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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시 Feb 12. 2020

새 역사를 썼다

국뽕이 차오른 어느 날의 생각

"새 역사 썼다"

1월 28일 낮 12시 경의 네이버 실시간 베스트 3위 검색어였다.

이렇게 실검이 문장으로 이루어진 게 흥미로워 도대체 새 역사를 쓴 주체가 누구인가 클릭을 해보았다. 

상위 검색 결과는 대략 BTS의 그래미 무대 진출과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시상식 노미네이트 기사로 이루어졌다.





BTS와 봉준호, 국위 선양의 아이콘


BTS는 17년도부터 3년 연속 미국 빌보드뮤직 어워즈 수상의 영예를 안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그래미 어워즈에서 무대를 장식했다. 

봉준호 감독과 영화 기생충은 5개월째 각종 해외 시상식을 휩쓸고 다니고 있고 올해는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같은 주요 상을 비롯한 4개 부분에서 수상했다.


그동안 한국 문화의 위상이 얼마나 드높은지, 반대로 외국 시상식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체감한 적이 별로 없었다. 한국 연말 시상식도 챙겨보지 않는데 당연히 미국 음악 시상식인 빌보드나 그래미가 어떤지는 거의 몰랐다.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해서 칸, 오스카 등 몇몇 해외 시상식의 이름 정도는 들어봤었다. 

어떤 시상식에서 어느 작품이 어느 상 후보에 올랐고, 그중 내가 봤던 영화는 무엇인지 정도를 훑어보면서 "음.. 내 안목은 아카데미 급이였군!" 따위의 망상을 하는게 전부였다.


대형 국가, 기 선진국들과 달리 대한민국은 오랜 시간 선진국으로서 주류의 세상에 속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따금 우리나라 출신 스타나 공인들이 세계적인 인정을 받을 때면 내 일이 아님에도 한껏 애국심이 고양된다. 


원체 사대주의 정신이 짙은 나는 한국 문화 수준이 높아봤자 한참 멀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배우가 세계적인 시상식에 초대를 받고 상도 받으니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다. 

집안일만 잘해도 충분한데 바깥일도 척척 해내니 더욱더 대단한 느낌.





인정받는 K문화


많은 외신이 입을 모아 그들이 이토록 빛나는 이유는, 서구 문화에 속하기 위해 본래 가진 한국적 정서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 또한 이들이 더 칭찬받아 마땅한 이유는 이런 해석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BTS는 팬덤의 출신 국가와 그 숫자만 보아도 해외 인구가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서구권 진출을 위해 영어 앨범을 만들지는 않는다. 심지어 얼마 전 콜라보한 halsey의 새 앨범 수록곡에도 한국어 랩을 그대로 실었다. 한국어는 번역을 아무리 잘해도 외국인이 이해하기 다소 까다로운 표현이 많다. 그런 언어로 이루어진 앨범만으로도 전 세계 수많은 해외 팬들에게 국내 팬 못지않은 공감과 지지를 받는다.


영화 기생충은 우리 사회에 팽배하게 자리한 계층 의식과 빈부격차를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한국인이 보아도 낯선 연출이나 소재가 많았음에도 해외 영화인들의 공감과 이목을 끌었다. 봉 감독은 골든글로브 기자회견 인터뷰 중 이 영화가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심장 같은 나라니까
논쟁적이고 뜨거운 반응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말은 언어와 국가 간 장벽을 뛰어넘는 '문화적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게 한다.





여전히 낮춰보는 시선


기생충의 압도적인 성과와 결과에 당연히 대부분의 사람은 진정성 있는 손뼉을 쳐주고 응원을 해주었다.

그러나, 아직도 미국 중심적인 태도의 일부 사람들이 때로는 실례인지 모를 질문으로 인터뷰이를 당황하게 하기도 한다. 

아래는 BTS와 기생충 사단이 각각 다른 맥락에서 다른 질문을 받았음에도 똑같은 반응을 보인 상황을 편집한 트윗의 내용이다. (브런치는 왜 트윗 embed를 지원하지 않는가ㅠ)

Q1: 미국에서 유명해져서 가장 좋은 점이 뭐야?
Q2: 영어 노래로만 이루어진 앨범을 낼 거니?
A: 그게 질문이야?..


물론 질문자가 그들을 당황하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겠지만 매 순간 기쁨을 함께하고자 하는 팬들이나 대중의 시선에는 다소 예의 없어 보일 수 있는 질문이었다.

마치 '위대한 미국에서 유명해지니 어때?'라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며 미국 네티즌들마저도 미국 중심적인 사고를 버리지 못했다며 부끄러워했다. 특히나 아카데미 시상식이 미국 지역 축제라는 오명을 벗고 세계적인 시상식으로 나아가는 이 시점에 말이다.


이 뿐만 아니다. 각종 인터뷰나 수상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영어로 대답하지 않는 것을 고깝게 보는 시선도 꽤 있다. 이것을 미국을 무시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는 점이 가장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본질


과연 BTS와 봉준호 감독이 처음부터 해외에서의 성과를 목표로 이 모든 과업을 수행했을까? 

단연코 아닐 것이다. 그저 하던 대로 하던 일을 진정성 있게 했을 뿐인데 전 세계를 놀라게 하는 업적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 좋은 음악과 무대를 만드는 것.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 

이 당연한 목표와 본질을 지킨다면 수많은 상은 당연하게 따라오는 결과 중 하나인 것이다. 돈과 명예처럼.






참고 및 출처 모음
Halsey - SUGA's Interlude (Official Audio)

영화 기생충, 미국 아카데미상 4관왕 싹쓸이.... 새로운 역사를 쓰다! (0:40)

when american interviewers hit you with dumb questions like th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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