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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eri Aug 19. 2016

세대 갈등, 청년들의 헬조선

KBS명견만리 책을 읽고


'헬조선'과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온도차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71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언제부터인지 우리 내부에서는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잘못된 풍조가 퍼져가고 있다. 우리의 위대한 현대사를 부정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지적한 '대한민국을 비하하는 신조어'란 헬조선을 뜻하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왜 한국이 헬조선으로 불리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어려움에 공감해야 할 대통령이 꼰대처럼 청년들을 꾸짖은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 대한민국


박근혜 대통령의 말처럼 우리나라는 살기 좋은 나라일까? 과연 '헬조선'은 의지가 박약한 청년들만의 문제일까?


 삼성경제연구소의 <저출산 극복을 위한 긴급제언>(2010)은 2100년에 한민족 인구가 절반으로 줄고, 2500년에는 인구가 33만 명으로 줄어 장기적으로는 소멸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다. 뿐만 아니다. 2009년 유엔미래포럼에서 발간한 <유엔미래보고서 2>는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해 2305년이 되면 한국에는 남자 2만 명, 여자 3만 명 정도만 남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6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 인구문제연구소가 뽑은 '지구 상에서 제일 먼저 사라질 나라' 또한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에서는 현재 급격한 고령화와 낮은 출산율 문제가 동시에, 매우 빠른 속도로 발생하고 있다. 출산율은 세계 224개국 중 하위 20개국 안에 들 정도로 심각하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하면, 저출산 + 고령화가 지금 추세로 이어지면 2033년 국가재정 파산 위기가 오고, 2060년에는 잠재성장률이 0.8퍼센트로 떨어진다.


 이러한 심각한 변화는 청년세대가 줄어들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왜 박 대통령이 말한 살기 좋은 나라,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아무도 아이를 낳아 기르지 않는 것일까? 대한민국에서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청년'들이 어떤 문제를 초래할까?




꿈이 없는 청년들의 나라, 일본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일본이라는 교과서가 있다. 우리나라보다 빨리 청년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된 초고령사회 일본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일본의 많은 청년들은 꿈이 없다. 청년들이 기성세대가 이룬 성장을 이어갈 수 없게 되자, 꿈을 꾸고 미래를 계획하는 것이 무의미해졌다. '노오력'을 안 해서, 의지가 박약해서, 열정이 없어서 청년들이 무능해진 것이 아니다. 취업이 안되니 결혼을 못하고, 결혼을 할 수 없으니 아이를 낳을 수도 없다.


도심 공동화가 진행된 일본의 다마 신도시

 도쿄 도심에서 불과 40분 거리에 있는 다마 신도시는 빈 주택이 늘어가는 도심 공동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때 도쿄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가득했지만, 요즘은 빈집이 늘어 유령도시를 방불케 한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대부분이 혼자 사는 노인이다.


 일본의 부동산 버블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집값을 감당할 수 없었던 청년들이 집을 사기를 포기했다. 한 때 5배~10배 가까이 뛰었던 주택 값은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내려갔지만, 이제는 저출산으로 인해 집을 살 청년이 없다.


 일본 정치인들은 청년 복지와 어린이 수당 등의 미래세대 복지 혜택을 재정 부족을 이유로 계속 미뤄왔다. 노인 복지에서 미래세대 복지로 이행해야 한다는 주장은 1990년대부터 논의되었지만, 정치인들은 수적으로 적은 청년층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투표율이 높은 노령자 우선 정책을 폈고, 그 정책이 경제 불황을 부추겼다.


 최근 일본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 인구정책은 골든타임이 있다. 인구정책의 타이밍을 놓치면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지게 되고, 이후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도 효과가 미미하다. 일본 정부는 청년이 사라지는 인구구조가 사회 유지와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점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일본의 실수를 되풀이하는 한국


 일본은 현재 인구정책의 타이밍을 놓친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의 정책 방향은 과거 일본의 실수와 매우 닮았다. 서울시의 '청년 수당' 지급을 두고 정부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2016년 대한민국은 생산가능 인구가 정점에 도달하고, 2018년 인구절벽을 맞게 된다. 미래세대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복지 정책을 수정하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가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정치인들은 알까?






Reference


<명견만리>, KBS <명견만리> 제작팀, 인플루엔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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