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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용신 Feb 20. 2024

남들과 다른 길을 가고자 했던 나의 20대

하지만 결국 같은 길로 가게 될 것을 알게되기까지.

나는 일을 하는 이유가 크게 3가지 라고 생각한다.


돈을 벌기 위해, 명예를 얻기 위해, 그리고 권력을 얻기 위해.


돈을 버는 건 생계와 나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함일 것이고, 명예는 내가 이 자리에 올라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였는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권력은, 내가 하고싶은 일을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결정권이라고 정의했다.






-20대 중반, 하는 일이 즐거웠던 곽용신에 대해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동아리를 하면서 너무나도 큰 돈들이 비효율적으로 활용된다고 느꼈다. 특히 장소나 부족한 인원에 대한 유료객원 섭외, 악기를 배우기 위한 레슨학생 섭외 등 적지 않은 돈이 움직이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돈을 쓰는 고객이면서도 아마추어라서 콘서트홀조차 제대로 빌릴 수 없는 현실.


나같은 고민을 하는 다른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무작정 전국 각 대학에 있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들에게 페이스북으로 연락을 보냈다.  처음엔 17개 오케스트라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중에는 42개 까지 불어났다. 우리의 자기소개는 전공이나 학번이 아니라 어떤 악기를 하고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소개가 되었다. 함께 모여 고민을 나누고 성공사례를 나누고 서로가 서로의 힘듬을 공감한다는 자체에서 즐거웠다. 


그리고 우스갯 소리로 회장들끼리모여 연주회를 만들면 재밌겠다는 이야기를 하였고 나는 그 우스갯 소리를 현실로 만들기 시작했다. 

회장들이 아니라 각 동아리에서 책임감있고 악기를 잘하고 좋아하는 친구들이 교류 할 수 있도록 연합공연을 함께 만들어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에는 모든 것이 즐거웠다.

사람들을 만나고, 콘텐츠를 만나고, 정보를 모으고, 다양한 공공기관 사람들이 나의 말을 경청해주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에 연락을 받아 대학생과 함께 하는 플래시몹을 DDP에서 진행하고, 예술의전당에서 정명훈 지휘자님과 함께 특별한 앵콜 무대를 만들기 까지. 그 경험은 나에게 있어서 추진력과 그에 따른 성공이 주는 말도 안되는 성취감을 알려주었다.







-20대 후반, 작은 성공으로 나의 능력을 과대 평가한 것에 대해서


이러한 달콤한 성취감을 맛본 나에게 졸업 후 취직 준비 생활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도전적이지 않은 길로 보였다. 
  

“남들이 간 길을 내가 또 간다고? 아니 나는 길을 만들거야. 나는 할 수 있어”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졸업하고 시작한 회사는 지인들과 함께 시작한 스타트업 공연기획사였다.  이 때는 막연히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욕심과 스타트업을 시작해서 성공시킴으로서 얻게 되는 명예,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권력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제일 컸던 욕심은 내가 하고 싶은 걸 펼쳐나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일에 대한 권력이었다. “
 이미 아무것도 없던 백지 상태에서 대학생이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만들어냈던 나이기에, 뉴스에서 인터뷰하는 젊은 문화 CEO가 곧 나의 미래가 될 것만 같았다. 

처음엔 순조로웠다. 다양한 기업과 콜라보하고, 재미난 공연과 이벤트를 하나 둘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학교 동아리와 회사생활은 달랐다. 

돈이 계속 들어간다. 취미로 시작한 동아리는 돈을 쓰는 생활을 효율적으로 만든 것이었지만, 회사는 돈을 벌지 못하면 안되었다. 

나 혼자만의 돈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적자가 나고, 사람들과의 갈등이 많아지고 점점 콘텐츠를 만들기 어려워졌다. 좋은 마음으로 함께 일을 시작했던 친구들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 믿었던 사람과 크게 싸우고 다시는 인생에서 만나지 말자고 서로 이야기하였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과 지금까지 내가 모았던 돈 + 가족들의 일부 지원금을 모두 날리고서야 내가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힘든 마음을 달래고자 다른 친구들을 만나면 친구들은 언제나 부러워했다.


“너는 네가 하고싶은 일을 하자나. 부럽다.”

“용신이야 뭐 한다면 하는 사람이니까!”

“이번에도 다른 곳이랑 같이 공연만든다며! 역시 대단해”


나는 그날 집에 돌아와 울지도 못하고 이불속에 들어가 퀭한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 20대의 끝자락, 나의 실패를 인정하게된 건에 대해서


스타트업을 하기에 부럽다고 말하는 친구들의 이야기.

주위 친구들의 대기업 입사소식.

그 때 나에게 느껴지는 불안감과 공허함.

아무것도 얻는 것도 없고, 그 어느 것도 남은 것이 없는 생활.

너무나도 힘들었고 더 이상 집에 돈을 벌리고 싶지도 않았다.


29살을 맞이한 해 10월.

30살이라는 시간까지 단 두 달만을 남겨두고 나는 스타트업을 그만 두었다.

아무 소속이 없는 백수.


아침에 일어나 카페로 나가 이력서를 써보고

집에 돌아와 게임을 하다가 밥을 먹고 잠드는 생활


단 한 번도 그렇게 생산성없는 시간을 가져 본적이 없었다.

이렇게 무기력했던 적이 없었다.


나는 나의 실패를 인정하게 되었다.

그렇게 서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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