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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웅 Feb 05. 2022

파이로프로세싱은 핵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을까?

 ‘태양광(재생에너지)을 둘러싼 몇가지 사실들’에서 썼듯 한국에는 고준위방사성물질폐기장이 단 한 곳도 없다. 

https://brunch.co.kr/@brunchgpjz/34 

 사용후핵연료는 고스란히 원전에 보관중이다.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이미 저장용량의 97.1%가 찼고, 해마다 9백톤씩 늘어나고 있다. 원자력발전에 관한한 우리는 화장실 없는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고온야금법이다. 금속을 높은 온도(보통 섭씨 8백도 이상)로 높여 물리적, 화학적 성질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원전과 관련해 쓰일 때는 사용후핵연료에서 핵물질을 분리해 고속로에서 태울 수 있는 핵연료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사용후핵연료에서 고방사능 물질인 세슘과 스트론튬을 분리하여 별도 보관하고, 플루토늄 등의 초우라늄 물질(TRU)을 분리해 고속로에서 태워 없애면서 전기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을 옹호하는 쪽 주장은 이렇게 하면 사용후핵연료 대부분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직접 영구처분하는 것에 비해 고준위폐기물 처분장 면적을100분의1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방사능 독성도 1,000분의1로 낮아져 관리기간을 30만년에서 300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꿈으로 끝난 고속증식로, 몬주의 좌절  


 일본 후쿠이현 쓰루가시에 있는 고속증식로 몬주는 한때 '꿈의 원자로'로 불렸다. 기존의 원자로가 우라늄의 0.3%정도만 핵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데 반해, 몬주는 나머지 99%의 우라늄과 사용후핵연료에서 나오는 플루토늄을 혼합해 재사용할 수 있어 효율성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꿈의 원자로’ 몬주는 2018년부터 철거중이다. 해체작업에만 30년이 넘게 걸릴 예정이다. 필요한 총비용은 3천7백50억 엔, 약 3조9천억 원이다. 원자로에 투입된 핵연료와, 냉각제인 액체 나트륨(또는 소듐, 나트륨은 소듐이라고도 불린다)을 어떻게 처리하는가가 관건이다. 액체 나트륨은 반응성이 대단히 커서 물에 닿기만 해도 폭발한다. 

 일본정부가 한때 꿈의 원자로였던 몬주를 결국 포기한 것은 사고가 너무 잦고, 애초 계산과는 달리 경제성도 없었기 때문이다. 몬주는 95년 8월 첫 가동을 시작한 뒤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실제 가동한 시간을 모두 합해도 1년을 넘기지 못한다. 가동한 첫해인 95년 12월 나트륨 유출사고가 났다. 십여년에 걸쳐 누설 대책 공사를 완료하고 2010년 5월 운전을 재개했으나, 그해 8월 원자로 용기내의 중계장치가 원자로 안으로 추락해 다시 운전이 완전중단됐다. 결국 일본정부는 필요한 안전대책을 모두 갖출 경우 비용이 과다하게 들어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2018년 폐로를 확정했다. 몬주 원자로에는 2조 엔 이상이 투자됐다. 가동 중단된 상태로 현상 유지하는 데만도 해마다 100억 엔(약 1,440억 원)이 들었다. 

https://ko.wikipedia.org/wiki/몬주_(원자로) 


 한국에서도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는 오랫동안 이뤄졌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국과 미국은 2021년, 지난 10년 간에 걸친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 공동 연구를, 두 기술의 타당성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끝낸다고 발표했다. 10년동안 8천억에 가까운 연구비 예산을 쓰고도 타당성이 있는지를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10140.html 


 이 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한국과 미국 어디에서도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미 두 나라가 10년간이나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도 타당성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상 타당성이 없다는 것을 말하는 외교적 언사에 가까워 보인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대부분의 나라들이 고속증식로 연구를 중단한 상태다.  


중수로의 사용후핵연료는 여전히 남는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대책으로서 파이로프로세싱이 가지고 있는 더 근본적인 한계도 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경수로에서 사용된 사용후핵연료만 처리할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의 절반이 넘는 중수로의 사용후핵연료는 처리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https://newstapa.org/article/_D2JL


 즉, 파이로프로세싱과 고속증식로가 설사 성공한다고 해도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절반은 여전히 처리할 길이 없이 쌓일 수 밖에 없다. 여기에다 파이로프로세싱 과정에서 세슘과 스트론튬이 나온다. 이들은 '죽음의 재'라 불릴만큼 지독한 독성을 가지고 있다. 3백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 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해마다 세슘과 스트론튬 총 보관량의 10만 분의 1 정도가 지하수에 녹아드는 것을 막을 수도 없다. 파이로프로세싱은 고준위방사성물질 처리의 대안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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