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효샘 Nov 09. 2021

책열아홉권을 쓰면 무엇이 달라질까#예작

작가가 말해주지 않는 것들

처음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가 2012년 겨울이었다. 그때만 해도 내가 정말로 책을 쓰게 될 거라고는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책을 써보기로 마음 먹었고, 운동하러 헬스클럽 등록하는 기분으로 가볍게 시작했다. 시작은 가벼웠으나, 결코 간단치 않은 작업이었다.


먼저 책으로 쓰려고 한 주제인 "학급경영"과 관련된 책을 도서관에서 20권 빌려왔다. 목차부터 샅샅이 훑었다. 맘에 쏙 들어오는 책이 없었다. 어쩔 수 없구나, 내가 해왔던 모든 교실 이야기를 다 정리해야지, 마음 먹고 ㄱㄴ순으로 쓰기 시작했다.


작가들은 이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리라. 그런 글은 책이 되지 않는다. 그냥 글쓰기와 책쓰기는 전혀 결이 다른 작업이다. 이걸 책을 안 써본 사람들은 잘 모르기 때문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좌절한다. 나도 이걸 첫 책을 쓰는 과정에서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땐 안타깝게도 누군가에게 조언을 들을 상황도 아니었다. 내 곁에 있는 누구도 책을 써보지 않았고, 나조차 책을 쓰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책 열 권을 쓴 뒤에 "성효샘과 함께하는 예비작가 모임"을 시작했다. 책을 쓰고 싶다는 선생님들에게 무료로 출판과 글쓰기를 가르쳐드렸다. 그게 얼마나 큰 가치를 갖는지, 출판사에 일하는 분들은 정확하게 이해했다.

"선생님, 어쩌자고 그런 일을 무료로 하세요, 어떤 작가도 그렇게 무료로 글쓰기를 강의하지 않습니다. ... "

라고 그들은 말렸다. 누군가는 친절하게 조언도 해줬다. "선생님, 똑같은 일을 하면서 백만원씩 받는 곳도 있는데, 선생님도 돈을 받지 그러세요." 상관 없었다. 나는 내 뒤에 오는 이들이 나처럼 맨땅에 헤딩하지 말라고 예작을 시작했다.


예작을 거쳐간 선생님들 가운데 책을 내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신 분들이 생겨났다.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예작에 오시는 선생님들 대부분은 나와 똑같은 과정을 거친다.

 "글쓰는 게 좋아서 책을 써볼까 싶어요",

 "글쓰는 걸 전부터 좋아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을 지켜보고 차이를 하나 느꼈다. 글을 써보고 싶었어요라고 말한 분이 아니라, "전 무조건 책을 쓸 거예요"하는 분만 책을 쓴다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마지막 문장에 점을 찍는 사람만 책을 썼다. 아니, 정확하게는, 기어이, 써냈다.


책을 쓰는 것은 글쓰는 것처럼 가볍게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책은 두고두고 읽혀지고, 평가되고, 나눠진다. 작가가 80이라면 독자가 책의 나머지 20을 완성하는 것이다. 맨땅에 헤딩하면서 쓴 첫 책 <학급경영멘토링>은 1만권이 훌쩍 넘게 팔렸다.  지금도 독자 메일이 오고, 누군가에게 읽힌다.


직장인에게 책 쓰기는 정말로 큰 자산이지만, 그럼에도 책을 내는 일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다. 책을 열 아홉 권 쓴 작가이고, 교육청에선 스프치라이터 장학사지만, 지금도 나는 글 쓰는 일이 가장 어렵다. 책을 낼 때면  항상 어깨가 먼저 망가진다. 목이 아프고 어깨가 아프다가 팔이 쓸 수 없을 만큼 아프게 되고, 그 다음은 팔꿈치에 엘보가 온다. 어제도 밤늦게 <천년손이고민해결사무소 3권_저승에 가다>을 쓰다가 엘보가 다시 왔다. 아, 더 쓰면 내일 병원가야돼, 하면서 원고를 쓰다가 멈춰야 했다.


이 과정을 나는 지난 10년 수없이 반복해왔다. 누군가 작정하고 대신 써주면 모를까, 내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게 생각보다 수십 배는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닫는 과정이 바로 책 쓰기다. 코로나로 예작을 쉰 2년 동안, 쓰고 싶었던 책 열 권을 썼다. 예작 모임을 하러 주말에 먼 길을 오가는 수고가 줄었고, 그만큼 시간을 벌었으니, 책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다.


천년손이고민해결사무소 1권 (2021, 해냄)

천년손이고민해결사무소 2권 (2021, 해냄)

천년손이와 사라진 구미호 (2021, 한솔수북)

천년손이와 사인검의 비밀 (2020, 한솔수북)

초등공부 자신감을 키워주는 알짜공책 씨앗편, 꽃편, 나무편, 열매편 (2020, 해냄)

초등공부, 스스로 끝까지 하는 힘 (2021, 해냄)

엄마와 함께하는 20분이 가장 소중합니다. (2021, 다산에듀, 11월 20일 출간예정)


<천년손이고민해결사무소 3권>을 마무리하면 예작 3기를 뽑으려고 한다. 그들 중 또 누군가는 작가가 될 것이다. ... 아름답고 멋지며, ... 한편으로는 고단한 일일 것이다. 그동안은 안 그래도 안 좋은 어깨를 아끼느라 SNS에 긴 글을 쓰거나 하는 일은 하지 않았는데, 브런치에는 책 쓰기를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여기엔 책을 쓰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말이다. 그들의 맨땅이 조금은 말랑해지길 바라며.








매거진의 이전글 보헤미안 랩소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