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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발라드 Sep 14. 2021

파리 발라드 5. 몽마르트

소확행

2021년 9월 4일 토요일 몽마르트 산책


뜨내기 워홀러였던 나에게 파리에 대한 그리움을 심어준 몽마르트.


하루는 몽마르트 투어 진행 전 시간이 조금 남아 당시 1등 바게트 빵집이었던 '라 파리지엔느'에서 막 나온 바게트를 사 먹은 적이 있다. 그런데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쫄깃 짭조름하면서 고소하고 따뜻한 맛이 마치 막 나온 가래떡을 먹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치즈나 쨈도 없이 그냥 맨 바게트를 입천장이 지도록 얼마나 열심히 먹었는지 모른다.

결국 투어를 진행하는 동안 바게트에 취한 건지 향수에 취한 건지 그날따라 유난히 골목 사이 햇살 어찌나 반짝이던지 그때 몽마르트한테 반한 것 같다.


몽마르트 이름은 프랑스어로 산 mont(몽)+ 순교자 martyr(마르티)에서 유래되었는데 파리의 첫 주교였던 생드니가 처형당한 곳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혹은 그리스 로마 신화 전쟁의 신, 마르스 신전이 있었던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사실 걸어서 5분-10분이면 금방 올라가는 작은 언덕으로 파리에는 높은 건물이 없어 하얀 사크레퀘르 성당이 자리 잡은 몽마르트 정상에만 올라가도 파리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데 그래서 언덕 계단은 항상 연인들, 여행자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다.


몽마르트의 숨겨진 또 다른 매력은 바로 뒷골목이다. 교에서 파리로 편입된 것이 오래되지 않아(19세기 중반) 높은 파리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 살았동네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르누아르, 드가, 피카소, 고흐, 툴르즈 로트렉과 같은 인상파 화가들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어 산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빵집에서 구입한 크로와상과 커피를 마시며 동네 벤치에 앉아 있으면 그들의 세상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배고팠지만 꿈과 열정으로 그림을 그리고 시를 썼던 그들. 

종일 작품을 팔지 못했지만 저녁 선술집에 보여 함께 와인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서로 위로해주었을 공간.

그 공간을 스쳐간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 슬픔과 기쁨이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 우리에게 전달되는 듯싶다. 그래서 몽마르트에 가면 괜히 기분이 좋다. 


우리에게 낭만이 있다고 그리고 지금도 할 수 있다고 속삭이는 몽마르트, 

이런 몽마르트 산책은 지친 일상생활 속 소확행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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