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14 by 누들
안녕하세요, 누들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제 이름으로 된 글을 쓰는 것 같아요. 오늘은 기사를 정리한 글이 아닌 떠나는 인사를 드리러 찾아왔습니다.
제가 행간읽기를 처음 알게 된 것이 2014년 1월, 행간읽기가 2013년 6월쯤 공식적으로 시작되었으니 저는 꽤 초기 구독자인 셈입니다. 그즈음 저는 기자가 되고 싶었던 졸업 3년 차 백수였고, 행간읽기를 보며 정말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어요. 당시에는 매일 아침 7시 시사 이슈를 정리해서 메일로 보내주었는데, 그게 시사 흐름을 파악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거든요. 요즘은 뉴스레터의 홍수라고 할 만큼 정말 다양한 조직에서 이메일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행간읽기처럼 정보를 모아 보내주는 곳은 거의 없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새롭고 혁신적인 시도였죠.
행간읽기에 마력에 빠져 구독자에서 열독자로, 그러다 2015년엔 필진으로 활동하며 본격적으로 행간읽기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2015년 6월 3일, 제가 쓴 첫 글의 제목은 “2015년 대한민국에서 청년으로 산다는 것”이었어요. 88만 원 세대에서 달관 세대까지 당시 청년들을 부르는 신조어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던 때였어요(그 현상은 지금도 마찬가지인 걸로 보아, 언론의 꾸준한 떡밥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글을 써왔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저의 글을 공개한 것은 아마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떨리는 마음으로 첫 글을 발행하고, 저는 여러 명의 독자에게 바로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씁쓸한 현실과 동시에 위로를 느껴보는 기사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왠지 고단하고 눈꺼풀이 무겁지만 힘낼께요!! 포기하지 않는 청년이 되어야겠어요!”
“며칠 동안 기사를 못 보다가 오랜만에 봤는데, 내용도 좋고 곳곳의 사진도 좋아서 메일 드립니다. 필력이 좋으신 것 같아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행간읽기 필진에 메일을 보내는 것도 처음이네요. 앞으로도 좋은 기사 부탁드립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때 어찌나 기쁘고 설렜는지 몰라요. 이 기쁘고 설렌 마음은 급기야 멀쩡히 잘 일하고 있던 저를 퇴사의 길로 인도하고… 글 쓰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살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그 이후 꾸준히 저는 회사 일과 행간읽기를 병행해 왔어요. 2017년에는 베이징판다, 프로기님에 이어 3대 발행인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어깨가 조금 더 무거워지기도 했고요. 새 발행인으로서의 포부는 엄청났으나(!)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하는 게 늘면서 저의 글이 발행되는 주기가 점점 길어지더니, 급기야는 아예 못쓰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됐고요. 그때부터 저의 마음속에 독자분들 또 함께 행간읽기를 꾸려나가는 필진분들에 대한 미안함이 자라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제 욕심에 끙끙대며 끌어안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있었고요.
저는 이제 독자로 다시 돌아가려고 합니다. 3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필진으로, 그리고 또 그중 2년은 발행인을 맡으며 정말 감사했습니다. 앞으로 행간읽기는 키다리님이 발행을 맡아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주실 예정이에요. 독자 중 한 명으로 무척 기대하는 마음입니다. 여러분도 앞으로 꾸준히, 행간읽기를 응원해주시길 바라며,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