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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ilee Apr 10. 2020

신비로웠다.

29_ 뜻밖에 무언가를 봤을 때. 

오늘은 정말 마법 같은 날이었다

-





어제저녁 발목을 잘 풀어주었는데도 불구하고 뻐근한 건 여전했다.

그런 핑계로 오늘은 정말 나가지 말아야겠다! 마음을 먹고 다시 침대에 누워 전기장판에 몸을

맡겼는데, 잠은 다 잔 것 같고, 바깥 날씨가 너무 좋아 보여 할 수 없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오늘은 정상을 꼭 찍어보리라는 마음으로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먼발치서 고양이 한 마리가 쏜살같이 지나가는데

고양이가 원래 빨리 뛰면 저렇게 뛰나? 하고 더 자세히 봤는데 다름 아닌 토끼였다.

꼬리 쪽이 새하얘서 뛰는데 그 뒷모습이 너무나도 앙증맞았다.


이틀 연속 뛰지 못해 체력을 길러야겠단 생각을 하고 오늘은 정말이지 정상까지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야 평지에서 뛸 때 페이스를 잃지 않을 것 같았다. 솔직히 중도 포기할까란 생각이 머릿속을 잠시 스쳤지만 이왕 어렵게 나 자신을 끌고 나왔으니 끝은 꼭 보자 라는 오기가 생겼다. 


어제 마주쳤던 아주머니를 오늘은 보다 더 높은 곳에서 마주쳤다. 선글라스를 끼고 계셔서 옆에 있던 크림색 강아지가 아니었다면 못 알아볼 뻔했다. 기분 좋은 공기와 함께 아침인사를 나눴다. 

내일은 나도 30분 일찍 나와 여유롭게 정상을 올라가 보리. 다짐했다.


오늘은 정말이지 보기 드문 것을 보았다. 

정상을 향해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정말 어디 사진 속에서나 보던 순록 (reindeer)을 저 먼발치서 보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크나큰 뿔을 먼저 눈에 들어왔고 이어져 내려오는 작은 머리를 보았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신비로움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어디론가 열심히 가고 있었는데 내 인기척이 느껴졌는지 뒤를 한번 쓱 돌아보더니 나와 눈을 마주친 후 갈 길을 가더라. 순록도 눈인사라는 걸 하나? 순간 생각했다. 더 가까이서 보고 싶어 달려갔지만 너무 멀리서 봤기에 따라가 봤자 소용이 없었다. 정말 신기했던 건 뒤에 오던 사이클리스트들을 잠깐 돌아본 사이에 먼발치에 있던 순록은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믿기지가 않는다. 

나는 무언가 홀렸던 게 틀림없다. 


내일도 열심히 올라가 보면 보다 더 가까이서 순록의 그 아름답고 고급진 자태를 볼 수 있을까.

나는 분명 닭띠인데 갑자기 순록 띠가 되고 싶은 건 왜일까.

아마도 그 견고해 보였던 뿔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다음으론 위엄 있게 생긴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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