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못 쓰겠고
언젠가부터 글쓰기가 너무 어렵다.
예전에는 그냥 이런저런 떠오르는 생각만 잘 정리해서 그냥 쓰곤 했는데,
요즘은 떠오르는 생각이 별로 없어서인지,
아니면 뭔가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키보드 두드리기가 벅차다.
퇴사 후 놀면서 책 보고 글 쓰며 놀아야겠다 생각했지만,
그 논다는 것조차 그렇게 녹록지 않은 게 지난 십수 년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어서인지
가만히 있는 게 더 어렵다.
하루하루 연결해 보겠다고 매일 일기를 쓰기는 썼는데,
일기 같은 뻘글은 역시 혼자 보는 곳에 써야 제맛이다. 어디에 올리거나 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문제는 혼자서 뻘글을 쓰다 보면 생각이 아주 안드로메다를 향해 떠난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배설하는 느낌은 좋다. 그런데 뒤에 남는 게 없는 느낌이 든다. 다 싸버려서인가.
그래서 어차피 쓸 거면 브런치에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약간은 정제된 마음으로 쓸 수도 있거니와 뭔가 쌓았다는 약간의 뿌듯함도 드니까.
여기까지가 오늘의 아무 생각이었는데,
사실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쓸모 있는 글 쓰려다 보니 아무것도 못쓰겠다.
이게 전부다.
그런데 내가 뭐가 있어야 쓸모 있는 글을 쓰지.
쓸모 있는 글 쓰겠다고 뭐 이것저것 연구할 것도 아니고,
뭐 오래된 경력이나 전문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ㅋㅋ
뭔가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도
그놈의 '쓸모' 강박에 빠져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다.
이러다 인생 끝나겠어요...
그래도 글에 쓸모가 있긴 있어야겠죠..??
만약에 누군가라도 이런 걸 읽는다면, 그 사람의 시간을 가져간 거니까.
어느 정도의 책임감은 가져야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쓸모를 찾긴 찾아야겠는데,
매일 쓴다고, 갑자기 쓸모가 나타나지는 않겠구나.
이게 결론이다.
그래서 그냥 생각날 때마다 여기다 쏟아내야겠다.
네이버 블로그는 아무래도 그 갬성이 좀 덜하단 말이지...
그리고 사람들이 덜 보게 하려면 여기가 더 좋다.
결론이 났으니 이제 실행에 옮길 차례.
내일 다시 와야지.
이번에는 좀 더 진득이 쓸 수 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매일 쓰다 보면, 어느 날 쓸모 같은 게 나타날 수도 있겠지.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