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이 평범한 저녁 시간을 보내던 중 난데없이 울린 휴대폰 알람이 울렸습니다. 별생각 없이 열어본 메일에 순간 얼음이 되었고, 온몸에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누군가 제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로그인 시도를 했다는 메일이 두, 세 개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해킹을 시도한 곳은 미국 LA로 표시가 되었고, 본인이 아니라면 비밀번호를 변경하라는 안내가 뜨더군요. 쿵쾅거리는 가슴을 뒤로한 채 부리나케 비밀번호를 변경하였습니다.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괜찮아졌습니다. 약 4시간이 흘러 새벽 12시 30분경 잠자리에 들기 위해 누웠습니다. 그때 갑자기 울린 휴대폰 알람 소리는 느낌이 좋지 않았습니다. 아까와 동일한 곳에서 해킹을 여러 번 시도하는 메일임을 확인하고 소스라치게 놀랐고 잠은 완전히 달아났습니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꼈지요. 다시 비밀번호를 바꾸었지만 이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해커는 계속 실시간으로 해킹했고, 저는 실시간으로 비밀번호를 바꾸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고민 끝에 아깝지만 큰맘 먹고 연결된 지인들과의 과거 이력을 포기하고 계정을 삭제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인증번호가 폰으로 전송되지 않아 탈퇴마저도 내 맘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특이점을 찾기 위해 4시간 전에 왔던 메일을 살펴보려 했는데, 그 여러 통의 메일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메일이 뚫렸음을 직감하고 비밀번호를 변경해 보았지요. 그 이후로 더 이상 해킹 시도 메일이 오지 않았지만 새벽 늦게까지 쉽사리 잠들 수가 없었던 밤이었습니다. 사실 해킹을 당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노트 계정과 다른 이메일 계정도 한, 두 달에 한 번꼴로 해킹을 당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휴대폰 하나로 무엇이든 편리하게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양날의 검으로 그 편리함만큼이나 개인 정보가 유출되기 쉬운 위험도 높아진 세상입니다. 사람이든 기술이든 장점만 취할 수 있는 완벽한 상태는 불가능한 듯 보이지요. 어떻게 하면 발전하는 기술력을 잘 활용하면서도 개인 정보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 위험에 노출되는 게 두려워서 아예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 분들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화합니다. 기술력의 가치를 아는 사람만이 활용할 수 있고, 더 많은 편리함과 혜택을 누릴 수 있지요. 제가 고심 끝에 결정한 선택은 ‘나에게 필요한 편리함만 취하고 나머지는 버리자’입니다.
경영 및 마케팅 분야에서는 한 사람이 컨트롤할 수 있는 집단의 규모가 최대 150명 정도라는 뜻의 ‘150의 법칙’ 개념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수많은 메일 계정, 웹사이트, 금융권 정보, 사진, 휴대폰에 존재하는 수많은 어플들을 생각하면, 과연 한 사람이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정보는 최대 얼마나 될까요? 정답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약 30개 정도로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는 그보다 몇 배나 많은 디지털 정보를 방치하고 있으니까요.
제가 실질적으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첫째, 휴대폰 어플 중 최근 6개월 이상 로그인하지 않은 어플은 모두 삭제하는 것입니다. 어떤 작은 혜택이라도 놓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이것저것 다 가입한 맥시멀리즘을 탈피하려고 합니다. 둘째, PC에 한가득 들어있는 즐겨찾기 항목도 정리하는 것입니다. 언젠가 봐야지 했던 정보는 결국 시간이 흘러도 보지 않게 된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셋째, 가입한 웹사이트 계정을 한 곳에 정리해 두는 것입니다. 정리한 계정이 해킹당할 위험이 있으니 다른 곳에도 백업해 두어야겠지요. 넷째, 비밀번호에 규칙을 부여하여 주기적으로 변경하는 것입니다. 비밀번호를 어렵게 만들면 잊어버리기 쉽기 때문에 나만의 규칙을 부여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다섯째, 정말 중요하고 자주 쓰는 계정은 보안을 이중, 삼중으로 설정해 두는 것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엔 누구나 손쉽게 해킹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해킹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면 내 계정을 잘 기록하고, 정리해 두어야 할 것입니다. 세상이 편리해지면 편리해질수록 과거에는 전혀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위험은 지속적으로 생겨날 것입니다. 편리함에 지불해야 할 대가가 있는 것이겠지요. 세상과의 연결을 완전히 끊고 살 것이 아니라면, 디지털 개인 정보를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 이제라도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