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자루를 진 남편 등에 건배
연애 때였다. 신랑이 엄마 심부름을 잠깐 가야 한다며,
트렁크에 있는 쌀자루만 집에 갖다 두고 놀자고 했다.
뭘 해도 좋았던 때라 알았다며 신랑 집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금방 갔다 올게” 하며 20 키로 쌀자루를 한쪽 어깨에
턱 올리고 발랄하게 뛰어가는 신랑의 모습에 난 반했다.
이상한 포인트였다.
그래서 예전에 ”마님, 돌쇠는 유~”
하는 식의 영화가 유행했던 것인가.
(19금 글은 아니다)
여전히 우리 신랑은 결혼 7년 차에도 쌀자루를 변함없이
아깨에 올리고 걸어간다.
살아보니 신랑의 건강함은 여러모로 고마운 일이다.
나를 지켜준다는 느낌이 있고, 자신의 건강을 잘 챙기고 있는 일은 우리가 아직은 어디를 구애받는 것 없이 잘 다닐 수 있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것 같다.
그렇다고 둘 다 아예 병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신랑은 오랜 고도 근시에 녹내장을 얻었고
나는 오랜 방송 생활에 힐을 신고 버티는 작업을
10 년 넘게 했더니 발바닥 염증을 얻었다.
틈날 때마다 개그를 치는 우리 부부는
”안보이기 전에 많이 봐야지, 못 걷기 전에 많이 걸어야지”
하며 그날이 절대 안 왔으면 좋겠단 마음으로 서로 위안한다.
근데 그게 도움이 된다. 한번 웃고 한 번 더 열심히 살겠다는 다짐이 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일찍 지병을 얻은 것이 고맙다고 말한 기억이 있다.
덕분에 자신은 두려워서 꾸준히 건강관리를 했고 지병이 없던 친구들은 담배에 술에 막살았다는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서로에게 일찍 온 지병을 잘 관리해서
앞으로도 함께 어디든 작은 어려움을 갖고도 함께 잘 나아가았으면 좋겠다.
어쨌든 아직 “턱” 들어내는 쌀가마니는 내겐 귀여우니,
그걸로도 7년에 결혼생활은 잘살고 있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