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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caCola Dec 10. 2015

"내가 뭘하고 사는지 모르겠다"

스타트업 일기 첫번째

.

대학교 시절, 마냥 금융인을 동경했었다. 다른 경영학과 남학생들이 그랬던 것 처럼..


방학이 왔을때, 미국에 가도 뉴욕의 월스트리트를 갔었고, 영국에 가면 city of London 을 가던 나였다.


졸업할 때 쯤, 은행에 가고 싶어졌다. 은행에 지원을 했고 합격을 했다.



"자본주의가 은행 없이 돌아갈 수 있겠어? 뱅커야말로 자본주의의 꽃이지"



사실 이런 자부심은 오래 가지 않았다. 조금 힘들다가 많이 힘들어졌다. 끊임없이 쏟아져내려오는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와 수없이 많은 규정속에서 진행되는 대출심사속에서 나는 그저 오퍼레이션 머신이었다.



원래 신입때는 힘들다고 하신다. 꼭 막내때는 힘들어야만 하는걸까




"너는 좋은 학교 나왔으니깐 조금만 참으면 좋은 부서에 갈 수 있을꺼야, 경험이라 생각하고 버티렴"





이 말에 한번 속았다. 금융공학센터를 가고 싶었던 나였다. 매일매일 하고있는 일은 내가 꿈꾸는 지향점과는 많이 달랐지만, 버틴다라는 생각으로 다녀봤다.

내 주변분들은 너무 좋은 분들이었다. 지금도 나는 자신있게 얘기하지만, 사람으로 스트레스 받은 적은 한번도 없었으니까.



회사는 술의 연속이었다. 기쁜 일이 있으면 기쁘다고 술을 마셨고, 안좋은 일이 있으면 기분 풀자고 술을 마셨고, 아무일이 없으면 심심하다고 술을 마셨다. 주중에 3~4시간씩만 잤던 것 같다. 5시간이나 잤다고 좋아했던게 기억이 난다.



"공부를 해보자!!"


사비를 털어 CFA 시험을 준비했다. 주말에 공부를 나름 열심히 했다. 몸은 너무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무언가 희열이 느껴졌다. 학생때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잠을 적게 자도 졸린게 없어졌다.


그러나 나는 시험 당일에 회사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 그날 부서 봉사활동을 꼭 참여하라는, 빠지면 부서 점수가 감점된다라는 내용이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봉사활동이 끝나고 또 회식을 했다. 정신차리고 나면 주말은 다 끝나있고 출근준비를 또 해야지.




이렇게 2년이 지나가버렸다.



함께 일하는 분들이 좋아서 2년을 다닐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마음속 깊숙히 내가 바보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직이 된 친구들, 본인 사업을 하는 친구들, 만나보면 열정이 넘치는데 나는 회사 얘기를 열정을 갖고 얘기하지 못한다. 예전부터 어른들은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 하셨다. 비교하는건 본능인가보다. 항상 친구들을 만나면 마음속 깊숙히 우울함이 있었다.


"연애를 해보자!!"




.....................




결국 결심을 했다. 남자 나이 30살, 도전을 할 수 있는 나이라 생각했다. 이 회사를 나가보자!


처음엔 회사를 그만두고 전문직에 도전하려 했다. 내 일에 열정을 갖고 도전하며 살고 싶었다. 컨베이어벨트의 부속품같은 삶이 너무 싫어서, 한 분야에 미쳐보고 싶었다.


공부를 시작했고 꽤 열심히 했다. 도시락을 싸서 도서관에 다니면서 했다.  



그러던 중, 어느날 우연히 어떤 스타트업의 채용공고를 보았다. P2P 렌딩업체였다.

'이런 스타트업 하나가 은행에게 도전한다고?' 라고 생각하며 코웃음을 쳤던 기억이 있었다. 그때까지는 거대한 대기업의 보호를 받는 안락한 삶이 더 좋았나보다.


'재밌어보이네, 이런곳에는 어떤 사람들이 일할까, 천재들일까? 아니면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모인걸까?'






.......이 산업에 대한 흥미는 컸지만 스타트업에 대한 나의 이해도는 영 꽝이었다.







"얘네 아직 안망했네!?"


그리고 그들은 약간은 허접하지만 진지하게 성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뭔가 잃어버린 물건을 찾은 느낌이었다. 눈에 띄는 문구가 있었다


'은행 경력이 있으신 분'




오!!!!!!!!!!!





잘 기억은 안나지만 갑자기 공부를 멈추고 집에와서 노트북으로 뭐에 홀린 사람마냥 지원했던 것 같다.


'과연 인터뷰하자고 할까?'

'인터뷰하면 어쩌지? 난 스타트업에 어울리는 사람일까?'





이메일이 왔다.





!!!!!!!!!!!!!!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찾아보니 창업자도 신뢰할만하게 보였고, 팀의 에너지도 굉장했다.


자신감이 떨어졌다

괜히 지원했나, 개망신당하는거 아닐까


다행히 내가 갖고 있는 성격중에 하나 건질만한건, 밀어붙이는 힘이 있다는 거였다.


무척이나 떨렸지만 열심히 준비해서, 있는 내 모습을 보여줘야지 라는 생각으로 1차 인터뷰를 하러 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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