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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ng Gina Mar 26. 2019

무기력

2018.02.14

오늘은 하루 종일 무기력했다.

일지도 쓰지 않으려 했지만, 이런 모습도 기록해두는 게 맞겠다 싶어 몇 자 적으려고 한다.


오늘은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대부분 일에 관한 것들이었다.

머리가 많이 아팠고 오후에 잡혀있는 합주 전에는 별다른 일을 하지 못했다.

왜 주기적으로 이런 시간이 찾아오는지 모르겠다.

주로 너무 힘을 주고 있을 때, 실천과 의지의 균형이 맞지 않을 때이지 않을까?


별다른 일을 하지 못하다 한해 계획을 세웠다. 역시 계획은 세울 때가 제일 재미있다.

올해에 하고 싶은(할만한) 일들을 쭉 적어 내려 간 조금은 불안감이 해소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안다. 현실은 단 하나, 오늘 현재밖에 없으며 그 하루들은 대부분 지겨운 반복과 별거 아닌 일들의 연속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쌓인 시간들이 삶이 된다는 것을.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기로 했다.

이번 달이 시작되고 ‘삶의 루틴’을 ‘잘’ 만들기 위해 너무 힘을 주었다. 힘을 좀 빼고 그냥 현재에 집중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집중력을 기르는 데에 마음을 쓰려한다.


어쨌든 오늘은 하루 종일 이렇게 멍하고 얼이 빠진 채로 지냈다. 저녁을 먹고 들어와 남편이 아이를 씻기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문득 이 모든게 꿈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도 남편도 이 집도, 20살의 내가 꾸는 꿈일까? 그때 아이가 달려왔고 나는 아이를 안아서 따뜻한 난로 앞에서 로션을 발라주었다. 1분이 채 되지 않는 그 시간 동안 모든 장면이 슬로모션처럼 보였다.

두통과 멍한 정신이 빚어낸 그 순간이 한 편의 영화 같았다.


<In search of fellini 펠리니를 찾아서>

오늘 본 영화이다.

펠리니라는 영화 거장을 찾아 나선 순수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용감한 여자의 모험기이다.

전체적인 스토리나 메시지는 그다지 나의 취향은 아니지만 영화의 연출, 미장센, 연기, 메타포는 매우 훌륭했다.

비현실적인 화면 구성과 본 영화, 펠리니의 영화, 주인공에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엄마와 이모의 대화를 교차한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그러면서 영화 전반적으로 온기와 사랑이 담겨있어서 편안하지만 너무 통속적이지 않게 풀어낸 좋은 작품이었다.

여자 주인공의 캐릭터가 나의 친구와 매우 닮아서 더욱 마음이 갔다.

펠리니의 영화를 보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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