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 미련 없는 어느 30 대 여자
잠자리에 큰 미련이 없는 나는 잠으로 행복을 느끼는 편이 아니다.
일어나 움직여야 생산 적이라 생각하고 스스로 누운 게으름을 지양하는 피곤한 인간이다.
어릴 때는 새벽이 신문을 요란하게 넘기시는 아버지 인기척에 늘 숙면을 취하지 못했고(보기보다 예민) 20대에는 불안한 내 인생이 두려워 뻑하면 새벽에 깼다.
결혼 후 한 숙면을 취하나 했는데 신랑의 장렬한 코골이로
이대로 사람이 귀가 찢어질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며 난청 같은 현상을 경험하기도 했다.
생전 잠이 고프지 않은 내가 잠에 대한 욕망을 품은 건 아이를 낳은 후였다. 날 닮아 두 시간도 숙면을 취하지 않는
아이를 보며 나는 정말이지 토할 것 같았다.
누군가 나에게 잠 고문을 해오면 모든 걸 실토 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때의 미련 이후 잠에 대한 행복은 아직도 잘 모른다.
자야 하니까 눕는데 한번 깨면 또 새벽이든 언제든 앉아있다. 세상모르고 잤다는 사람이 부럽고 눈떠보니 오후 더라 하는 사람은 신기하다. 경험한 적이 없어서.
너무 유연하지 못했던 건 아닐까.
내식대로의 방향에 맞춰 뛰어가느라 자면서도 뛰고 있었던 건 아닐까. 약간 나 스스로가 불쌍하단 생각도 든다.
덕분에 많은 걸 경험하고 산다는 즐거움과 자부심이 있지만 따땃한 아랫목에서 좀 뒹굴러도 괜찮다고 나 스스로에게 좀 다독여 주고 싶다. 그만하면 열심히 해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