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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리톡 CEO 박병종 May 08. 2020

혁신은 기술이 아닌 경험의 변화로부터 온다.

올해도 혁신은 없다는 애플이 매년 대박나는 이유ㅋ

지난 봄, 기사 딸린 렌터카를 이용한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었을 때였다. 많은 사람들이 타다가 무슨 혁신이냐며 평가절하 했다. 새로운 기술도 없이 그냥 우버나 카카오택시를 베낀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다. 택시 기사님의 생존 문제는 이해할 수 있지만 타다에 아무런 혁신이 없다는 비난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건 마치 애플이 신제품 발표할 때마다 단골 기사 제목으로 나오는 “올해도 혁신은 없었다”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혁신이 없는 애플은 어떻게 시가총액 세계 1등을 유지하며 주가는 매주 전고점을 갈아치울 수 있을까.

 

본격적으로 혁신을 논하기 앞서 나는 일단 그들이 타다를 타봤는지 묻고 싶다. 왜냐하면 혁신은 기술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의 변화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타다 기사는 승객이 말을 걸지 않는한 승객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 규칙은 타다가 불과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170만명의 승객을 끌어 모은 최고의 비결로 꼽힌다. 그간 드러내 놓고 말하지 않았던 택시 승객들의 불편을 타다가 예리하게 포착한 것이다. 승객은 몸 뿐 아니라 맘도 편히 가고 싶어 택시를 탄다. 첨단의 기술을 더한 것이 아니라 불편한 경험을 뺀 것이 타다를 성장시킨 동력이었다.

 

타다를 깎아내리는 사람도 우버의 등장은 혁신이라 할 것이다. 허나 우버도 GPS, 무선통신 등 당대의 보편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우버와 함께 가장 성공한 스타트업으로 평가 받는 에어비앤비도 기술이 첨단이어서 성공한 것이 아니다. 기존에 불가능 했던 사용자 경험을 현실화한 것 자체가 혁신으로 평가 받는다. 모르는 사람의 차를 얻어 타고, 모르는 사람의 집에서 잠까지 잔다. 이전에는 목숨을 걸고 해야 했던 경험을 일상으로 만들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첨단 기술이 아니라 기사와 승객, 호스트와 게스트를 상호 평가하는 제도였다. 최근 큰 성공을 이뤄낸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런드리고의 세탁배송은 모두가 자는 밤 시간을 이용해 실제 배송 체감 시간을 급격히 줄인 것이 핵심이다. 혁신은 기술의 첨단에서도 일어나지만 보편화 된 기술의 틈새에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찾아내며 더 강력하게 일어난다.

 

기술은 혁신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혁신을 첨단기술과 동일시 한다는 것이다. 이는 주객의 전도를 일으킨다. 사용자 경험의 변화가 없는 맹목적 기술의 추구는 탈선한 기차처럼 위험하다. 90년대까지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던 일본의 D램 산업이 한국에 무너진 이유는 기술의 우월성에 집착하다 높은 가격이라는 나쁜 사용자 경험을 극복하지 못해서다. 현재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4K를 넘어 8K까지 사람이 구별할 수 없는 영역에서의 화소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술로 사용자 경험의 변화를 만들지 못한다면 차라리 가격을 낮추는 것이 가장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의 변화일 수 있다.

 

혁신은 사용자 경험의 변화로부터 오며 판단은 소비자가 한다. 기술은 딱 경험 혁신을 위해 필요한 정도만 있어도 충분하다. 조미료 많이 친다고 맛있어지지 않는다. 애플이 세계 1등인 것은 기술이 최고여서가 아니라 사용자 경험에 가장 집착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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