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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ng Gina Mar 26. 2019

하루의 간절함이 필요하다

2019.02.22

조금 찬찬히 글을 쓰고 싶다.

늘 후루룩 쓰고 말아 버리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요즘 내 생활이 다 그렇다.

정작 집중해야 할 것에는 집중하지 못하고 도피만 하고 있다.

이 일지를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럴 용기가 생길지 모르겠다.

너무나도 부끄러운 나의 하루...

그럼에도, 오늘도, 오늘의 일을 몇 자 적는다.


오늘은 드디어 작업실에 9:30에 들어왔다. 아침은 늘 분주한데 이번 주부터는 주안이 등원 준비를 혼자 해서 일찍 일어나도 늘 10시가 간당간당하게 도착했다. 오늘은 마음먹고 부지런을 떨었으나 도착해서 한참 동안 연습을 시작하지 못했다.

요즈음의 계획은 오전에는 아무 생각하지 말고 거문고만(전통 레퍼토리와 나의 레피 토리 모두) 연주하고 오후에는 작업을 하는 것인데, 사실 둘 다 잘 되지 않는다. 오늘은 도드리, 하현도드리, 육자배기, 산조를 연주했다. 기본 뿌리를 단단히 하고 민속악에서 찾을 수 있는 음악적 내러티브를 느끼는 데에 목적이 있었다.

마음이 분주한 것은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이다. 하지만 한 번에 하나씩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연주하는 순간에는 그 곡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한다. 문제는 한곡이 끝나고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몸도 힘들지만 정신적인 피로가 쌓이면 바로 핸드폰을 집어 든다. 이 버릇을 어떻게 고쳐야 하지..


오후에는 레나_봄을 작업했다. 일단 만들어놓은 대로 위에 멜로디를 스케치해봤는데 꽤나 상투적이다. 상투적이라는 것은 예상 가능한 흐름이라는 면에서... 거기까지는 좋은데 개성이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다. 레나_봄은 로직을 사용해서 작업하고 있다. 프로그램 사용법을 익히면서 하느라 작업이 무척 더디다. 그래도 오늘은 아르페지오를 끝까지 녹음했고, 템포를 찾는 법고 익혔고 그 위에 멜로디로 얹어봤으니 소정의 목표는 이룬 셈이다.

이번 달의 목표는 바쁠 때는 마음내기 어려운 코드 공부와 프로그램 익히기이다. 그렇게 보면 지금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이지만 속도가 너무 느린 것에 답답함을 느낀다. 거기에는 나의 게으름도 한 몫한다. 아니 두 몫은 하는 것 같다.

만약 지금이 작품 발표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다면 이렇게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정규 1집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내기로 마음먹었지만 막상 예산을 마련할 생각을 하니 갑갑하다. 나는 무엇을 위해 적자가 나는데도 계속 이 일을 하려고 하는 걸까. 적어도 그것이 당장의 수입이 아니라 음악이라면 하루를 이렇게 보내면 안 되지 않을까.


기본을 더 갖춰야겠다.

하루하루의 성실함을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매일의 간절함이 필요하다. 지금 나에게 그 간절함은 무엇일까.


이것은 나의 신성한 일이다. 음악을 만들어서 보이고 들려주고 그것으로 세상과 호흡하고 돈을 벌고 나의 삶을 만들어간다. 그러니 나는 매일의 연습과 작업을 경건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다음 연습 때는 다짐이 보람으로 바뀌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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