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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효샘 Nov 12. 2021

영어, 100번 듣고 100번 들었더니...

20분 섀도잉의 기적


오늘 코리아 해럴드에 이런 기사가 실렸습니다.

"영어 단어와 표현을 습득하는 기본 원리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잘 모르지만,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같거나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어렴풋이 뜻을 파악하고 추론하게 됩니다. 사전을 찾지 않아도 생활 속의 대사나 경험으로 뜻을 배우고 익히게 됩니다."


기사를 쓴 양승진 코리아해럴드 기자는 이렇게 조언합니다.

1) 영어 생활 환경에 규칙적이고 상시적인 노출을 해라

2) 사물, 행동, 상황을 기반으로 의미를 추론하고 습득해라

3) 지속적인 빈도 높은 표현에 노출돼야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이동한다.


그는 성인의 경우 최대한 자주 영어에 노출되는 것이 좋으나, 반복적인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또한 영어 공부 초기에는 5분, 10분 정도 짧은 시간을 활용해서 영어 자료를 듣고 보라고요. 긴 시간 공부하지 말고, 짧은 시간으로 쪼개서 반복하라는 뜻입니다. 즉, 이 말은 주구장창 아무 거나 들으라는 게 아니에요. 진짜 학습은 의도적인 반복에 포인트가 있습니다.


언어에 가장 민감한 시기인 초6~중2까지 중국 무협 영화만 수천 편을 봤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중국어를 지금도 그때도 한마디도 못 합니다. 만약 그냥 들어서 귀가 트였다면 지금 중국어를 좔좔 하고도 남겠죠. 아무 거나 틀어놓고, 아무 거나 듣는다고 귀가 트이지는 않습니다. 우리처럼 철저한 모국어 환경에서 사는 경우에 외국어에 귀가 트이려면 같은 문장을 의도적으로 들릴 때까지 들어야 합니다. 입도 그냥 터지지 않습니다. 같은 문장을 적어도 100번은 말해야 내 입에 붙습니다


오늘 기사를 읽으면서 200% 공감했습니다. 외국어 공부는 어린 아이가 모국어를 습득하는 것과 똑같은 원리로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굳이 보탠다면 말하기를 기본 문장부터 철저하게 연습하는 것이지만, 기본 원리는 잦은 노출, 맥락에서의 이해, 지속적인 자극입니다.


이 원리는 사실 외국어뿐 아니라 모든 공부에도 해당됩니다. 공부는 결국 의도적인 반복 학습입니다. 이게 지속돼야 공부를 잘할 수 있습니다. 이건 모든 과목의 모든 공부에 똑같이 적용되는 비밀이라고 말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평범한 진리입니다. 그래서 거의 모든 공부법 책에서 이런 원리를 똑같이 말합니다.


공부법 책 50권을 읽고 "초등 공부, 스스로 끝까지 하는 힘"을 썼습니다. 저뿐 아니라 모든 공부법 책에서 진득한 반복 학습을 강조합니다. 내 귀에, 내 눈에 익을 만큼 충분한 되새김이 학습의 핵심이라고요. 이 과정에서 모르는 부분을 완벽하게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의 진짜 비밀이고 말입니다. 여기엔 그 어떤 식의 반칙도 없습니다. 그저 묵묵히, 최선을 다해, 끈기 있게 해나가는 것 말고는.  ... 그런데도 사람들은 공부머리를 타고나는 재능쯤으로 압니다. 그게 공부머리를 만드는 진짜 공부인데 말이지요.


출근하면서 애니메이션 라푼젤을 100번 듣고 100번 말하기를 따라해 보았습니다. 매일 한 것도 아니고, 매일 이것만 한 것도 아닙니다. 그저 아침 시간을 조금씩 쪼개서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달라졌습니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던 문장이 신기할 정도로 횟수가 늘어갈수록 점점 들어오게 됐습니다. 연음이 난무하는 빠른 영화 대사가 들리게 된다는 게 참으로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토익 시험을 준비하다가 보니, LC 파트를 들을 때 어느 순간 성우의 말이 느려지는 느낌이 들었다는 겁니다. 분명 읽어주는 속도는 똑같을 텐데도 왠지 모르게 천천히 정확하게 읽어준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귀가 트여가고 있다는 뜻이지요. 신기하고 놀라웠습니다.


지금의 문제는 단어를 잘 모른다는 것. ㅠㅠ 우리가 백색왜성 같은 천문학 용어를 보면 한국어여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 것과 똑같지요. 결국 영어를 독해까지 잘하려면 단어도 공부해야 하고, 문장도 꾸준히 읽어야 한다. 당연히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 말고 또 무엇이 있을까요. 모국어로 24시간 노출돼 있는 우리에게.


영어공부법 파트를 쓰면서 꼭 한 번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그게 진리라는 것은 머리와 이론으로는 알지만, 직접 경험해봐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만하면 괜찮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남은 건 단어가 상황에서 저절로 이해될 만큼 매우 많은 문장에 자주, 의도적으로, 반복해서 노출되는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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