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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omi Feb 11. 2020

불평할 자격이 없다

따뜻한 라디오를 진행하는 마음의 자세

올해로 라디오라는 직업에 몸담은  17년이 되어간다.

생각해보면 20대부터 내가 향해가는 40 대까지, 남자 친구가 없었던 적은 있어도, 끼니를 거른 적은 있어도, 라디오 방송을 거른 적은 없다.

예전에는 방송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일을 해왔는데,

세월이 지난 지금은 함께 나이 들어가는 일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시라도 말을 하지 않으면 입이 근질근질한 나에겐

어쩌면 정말 딱 맞는 천직 같은 직업이다.


올해로 6 동안 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

라디오 매체의 가장  장점은 따뜻함이다.

누가  무얼 먹었고 누가 무슨 옷을 입었고 누가 남편과  싸웠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게 라디오의 힘이다.


나는 6년간 나의 프로그램 속에 많은 청취자들의 번호를 외우고 있다고 자부했다. (매일 문자 보내주시는 청취자들이  많다, 글 잘 쓰는 분은  많다.) 그리고 그분들은 이걸 좋아하고 저걸 싫어한다 하는 성향까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아는  그분들이  알아주는 것에 반도 되지 않는 단걸 어제 알았다.

청취자를 만나는 코너가 있어 직접 취재를 나갔더니, “아참 커피 못 마신댔지?” 하며 생강차로 음료를 바꿔 주시고 

“며칠 전에 호박죽 먹고 싶다더니만!” 하며 가방에서 직접 쒀온 호박죽을 꺼내시고, “ 간식으로 먹어하며 매년 곶감을 보내주시는 그분들의 마음을  갚을 길이 없다.

이렇게 만나는 고마운 분들과의 인연은 감동을 넘어 고개가 숙여지게 한다. 내 남편과 내부 모도 가끔 잊는  취향을 이렇게 생각해주고 내 말에 귀 기울여주는 누군가가 어딘가에 있다는 .

이것이 나에겐, 정규직이 아니라도 견디게 하는 힘이 아닌가 한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따뜻함을 느끼고 사는 것만으로도 나는 불평할 자격이 없다. 그저 감사로 매일 두 시간을 책임지고 울렸다 웃겼다 진실되게 하는 것이,  임무다. 오늘도 나는 떠들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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