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자유로운 시간(추석연휴)이 생겨서 읽다가 쟁여 둔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한때는 책을 너무 좋아해서 블로그 아이디를 수불석권이라고 쓸 정도였다.
책을 많이 읽으면 반드시 도전하는 것이 책을 쓰는 것인데, 나 또한 졸작이지만 책 세 권을 지은 작가로 등극했다. 그런데 현재는 책이고 글이고 쓸 여력이 없다. 벌여둔 사업을 성공시켜야 하는 중압감에 밀려 책과 글에 관한 관심이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책은 가끔 읽고 있다. 한 달에 한 권 정도는 읽고 있다. 예전보다 턱없이 부족한 분량이다.
현재 읽고 있는 책은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 쓴 ‘왜 일하는가’이다.
책을 선정할 때는 현재 처한 상황이나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해서 통찰을 얻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게 나타난다. 나는 요즘 일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발전이 없는 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회의감이 들었다.
사실 이 책은 예전에 읽었다. 그때는 그리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쉰이 되어 읽을 때는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 속에서 자신이 하는 일에 전념할 수 있고, 또 즐기며 사랑까지 할 수 있을까?
함께 입사한 동료까지도 혀를 차며 회사를 옮기기까지 했던 그 회사를 어떻게 끝까지 다닐 수 있었던 것일까?
작가는 이런 모든 질문에 한 마디로 일축한다. 배수의 진을 치고 모든 걸 걸었다고….
작가의 그 당시 나이는 20대 후반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뭐든지 한 가지 일에 인생을 걸고 전념하는 모습은 존경을 넘어 고귀하기까지 하다.
돌이켜보면 내 젊은 시절은 그런 열정이 없었다. 눈치만 보다가 이렇게 나이를 먹었다.
그러나 마지막 기회라 여기고 현재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 일로 여기고 깊이 빠져 보기로 마음먹어본다.
억지로 한 일이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날을 맞은 이나모리 가즈오가 되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강경태 한국 CEO 연구소 소장 추천의 글 중 책의 내용을 잘 요약한 부분이 있어 필사해 본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대확 졸업 후 실업난이 극심하던 때, 대학 은사의 도움으로 고압초자 생산업체에 취업했다. 그러나 그 회사는 만년 적자에 이직이 심해, 그곳에 남을지 그만둘지 수없이 자문했다. 당시 미개척 분야인 파인세라믹 연구도 즐거울 리 없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자신이 맡은 일에 집중하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마음을 잡았다. 그렇게 채찍질하자 일이 열정으로 바뀌었고, 일을 사랑하는 경지에 이르렀으며, 파인세라믹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자리 잡게 되었다.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50년 넘게 한 가지 일에 매달리며 꾸준하게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하는 일이 좋아지도록 스스로 마음을 다스렸기 때문이다.
저자는 일이 고난을 치유하는 만병통치약이라고 말한다.
열심히 일할수록 내면이 견고헤지고 인격이 수양된다고 강조한다. 또한 처음부터 운 좋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좋아하고 매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자신이 맡은 일에 무아지경으로 집중하고 몰입하면 잠재의식의 숨어 있는 힘이 열린다고 언급하면서, 그때 일의 핵심을 간파하는 능력과 문제 해결 역량이 최고로 상승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