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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리 Jul 24. 2018

1904, 흐르는 섬 가덕도_김소희님

대항마을 김소희님

인터뷰 영상 링크


https://youtu.be/X5jKsaQaJ2s










김소희 (88세) / 여성 - 1931년생 _ 카쿠레요!

     

어르신, 해방 맞을 때 몇 살이셨어요?

아마 열네 살, 그 정도 됐을 거야. 우리가 소학교 다닐 때 카쿠레요! (일본어-숨으라는 뜻)하면 숨어서 굴 밑에 들어가고 그랬거든. 학교서 공부하다가도 담을 넘고 학생들이 다 달리는 거라. 배에서 폭탄을 쏴 가지고 대항에 있는 왜놈들도 죽고 그랬어요. 폭탄 쏘는 걸 보면 바로 먹을 거 싸서 굴 안에 들어가 있고 그랬어요. 일본이 패하고 나니 미군 놈들이 들어와 가지고 동네 처녀들 잡으러 다니는 거야. 숨을 곳이 없어서 어느 할머니 집에서, 젊은 사람하고 둘이 이불을 덮고 납작하게 누워있으니까 미국 사람이 문을 열고 안에 사람 없다고 그냥 가더라고. 둘이서 안고 울다가 해지면, 군인들 가고 나면 나가자 해서 몸을 안 뺏기고 살았어요. 그 당시에 미군들이 우릴 잡았으면 우리는 절단 났어요. 그걸 겪은 사람들은 다 돌아가고 내 하나만 남아 있는 거라.

     

소학교 시절은 어땠어요?

외양포라는 마을에 왜놈들이 있었어. 미국 사람이 오면 싸우라고 훈련을 시켜주데. 처음엔 신발이 없어가지고 맨발로 하다가 나하고 셋한테 신발 세 켤레가 배급이 나왔더라고. 훈련하는 애들만. 운동화를 신고 가덕 운동 마당에서 훈련을 하는데 신을 신어 놓으니 잘 되더라고. 한창 훈련 받고 우리 집으로 넘어오고 그랬어요. 같이 훈련 받던 둘은 이제 나이 많아서 돌아가셨고 나 혼자 남아 있는 거라.

     

형제는 어떻게 되세요?

아들 둘, 딸 셋 중에서 둘째예요. 다 돌아갔어요. 여동생 하나 남았는데 그 여동생도 치매 기가 있어서 병원에 다니는 거라. 그래서 여기 오지도 못 해. 친정집에서부터 고생을 했어. 가족들 먹여 살린다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같이 살았거든. 우리 아버지가 배 타다가 부딪혀서 늑막염이 생겨 40살에 돌아갔어요. 우리 엄마가 겨우 서른 몇 살이었는데. 그때부터 우리가 고생을 했는 거라. 돈벌이가 없어가지고 산에 가서 나무하고 개발하고 해서 남동생 공부 시켰어요. 동생은 부산상고 나왔어요. 얼마나 머리가 좋은지. 그런 남동생도 칠십 몇 살에 돌아갔어요. 그래 놓으니 내가 즐거운 세상을 못 봤어요.

 



결혼을 하고 나서 형편이 나아졌나요?

서로 형편이 비슷했어요. 그래도 우리 할배 똑똑했어요. 인물도 괜찮고. 우리 할배도 돈벌이가 없어서 조그마한 오두막집에다가 돼지, 닭, 소, 염소를 키워서 연명을 하고, 자식들 공부도 시키고 그렇게 살았어요. 시어머니는 멀리 사니 별로 볼 일이 없는데, 친정 엄마가 가까이 사니 많이 도와줬어요. 집집마다 음식 쓰레기, 보리 쌀 뜬 물 같은 걸 모아 와서 짐승들 먹이는 거라. 엄마가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나는 산에 나무 하러 가고 개발 하러 가고, 엄마는 애들 다섯 다 키워주고.   

     

자식은 다섯이나 낳으셨어요?

- 딸 네 명에 아들 하나. 애들 보러 가고 싶어도, 멀미를 해서 버스를 못 타. 애들보고 데리러 오라고 하지. 자식들도 바쁜데 와서 날 데리고 가서 목욕시키고 머리도 하고 병원도 데리고 가고 이러는 거야. 내 혼자서는 못 다녀요. 요새도 밤에 누워있으면 오만 개 생각이 나서 울다가, 우리가 옛날에 하던 노래 부르다가 그래그래 세월을 보냅니다. ‘若い 血潮の 予科練の 七つ ボタンは 桜に 錨 今日も 飛ぶ飛ぶ 霞が浦にゃ でかい 希望の 雲が  湧く (젊은 피가 솟아오르는 소년항공요원의 7개의 단추는 벚나무 꽃의 닻. 오늘도 날고 있는 가스미가우라 호수에는 크나큰 희망의 구름이 용솟음친다)’ (일본 군대가 해군비행예과연습생을 모집하기 위해 선전목적으로 만든 ‘젊은 독수리의 노래’) 이런 노래를 혼자 부르고 그래요. 밤 되면 너무너무 한심해서 노래 부르다가, 울다가. 잠이 푹 안 들어요. 잠이 들면 잊고 잘 건데, 잠이 안 들어.

     






다시 태어나면 어떻게 살고 싶으세요?

좋은 부모 만나서 내 하고 싶은 대로 한번 살고 싶어. 이번에 태어난 건 하고 싶은 대로 영 못했어요. 그래도 이제 뭐 바랄게 있노. 자식이나 손주나 잘 살면 더 바랄게 없지. 그래도 내 살아생전에 버스 타고 자식 집에도 가보고, 시내나 한번 둘러보는 게 소원이라면 소원이지요.        

     

  






1904, 흐르는 섬 가덕도

     

기획  부산광역시 강서구 문화체육과

발행처 부산광역시 강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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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김유리

원고  김유리

영상  문창현

사진/업로드 박준혁

     

제작총괄 다양성 출판사 키스더북스

 40308 부산시 수영구 장대골로7번길 51 월드파크 1-1001

 tel.010-4016-4920(대표)

     

     

     

     

*이 영상에 딸린 텍스트는 저자, 부산광역시 강서구청,

다양성출판사 키스더북스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이 영상의 모든 인터뷰는 인터뷰이와의 동의 하에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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