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거대한 미스매치를 벗어나자
디지털 대전환기입니다.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이 세상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대 전환기에는 세상의 질서가 바뀌어 뒤쳐져있던 나라가 앞서기도 하고, 앞선 나라가 뒤쳐지기도 합니다. 이 대전환에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그만큼 변화가 심대하다는 뜻입니다. 지금 우리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중의 격돌은 그 본질에서 볼 때 이번 산업혁명기의 패권을 둘러싼 기술패권전쟁입니다. 그러므로 디지털 대전환 전략은 곧 국가 안보와 관련한 국가 최상위 전략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엄청난 속도의 변화속에서 소외되진 않을까 걱정이 있습니다.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고, 우리 회사가, 우리 나라가 경쟁력을 잃어 도태되지는 않을까 걱정도 있습니다. 한편으로 소프트웨어는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기왕에 있던 것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특히 인공지능(AI)은 모든 것에 적용하는 범용기술로, 놀라운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세계 최초로 용광로에 인공지능을 적용해 하루 240톤의 쇳물을 더 만들어 냈습니다. 연료투입량도 줄이고, 무엇보다 불량률을 크게 낮췄습니다. 네이버가 인공지능을 활용해 만든 클로바노트는 몇시간 분량의 회의 녹음을 순식간에 속기록으로 만들어 줍니다. 데이터를 분석해 순찰하는 경로를 바꿔 범죄를 더 줄일 수 있고, 교통신호를 몇배나 더 편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 도전의 시간, 이 대전환의 시간을 다시 없을 도약의 기회로 만들 수 있습니다. 미래의 대한민국이 인공지능과 알고리듬이 득세해 인간을 소외시켜 버릴 디스토피아가 될 것인지, 인간을 위하는 기술로 만드는데 성공해 더 쉽고 더 편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줄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2개의 거대한 부조화
산업화시대의 제도와 후발추격국의 프레임을 벗어나자
디지털 대전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우리 앞에 놓인 2개의 부조화를 해결해야 합니다.
첫번째는 디지털의 시대를 산업화 시대의 제도와 프로세스로 맞고 있다는 것입니다. 규격화와 대량생산에 최적화된 주입식 암기교육이 미래 세대의 발목을 잡고,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법과 제도가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선진국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후발추격국의 전략과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1970년대 개발도상국의 사고방식과 태도, 역량으로 디지털 대전환기를 맞을 순 없습니다. 연구개발은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바뀌어야 하고, 국제 표준도 앞장서 선도해 나가야 합니다. 민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관이 여전히 국가주도의 개발전략을 펼치려고 해서도 안됩니다. 선진국에는 선진국의 전략과 태도가 필요합니다.
1) 정부부터 디지털 대전환
무엇보다도 정부가 바뀌어야 합니다. 정부부터 디지털대전환을 해야 합니다. 범정부의 디지털 전환을 총괄할 디지털전환책임자(CDxO)를 임명해 산업화시대, 후발추격국의 관성에 젖은 제도와 프로세스를 일신하고, 신속한 디지털대전환을 이루겠습니다.
① 네이버 카카오만큼 쓰기 편한 공공서비스
정부의 공공서비스는 네이버와 카카오 못지 않게 쓰기 편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공공서비스 전체가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드릴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국민에게 접근성, 형평성, 안전성, 투명성과 반응성이 보장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장애인, 약자에 대한 배려는 설계단계부터 이뤄져야 합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적절히 표현했듯이 정부가 시민들로부터 근거도 없는 시간세를 거둬서는 안됩니다. 국민의 시간을 빼앗을 권리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② 원칙있는 데이터 개방 / 페어(FAIR)해야 데이터다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시민의 참여를 더욱 이끌어 내야 합니다. 정부의 모든 데이터들은 반드시 페어(FAIR)해야 합니다. 검색할 수 있고(Findable), 접근할 수 있으며(Accessible), 호환성을 갖추고(Interoperable), 재사용할 수 있어야(Reusable) 합니다. 당연히 기계로 처리할 수 있어야(Machine readable)합니다.
마스크앱의 성공사례에서 보듯이 정부가 플랫폼이 돼 데이터와 자원을 제공하고, 시민사회와 함께 사회를 발전시켜나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정부가 이렇게 데이터를 개방하면 재난상황이 올 때 네비게이션에서 자동으로 도로통제를 피해 길을 안내해줄 수도 있고,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대학생 장학금 정보를 대학교의 시간표 어플을 통해 안내받을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이재명 정부에서 만드는 모든 행정문서는 생산단계부터 데이터 기준에 맞게 작성되고, 개방되도록 하겠습니다. 세금으로 만든 데이터들은 개방이 기본이 돼야 합니다. 개방과 공유, 표준이 새 정부의 디지털 전환의 기본원칙이 될 것입니다. 투명성이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낼 것입니다.
③ 다양성이 경쟁력이다 / 공무원 채용의 다양화, 전문화
디지털 대전환기는 보다 다양하고 전문적인 인재들의 협업을 요구합니다. 공무원들이 의사결정을 독점하던 산업화시대, 후발추격국시대의 관행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고 주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문가가 필요한 일에는 한 명을 개방형으로 뽑는게 아니라, 개방형 조직 즉, 팀단위로 개방형을 시행하고 거기에 걸맞는 권한과 예산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뉴욕시가 미국의 스마트시티 1등이 된 데는 ‘데이터와 인공지능과 관련한 의사결정은 반드시 민간이 한다’는 원칙이 있었습니다. 순혈이 아니라 혼혈이, 다양한 이종의 융합이 창의적인 정부를 담보할 것입니다.
4 민간 클라우드 우선!
클라우드는 디지털 대전환과 인공지능 시대의 필수 플랫폼입니다. 우리도 행정공공기관 클라우드 전환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공무원들은 정작 자신은 클라우드를 쓰지 못하면서 클라우드산업 활성화정책을 수립하는 안타까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채택 속도를 높이겠습니다. 특히 ‘민간 클라우드 우선’정책을 펼쳐 국내 클라우드산업의 발전을 이끌겠습니다.
2) 국가 핵심 전략기술을 탄탄하게
실패를 자산으로, 사람을 키우는 R&D
디지털 선도 국가로서의 위상에 걸맞게 핵심 전략기술 R&D 체계를 탄탄하게 정비하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디지털 대전환 전략은 곧 국가 안보와 관련한 전략이 됩니다. 기술주권을 확립하고 과학기술 강대국의 실현을 위해 국가 CTO격인 과학기술혁신 부총리제를 도입하며,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① 국가 핵심기술 자산 관리 (National Core Technology Asset) /핵심기술을 발굴하고 정부가 먼저 마중물이 되어 시장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전체 과학기술 로드맵을 관리하며 정부 주도의 R&D가 필요한 영역을 합리적으로 도출하겠습니다. 매년 1회 기술 로드맵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공식화하고, 로드맵 설정 배경, 현재 위치, 그리고 과거 3년과의 로드맵과 비교하며 방향성의 변화 등 로드맵 전반을 공유하며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부가 먼저 새로운 기술의 시장이 되겠습니다. 미 국방부에만 6백여 개의 AI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미 정부는 향후 5년간 15억달러를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인공지능 프로젝트에 투자할 계획이기도 합니다. 미 정부는 산하의 많은 조직들에 새로운 기술을 먼저 써보게 함으로써 대전환의 마중물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국방, 보건, 복지, 에너지, 국토교통… 여러 분야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먼저 시장이 돼 핵심기술을 발전시키겠습니다.
② 국가 핵심기술 인력 관리 (Human Asset for Core Technology) /사람에 투자한다는 원칙 하에 고급 과학기술자를 키우겠습니다.
핵심 과학기술 인재 및 민간 기업 풀(Pool)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습니다.
현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자 주도의 기초연구 지원을 더욱 강화해 박사후 과정 혹은 젊은 연구자들이 마음놓고 연구할 수 있는 R&D 기반을 확충하겠습니다. 또한, 이들의 연구가 끊김없이 후속 연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성장 단계별 맞춤형 R&D 지원 체계를 만들겠습니다.
세계 수준의 해외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겠습니다. 세계는 지금 인재 유치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중국은 천인계획을 만인계획으로 확대해 해외의 고급인재들을 무차별 포섭하고 있습니다. 이민의 나라 미국은 물론, 영국, 캐나다,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이 고급 인재 영입을 위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해외 우수 과학기술자들에게 지원의 문호를 개방해 전세계의 인재들이 모여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고급인재를 위한 체류 비자와 거주 지원을 대폭 확대하겠습니다. 남방과 북방, 동유럽의 여러 인재들이 대한민국으로 몰려들어 상호공영의 가교역할을 하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③ R&D 운영체계 관리(Operational Excellence for R&D) /과학기술자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신뢰에 기반한 R&D 체계를 구축하겠습니다.
국가 R&D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겠습니다. 개별 민간 기업이 수행하기에 기간 및 투자규모가 너무 큰 R&D, 당장의 사업성은 없지만 원천기술로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기술, 성공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가 필요한 연구들을 국가 R&D 과제로 추진하겠습니다.
성공률이 대단히 낮은 원천기술 R&D 지원에 적극 나서겠습니다. 실패를 소중한 자산으로 받아들일 때 선진국이 됩니다. 프로젝트가 아니라 사람에 투자한다는 개념으로 지원하겠습니다.
R&D 행정을 간소화하여 연구자들이 영수증에 풀이나 붙이는 일에 매달리지 않고 R&D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신뢰에 기반한 R&D 체계를 구축하겠습니다. 선발할 때 동료들의 피어 리뷰를 엄격히 거치는 대신 중간 검증과 심사는 최소화하며, 비용 활용에 있어서도 최대한 유연성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악의적인 연구비 전용, 또는 연구결과 조작 등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문책하고, 원 스트라이크 아웃으로 다시는 국가 지원을 받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3) 디지털 대전환에 맞설 능력을 키우는 생애교육
자율과 분권으로 다양성과 창의성을 살리고,
생애교육으로 디지털 대격변에 맞서자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현재의 교육체계는 산업화시대에 최적화돼 있습니다. 국가주도형 주입식 암기교육으로 디지털대전환을 맞이할 순 없습니다. 입시가 교육의 목표인 사회는 미래가 없습니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인재가 필요합니다. 교육 혁신은 그러나 교육제도의 변화만으로 이뤄낼 수 있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사회적 안전판을 제대로 갖춰 무한경쟁의 압박을 낮춰줘야 합니다. 입시가 더이상 지옥이 아닐 때 비로소 학생들은 자신의 미래를 대비하는 공부를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적성을 찾는 공부를 하고, 즐거이 운동을 하고, 소프트웨어를 익히고, 취미를 만들며, 평생을 함께 할 귀한 친구들을 사귀게 될 것입니다.
① 교육 거버넌스의 재편
산업화시대의 교육부의 역할과 디지털시대의 교육부의 역할은 달라야 합니다. 규격화, 표준화, 대량생산의 산업화시대에 최적화된 지금의 중앙집중적 관료주의 방식으로 디지털 대전환시대에 필요한 창의성과 다양성을 확보하기는 어렵습니다.
전문가, 교사, 학생/학부모, 산업, 정치/행정이 참여하는 국가 교육위원회에서 교육의 미래가치 등 핵심적 방향성을 정하고, 초중등교육은 교육청이 주도하며, 대학에 대해서도 정부는 학위 인정 절차에 대한 관리만 담당하며 최대한의 자율을 인정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공교육은 교육청과 교육부가 맡고, 생애교육은 노동부 등이 맡는 현재의 단절된 형태는 이런 시대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때문에 정작 고등교육기관인 대학교가 생애교육에서는 배제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학과 산업 간의 경계를 낮춰서 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반드시 필요한 재교육/전환교육, 미취업자 교육을 대학에서 재학생과 같이 들을 수 있게 하겠습니다. 정부가 먼저 교육비를 내고, 취직 후 반환하는 휴먼캐피털과 연계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으로 지방 대학이 재정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학위 제도의 다양화로 노동자도 마이크로 디그리(Micro Degree)와 같은 학위를 취득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실험실습비를 내지 않은 비이공계 학생들이 비싼 이공계 수업을 듣는데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을 정부가 지원함으로써 융합인재를 더 많이 길러내도록 하겠습니다.
기업의 교육 투자와 교육기관에 대한 기부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습니다. 모든 교육 지원은 교육기관이 아니라 학생에게 바우처로 제공해, 학생이 선택권을 가지도록 함으로써 민간 교육기관들의 경쟁과 교육의 질 향상을 유도하겠습니다.
② 기초과학, 인문학의 보루 국립대학교
디지털 대전환기를 맞아 과학, 기술, 공학, 수학 이른바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쪽 정원이 크게 늘어나야 합니다.미국은 스템뿐 아니라 물리학과 졸업생도 최근 들어 2배가 늘었습니다. 우리는 대학 열 곳중 일곱 곳에 물리학과가 아예 없습니다. 양자컴퓨터도, 최첨단 반도체도 물리학이 없이는 할 수가 없습니다. 전국의 국립대가 기초과학의 보루가 되고, 지역 산학협력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디지털 전환 시대에 필요한 인문학 연구를 위하여 권역별로 공학과 인문사회학의 협력 연구 프로그램을 만들겠습니다. 인문사회학의 통찰이 없이 디지털대전환을 맞이할 수는 없습니다.
③ 국가적 소프트웨어 교육 역량의 확대
디지털 대전환기의 교육은 급속한 기술변화와 길어진 수명에 대응해야 합니다. 인생 초반의 공교육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너무도 중요합니다. 교육 과정에도 적극 반영되어야 하고 교육 방법의 획기적인 변화도 필요합니다.
초중고의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교육 시간을 대폭 늘릴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도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분야 교원이 턱없이 모자랍니다. 지역별 격차도 대단히 심각합니다. 서울, 경기, 대구는 70% 이상의 정보교사를 확보하고 있지만, 대전과 부산, 충남북과 제주는 50%가 안되며, 심지어 강원과 전북은 30%도 안됩니다. 현재 사범대 컴퓨터교육과 (전국 8개)는 1년에 겨우 200명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500명 수준으로 정원을 확대해야 합니다. 한시적으로 전공자의 편입 확대도 허용하고, 컴퓨터공학 전공자들의 수업 참여도 허용해야 합니다.
디지털 기반의 역량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기존의 주입식 지식전달 교육이 아니라, 지식과 역량, 경험을 중시하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선생님은 지식의 전달자 역할을 줄이고, 학생들의 협업 학습 경험을 늘려주는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문제 풀이 중심의 교육에서, 문제를 잘 찾고, 문제를 정의하고, 주어진 문제를 진짜 문제로 만드는 교육, 토론과 협업을 통해 팀으로 배워가며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 경험을 갖게 하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4) 디지털 권리헌장이 필요하다
디지털 접근권은 기초인권이다
<디지털 권리 헌장>을 만들겠습니다.
모든 국민이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을 평등하고 자유롭게 사용할 권리는 이제 기초인권이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모든 디지털 정책과 법률, 비즈니스와 활동, 시민 활동과 일상에서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과 국민의 디지털 권리를 선언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자의 증가, 인공지능 알고리듬을 통한 여론의 양극화, 가짜뉴스의 범람,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를 사지 못하는 취약계층 자녀의 원천적인 기회 박탈,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의 소외, 교묘한 피싱 범죄의 폭증 등 디지털 전환의 부작용은 심각합니다.
한편으로 모든 경우에서 디지털 서비스만을 사용하도록 강제해서도 안됩니다. 디지털을 쓸 수 없는 분들을 위한 아날로그 수단을 함께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국민이 또다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아날로그 수단을 보완적으로 제공하겠습니다.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포용의 출발은 아날로그에 대한 존중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믿습니다.
국민 모두가 차별과 배제없이 디지털 세상의 사회•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과 역량을 갖추어 디지털 기술 발전의 혜택을 고르게 누릴 권리, 개인이 갖는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권리, 정책과 서비스 원칙의 투명성, 개인 정보 사용에 대한 명시적인 동의 과정, 안전과 보안, 책임과 의무, 혐오와 폭력적 극단주의로부터의 자유 등을 포괄하는 권리 헌장을 만들어 새로운 디지털 민주 사회의 기반이 되게 하겠습니다. 다음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일년 안에 전 국민이 동의하는 과정을 통해 디지털 권리 헌장을 제정 공표할 것을 약속합니다.
5) 법률도 디지털 대전환
새로운 기술을 포용하는 입법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여러 법체계들이 디지털 대전환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전수조사를 해 디지털 대전환에 맞게 신속하게 법을 고치겠습니다.
예를 들어 국세기본법은 국세 정보를 오직 과세하기 위한 용도로만 수집한다라고 하고 있어서 데이터로 활용할 길을 막고 있습니다. 사업자등록증 데이터도 물어보면 진위확인만 해줄 정도입니다. 복지예산을 쓰는 지방정부가 돈을 쓰고도 수혜자의 소득 개선에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도 이때문입니다. 국세청의 소득 데이터를 통해 여러 복지정책들이 실제로 수혜자의 삶을 얼마나 개선하고 있는지를 바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면 얼마나 복지예산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겠습니까. 디지털 대전환기의 정부는 이처럼 데이터가 정책으로 되먹임돼 갈수록 나아지는 인텔리전트 정부가 돼야 합니다.
국민들 체감으로 가장 와닿는 것은 아마도 사법부의 판결문 공개일 것입니다. 판결문만 제대로 공개가 돼도 판결간의 모순은 없는지, 양형의 불평등은 없는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판결을 돕는 인공지능의 개발도 판결문이 공개돼야 가능합니다. 영어, 중국어로 된 인공지능 솔루션이 속속 나타나고 있지만 한국어 솔루션이 없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디지털 대전환기에 맞도록 판결문 공개의 법 근거를 마련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기술이 나타났을 때 정부가 취해야 할 원칙을 세우겠습니다. 우리는 공인인증서와 액티브엑스에서 잘못된 판단으로 온국민이 오랫동안 고통을 받아야 했던 전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특정 기술을 법에 못박아서는 안됩니다. 그 기술이 갖추어야 할 조건들을 명시하되, 어떤 기술이 쓰일 지는 소비자와 시장이 판단하게 해야 합니다. 국제 표준을 준수해 무역에도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고, 관련한 책임을 반드시 명기해 애꿎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법이 법 집행 기관이나관료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지지 않고, 디지털 시대 시민의 편의와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는 형태로 만들어지는 환경을 만들겠습니다.
많은 '육성'과 '지원', '진흥'정책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관리', '규제', '등록', '인가'의 모습으로 바뀌어 갑니다. 모든 규제법은 한시법으로 일몰제가 원칙이지만,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다 특별법이 일반법이 되고 조직법으로 남는 관행도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이들 육성, 지원, 진흥책들을 점검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들을 없애고 바꾸는 원칙을 정립하겠습니다.
6) 미래 경쟁력의 기초, 인프라와 생태계
인프라를 스마트하게! 생태계를 강하게!
디지털 대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기술과 산업 전반에 걸친 국가 인프라 투자를 대대적으로 확대하겠습니다. 정부의 이런 선제적 투자가 시장을 만들고 민간의 투자를 이끌어 디지털 르네상스를 불러오는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자율주행차와 원격의료 등이 네트워크에 물리는 초연결의 시대에는 통신망의 단절이 곧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재난으로 발전합니다. 네트워크 장애와 보안위협을 예측관제하고, 자동으로 제어하고 복구할 수 있는 인텔리전트 네트워크를 구현하겠습니다. 현재 5G망의 커버리지는 85개시 면적 대비 40% 수준입니다. 세계최초로 상용화한 5G망의 커버리지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공무원들의 스마트한 업무환경 구현을 위해 5G 국가망을 구축하겠습니다.
산업 도메인별 특화서비스를 위한 엣지AI컴퓨팅, 5G MEC(Multi-Access Edge Computing) 융합서비스를 발전시키고, 6G와 양자통신 등 차세대 네트워크도 기술 선점을 할 수 있도록 투자를 집중하겠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은 곧 마이크로 발전입니다. 곳곳에서 이뤄지는 발전을 포용하기 위해서는 지능적인 스마트그리드와 재생에너지 고유의 간헐성 극복을 위한 에너지 저장장치가 필수적입니다. 신재생에너지에 걸맞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백본을 갖춰 대한민국의 산업경쟁력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떠받치겠습니다.
자율주행차 시대에 맞춰 스마트도로, 고해상도맵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상하수도, 공동구, 에너지시설물, 방범, 방재 등 노후화되어 가는 SOC에 디지털과 네트워크, 인공지능을 접목하여 새로운 스마트 디지털 SOC로 업그레이드하겠습니다. 재난 구조 및 구급 요청, 화재, 자연재해, 생활 안전등 다양한 사건 사고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초정밀 사물인터넷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위한 실시간, 양방향 관제 시스템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겠습니다.
이번 정부에서 시작한 데이터 댐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습니다. 금융, 제조, 교육 분야 등 다양한 분야의 AI 데이터셋을 구축해 AI 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겠습니다.
생태계로서 강력하게!
인공지능은 독자적으로서보다는 기간의 산업들과 융합할 때 빛이 납니다. 포스코의 AI 용광로도 인공지능 스타트업에게 기꺼이 현장을 열어주고 데이터를 공개해준 탁월한 협업의 결과였습니다. 반도체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만의 TSMC가 파운드리에서 우리의 삼성전자를 따돌릴 수 있는 것은 대만의 생태계가 우리를 월등히 능가하기 때문입니다. 파운드리는 수많은 팹리스와 패키징 회사들, 대학의 연구진과 함께 성장합니다. 대만의 교수들이 14나노미터급의 첨단 반도체를 만들며 논문을 쓸 때 한국의 연구자들은 샘플 제작을 하러 대만으로 날아갑니다. 그만큼 우리 생태계가 취약합니다.
디지털 선진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의 산업정책은 곧 생태계 육성정책이 되어야 합니다. 소부장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대중소기업간 공정거래와 상생을 확실히 챙기겠습니다. 팹리스와 패키징, 파운드리가 함께 꽃피는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겠습니다. 인공지능정책은 AI+X를 핵심에 놓고, 기존산업과 인공지능 스타트업의 결합을 촉진하겠습니다. 기존 산업의 엔지니어들이 인공지능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지원체계를 만들고, 인공지능 스타트업들이 협업 파트너를 찾을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7) 디지털 선도국다운 기술 외교
기여해야 선진국, 표준을 제정해야 선진국
선진국으로서, 디지털선도국가로서 국격을 보여줄 때입니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한국이 막대한 소프트파워를 가졌다고 말합니다. 그가 말하는 소프트파워는 강압이나 거래가 아니라 매력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는 능력입니다. 나이 교수는 다른 국가를 도와주거나 다른 나라의 학생들을 받아들이는 정책들을 통해 한국이 더 탁월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선진국으로서 그리고 디지털선도국으로서 우리의 경험과 역량 그리고 우리 청년들의 진취적 기상을 담아 전지구적 아젠다와 글로벌 디지털 격차 해소에 기여하는 모범을 보이겠습니다.
나라의 크기에 비해 국제간 협력과 교류가 매우 미흡했던게 사실입니다. 과학기술은 갈수록 대형화, 복합화, 시스템화돼가고 있습니다. 핵융합발전이나 강입자가속기, 달착륙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협정처럼 단일 기업 또는 단일 국가만으로 감당하기에 어려운 일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경제규모와 발전수준에 맞게 국제공동연구에 적극 참가함으로써 대한민국과 인류의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겠습니다.
글로벌 표준의 제정작업에 활발히 참여해야 합니다. 연구비 펀딩이 필요하다면 돈을 대서라도 우리의 발언권을 확보해야 하고, 미래의 표준에 주도권을 놓지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는 건국 이래 최고의 기회를 맞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습니까. 도전의 시간, 이 대전환의 시간을 다시 없을 도약의 기회로 만듭시다. 디지털과 인공지능을 인간을 위하는 기술로 만드는데 성공해 미래의 대한민국이 더 쉽고 더 편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최고의 나라가 되게 만듭시다! 대한민국의 최전성기는 디지털과 함께 올 것입니다.
* 지난 대선때 IT업계의 존경하는 분들과 함께 정리했던 우리나라 IT계의 과제와 해결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