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무더웠던 여름이 아직도 생생한데 말이야.
집 앞에 바 아이스크림을 싸게 파는 가게가 생겼다. 추위를 많이 타기도 하고 찬 음식을 좋아하지도 않았던 터라 시큰둥하게 지나갔을 법도 한데 출산 이후 변한 체질 탓인지 고양이가 생선가게 못 지나치듯 지나가다 한 번씩은 꼭 들러 아이스크림 쇼핑을 왕창 하곤 했다. 육아에 지친 나른한 오후, 커피 대신 달콤한 아이스크림 하나면 두세 시간 또 거뜬히 미드미를 볼 수 있는 힘이 생겼으니 꽤 효자 템이 아닐 수 없었다. (덕분에 몸무게가 조금 늘어난 것 같지만 기분 탓이겠지..)
아직 아이스크림 맛을 모르는 미드미는 호기심 어린 동그란 눈을 뜨고 아이스크림을 바라보고만 있다. 장난감 아이스크림을 내게 가져오며 '아시'라고 말할 때마다 앙증맞은 귀여움에 한 번씩은 꼭 안아주곤 한다. 어느새 날이 부쩍 서늘해져 아이스크림을 잘 찾진 않지만, 아직도 가게를 지나칠 때면 더웠던 여름이 생생하게 생각나곤 한다.
참 좋은 가을을 지나, 추운 겨울까지 열심히 부딪히다 보면 또 여름이 오겠지. 아마 내년 여름엔 미드미 몰래 숨어서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할 날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한 뼘 더 자란 미드미와, 또 시원한 달콤함을 기대하며.. 아이스크림에게 당분간 안녕을 고한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