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서'라는 말을 붙일 때마다.
뭔가 께름칙한 기분이 드는데,
지금까지 말한 건 안 솔직했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가급적이면 안 쓰려고 함에도 불구하고,
이게 또 뭔가 대화나 글에서
몰입감을 덧붙여 주는 역할도 있고 하다 보니,
안 쓰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정말 '솔직히'말하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게,
그저 일반적인 강조의 의미로
전락해 버린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여하튼,
솔직한 것이 좋다.
정직한 것이 좋다.
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진짜 '솔직히 말하기'는 꽤 어렵다는 얘기다.
눈뜨고 코베이는 요즘 세상에서,
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했다가,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르니까'.
그래서 점점 어려워진다.
뭔가 말할 때도, 글 쓸 때도,
포장을 해야 할 것 같고.
포장을 잘해야 잘한 것 같고.
근데 나는 포장을 잘 못한다.
못하는데도 열심히 노력은 해본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좋아도 아주 좋지는 않은 척
싫어도 아주 싫지는 않은 척
억지로라도 노력하다 보니
어느 정도 능숙해지긴 했다.
익숙해졌다는 말은 아니다.
뭐 더 하다 보면 언젠간 익숙해지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그럭저럭 지내는데.
문제가 생겼다.
좋아도 싫어도 티 안 내고,
그냥저냥 모난 거 없이
무난한 사람으로 지내다 보니까.
뭐가 좋은지 뭐가 싫은지 나도 모르겠다.
누구 한 명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
기분 상하면 안되니까.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아요.
따위의 '완벽한' 말들만 하다 보니,
좋던 게 싫어진 건지, 싫던 게 좋아진 건지
원래 좋아하던 건지, 원래 싫어하던 건지
뒤죽박죽
손해 안 보겠다고, 상처 안 받겠다고,
어영부영 알맹이 없는 말이나 헤대고 있다 보니
내 속이 비어버렸다.
솔직히 말해서,
어차피 내 속이 비든 말든
누가 뭐 상관이나 하겠냐만은
이러면 내가 재미가 없다.
그게 제일 큰 문제.
그만 솔직히 말하고, 그냥 말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