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 영상의 바이럴이 만들어 내는 플라이휠
셀레브리티 영상판매 플랫폼 '카메오'의 창업자 스티븐 갈라니스는 듀크대 졸업 후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옵션 트레이더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 그리고 그 복잡성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경험이었다. 다재다능했던 그는 트레이더 생활을 하면서도 영상 제작 활동을 병행했다. 유명 프로듀서인 삼촌을 통해 알게 된 마틴 블렌코와 함께 TV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2015년 스티븐이 링크드인으로 이직했을 때 마틴은 스포츠 에이전트 일을 시작했다. 마틴에게는 카시우스 마쉬라는 NFL 풋볼 선수가 클라이언트로 있었다. 이 선수는 B급 선수였고 스폰서도 없었다. 이 암울한 상황은 오히려 마틴이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내는 동기가 됐다. 어느날 마틴은 아들이 태어난 친구를 축하해주고 싶었다. 그 친구는 카시우스의 팬이었다. 마틴은 카시우스에게 전화해서 득남한 친구에게 보내는 축하 메시지 동영상을 찍어 보내달라고 했다. 영상을 본 마틴의 친구는 뛸듯이 기뻐했다. 마틴은 이 얘기를 스티븐에게 해줬고 스티븐은 여기서 사업 기회를 포착했다. (https://youtu.be/xXlB_3jlBnc)
그들은 카시우스 사례를 통해 유명인이 돈을 받고 고객이 원하는 영상을 찍어 보내주는 서비스 '카메오'를 구상했다. 이 때쯤 데본 타운젠드 CTO도 공동창업자로 팀에 합류했다. 스티븐은 링크드인을 퇴사하면서 같은 팀의 상사에게 카메오에 대한 투자를 부탁했고 50만 달러의 시드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퇴사하는 날, 링크드인 팀원들에게 자신의 창업팀에 합류하라는 메일을 보내기까지 했다 -_-;;)
1. SNS 등 미디어 기술의 발달에 의해 과거보다 훨씬 많은 셀레브리티들이 생겼다.
2. 서로 다른 니치 영역에서 유명한 셀레브리티들이 많다. (롱테일 마켓)
3. 셀레브리티들은 그들의 유명세를 충분히 수익화 하지 못하고 있다.
창업 초기 창업자들은 카메오를 팬들이 셀레브리티로부터 모든 맞춤형 경험을 구입할 수 있는 마켓 플레이스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X 금액으로 Z 사람과 Y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정해진 돈을 지불하면 셀리브리티와 통화는 물론 원하는 트윗을 시키고 심지어 페이스타임을 키고 함께 낚시를 하는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 스티븐 갈라니스
하지만 MVP 실험을 통해 결국 고객 맞춤형 영상에 집중하기로 했다. 특히 처음 대박 경험을 만들어 낸 풋볼 선수 카시우스의 동영상의 요소들을 어떻게 하면 단순화 할지 고민했다.
1. 최초 아이디어 - 다양한 셀레브리티들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돈을 벌게 하겠다.
2. MVP 실험 - 프로 운동 선수들이 고객 맞춤형(샤라웃) 영상을 통해 돈을 벌게 하겠다.
3. Product Market Fit - 다양한 셀레브리티들이 고객 맞춤형(샤라웃) 영상을 통해 돈을 벌게 하겠다.
비록 이 결과가 니치마켓에서 시작해서 확장해 나가라는 스타트업의 격언을 위배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크게 성공한 몇몇 스타트업들의 사례를 지나치게 일반화 한 생존편향의 결과가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은 있다. 한대 쳐맞기 전까진... 타이슨의 명언이 떠오르는 대목)
1. 마틴은 아직도 카시우스를 클라이언트로 두고 있었다. (카시우스는 카메오의 초기 투자자이기도 하다.)
2. CTO인 데본 타운센드는 숏폼 동영상 플랫폼이었던 바인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했다. 그의 영상은 심지어 9억 뷰가 될 정도였다. 더불어 그는 인터넷 상에서 다른 유명인들을 알고 있었다.
카메오 팀이 프로 운동선수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카시우스는 카메오의 첫번째 고객이 됐다. 그들은 카시우스에게 25달러에 맞춤형 영상을 만들어 준다는 카메오의 광고 트윗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숨죽여 기다렸지만 한시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은 실망했다. 특히 카시우스는 너무 쪽팔려서 분노했다. (25달러라는 푼돈에 가오를 팔았다는 생각...) 그러다 한 사람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
"제 딸 일레인의 생일을 맞아 카시우스에게 축하 영상을 받으려고 하는데 카메오에서 결제가 안됩니다."
그들은 해당 문제를 해결한 후 일레인의 생일에 카시우스의 축하 영상을 보내줬다. 30분 후 카메오 팀은 일레인의 아버지에게서 일레인의 리액션 영상을 받을 수 있었다. (https://www.wsj.com/video/fan-of-nfl-player-cassius-marsh-reacts-to-cameo-video-he-made-for-her/C32CF075-158E-43DF-9BE5-573A6858C629.html)
일레인의 리액션 영상을 본 뒤 나는 왜 스티븐과 마틴이 어려움 속에서도 카메오를 포기하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4개월 동안 갖은 고생 끝에 처음 만든 25달러의 매출이었다. 이는 단순 첫 매출이라는 마일스톤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그들이 다른 프로 선수들을 카메오의 서비스 공급자로 합류시키는 데 필요한 한줄기 빛 같은 레퍼런스였다. 더불어 부채에 허덕이는 셀레브리티들이 돈을 벌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가설을 증명한 것이다.
첫 영상의 성공을 레퍼런스 삼아 프로 운동선수들을 모으려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운동 선수들이 원하는 스폰서십과는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카메오는 유명하지만 부자는 아닌 셀레브리티가 필요했다. 인플루언서였던 CTO 데본은 딱 그런 사람을 알고 있었다. 데본의 룸메이트였던 코디 코는 바인에서 32억뷰 영상을 가지고 있었고 바인이 망하고 나서는 유튜브로 옮겨 35만 구독자를 가지고 있었다. 유명하기는 하지만 큰 돈은 벌지 못하는 애매한, 그래서 카메오가 딱 원하는 그런 타깃이었다.
데본과 코니는 인스타그램에 맞춤 영상 광고를 올리고 댓글로 달리는 요청에 맞춰 찍은 영상을 카메오 링크로 만들어 보냈다. 연애 1주년 축하, 생일 축하, 제품 포스팅 등을 데본은 1달러, 코디는 3달러를 받고 해줬다. 이용자들은 너무 좋아했고 가격을 5달러, 10달러, 20달러, 심지어 100달러까지 올려도 주문은 끊이지 않았다. 수요가 명확히 증명되자 그들은 (지금은 망한 숏폼영상 플랫폼) 바인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을 최대한 끌어 모았다. 스포츠 선수에 국한하지 않고 셀레브리티 전체를 타깃으로 하자 이번에는일이 너무나 쉽게 풀렸다.
카메오 플라이휠의 흥미로운 점은 (기업이 아닌) 일반인들이 셀레브리티의 재능을 널리 퍼뜨리는 데 돈을 낸다는 점이다. 그리고 각각의 영상은 셀레브리티가 다음에 올리게 될 영상의 광고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에게 선물하기 위해 셀레브리티에게 맞춤영상 제작을 의뢰한다. 해당 영상을 받은 B는 리액션 영상을 만들어 각종 SNS에 올려 자랑한다. 그럼 B의 SNS 친구들이 해당 영상에 찍혀 있는 카메오의 워터마크를 보고 다시 고객이 된다. 이건 어디서도 듣도 보도 못했던 네트워크 효과다.
이 리액션 영상이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 특히 콘텐츠 추천형 SNS에 공유된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된다. 셀레브리티의 구독자 수 이상의 훨씬 많은 사람들에게 영상이 도달하기 때문이다. 셀레브리티의 축하 영상과 함께 나오는 리액션 영상은 기존 팬들을 넘어 훨씬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기 때문에 셀레브리티 입장에서도 자신을 세일즈 할 매우 좋은 기회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노출시키는 행위는 셀레브리티의 브랜드를 강화하고 다음번엔 더욱 큰 수익을 가져온다.
2021년 카메오는 소프트뱅크 등 탑티어 VC로부터 10억달러 가치에 1억달러 투자를 받으면서 유니콘이 됐다. 카메오는 2020년 1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25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이는 2019년 대비 4배 성장한 것이다.
최근 카메오는 B2B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2020년 B2B 선물 플랫폼인 센도소와 제휴했다. CRM 회사 Gong.io의 온라인 컨퍼런스 사례도 주목할 만 하다. Gong.io은 그들의 온라인 행사를 홍보하기 위해 HBO의 드라마 '실리콘밸리'에서 백만장자 투자자인 러스 한네만 역을 맡은 크리스 디아만토풀로스를 카메오를 통해 고용했다. 그는 해당 영상에서 "나야, 러스 한네만! 그리고 Gong은 세일즈의 모든 것이야!"라고 말한다. (Gong의 고객층 중 상당수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일 것이고 이는 좋은 선택으로 보임)
설립된지 6년이 지나 카메오는 팬이 셀레브리티로부터 모든 맞춤형 경험을 구입할 수 있는 마켓 플레이스를 만들겠다는 초기 비전에 다시 도전한다. '카메오콜'이라는 기능을 내놓은 것이다. 팬이 그들의 아이돌과 가상공간에서 만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일종의 영상통화 기능이다. 이제 막 카메오 스토리의 2막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