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휘발과 실시간 종속성은 정체성이자 최대 단점
클럽하우스가 요즘 핫하다. 비슷하게 핫했다가 빠르게 사라진 서비스가 2015년의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미어캣이다. 힙스터들의 축제 SXSW에서 소개됐고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이후 유튜브, 페이스북 등 대형 SNS 기업들이 같은 기능을 내놓으면서 자취를 감췄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트위터 네트워크에 올라탄 방법은 영리했지만 라이브에 집중된 서비스 구조가 문제라고 생각된다. SNS는 각 유저 간 링크 숫자가 많을수록 전체 네트워크의 가치가 올라가고 유저는 서비스에 롹인된다. 그런데 라이브 방식은 동시 접속한 사람들끼리만 연결될 수 있기에 네트워크 확장성이 떨어진다. 인터넷의 장점은 시공간을 초월해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인데 실시간 서비스는 공간은 초월하나 시간에는 종속된다. 반면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는 유저가 이미 만들어 놓은 콘텐츠를 기반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시간종속성이 없다.
콘텐츠가 쌓이지 않고 휘발되는 경우 SNS 플랫폼이 아니라 유틸리티에 머물게 될 가능성이 높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카카오톡, 틱톡 등 성공한 SNS는 이미 쌓여있는 수많은 콘텐츠가 후발 경쟁 서비스로부터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경제적 해자가 될 수 있다. 반면 컨텐츠가 쌓이지 않는 유틸리티 서비스는 후발 경쟁 서비스의 공격에 대응할 방법이 녹록치 않다. 마치 스카이프가 줌과 같은 후발 서비스에 빠르게 대체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과거 영상통화 서비스는 앱을 설치해야 했기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설치한 스카이프가 경제적 해자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앱설치가 필요없는 웹 기반 줌이 나오면서 스카이프의 성벽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클럽하우스도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다. 컨텐츠를 저장하지 않기에 경제적 해자가 생기기 어렵다. 네트워크 확장성도 다른 SNS보다 약하다. 후발주자가 등장했을 때 원조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 외에 다른 경쟁우위가 무엇이 있을까? 유튜브는 미어캣의 실시간 스트리밍 기능을 손쉽게 흡수했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어렵다. 오히려 정제된 콘텐츠가 쌓이는 오디오클립에 클럽하우스 기능이 붙는 방식이 가장 이상적인 구조가 아닐까?
클럽하우스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포문을 연 멋진 서비스다. 하지만 수많은 대형 플랫폼들이 앞다퉈 클럽하우스의 기능을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페이스북, 유튜브와 같은 대형 플랫폼에 대항해 클럽하우스가 어떻게 경쟁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