령도 터득했다.

말도 안 되는 더운 여름이 한풀 꺾였다. 언제 더웠던 적이 있었냐는 듯 시원해진 바람이 반갑고도 얄밉다. 다음 주엔 폭염이 다시 시작될 거라는 소식이 있지만 그래도 한텀 쉬어가는 게 어딘가 싶기도 하다. 지독하게 길었던 여름의 끝자락과 함께, 무럭무럭 큰 미드미가 새근새근 자는 모습이 어딘가 닮았다.




안녕하세요, 항상 브런치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글재주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매번 찾아와 읽어주시고 격려해주시는 덕분에 부족하게나마 용기 내어 끄적이고 있답니다.


미드미를 기르며 놓치기 아쉬웠던 순간들을 그림과 함께 끄적이고 싶어 다음 화부터는 '그림과 함께하는 좌충우돌 엄마 입문기'를 써볼까 합니다. 물론 중간중간 지금처럼 사진과 함께하기도 하겠지만 간간히 그림이 보이면 지금처럼 그저 흐뭇한 미소 한번 날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선선하고 배부른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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