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ne Gray Mar 08. 2024

왜 외국어 실력이 이렇게 안늘까?

이제 프랑스에서 유학을 하고, 불어를 배운 지도 만 5년이 다 되어간다. 'Hello, how are you?' 조차 모르던 처음을 생각하면 그래도 어찌어찌 석사도 졸업하고 박사과정도 하고 있으니 불어 실력이 하나도 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여전히 나는 언어 때문에 고통받고 괴로워하면서 산다.


유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언어 실력은 왜 이렇게 늘지 않을까?


매일 그런 고민에 휩싸여 반 포기를 하다가, 반짝 좋아졌다가, 또 고통받기를 거듭하던 와중 미국에서 박사를 마치고 조교수를 시작한 어느 유튜버의 영어 공부에 대한 훌륭한 조언을 듣고서 머리에 띵-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녀는 미국에 살면서 석사, 박사를 하다 보면 전공 공부하고 연구하기도 바빠서 어느 순간부터 영어 공부를 등한시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미국에 살아도 하루종일 영어 한마디 안 하고 사는 날도 많아진다고 했다. 헉. 내 뼈를 때리는 말이다. 나도 매번 아 실력이 안는다, 어렵다, 그런 말만 하고 있었지 어느샌가부터 시간을 따로 두고 진득하게 불어공부에 매진하는 날이 점점 줄어들었다. 최근 몇 달을 돌이켜보니 아예 불어를 공부한 기억이 없기도 하다.


그녀는 이어, 영어를 잘하려면 시간을 많~이 쓰는 수밖에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또 그 시간을 많이 쓰는 것이 단순히 수동적인 학습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귀에 쏙쏙 박히는 레시피 사례로 설명을 해준다. 많은 학생들이 자기가 단어들은 다 알고 있는데 왜 완성된 문장형으로 말이 안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질문을 한다고 한다. 그녀는 이 질문에 우리가 소고기, 간장, 고추를 각각 안다고 해서 장조림을 만들 수는 없잖아요? 라고 반문한다. 장조림을 만들려면 레시피를 알아야 하고 레시피대로 많이 만들어봐야 맛있는 장조림을 만들 수 있지 않냐고. 언어도 똑같다고 조언한다.


난 이 유튜버의 설명이 정말 언어 공부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내 지난 5년을 돌이켜보니, 내가 얼마나 게으르고 수동적으로 언어 공부를 했는지, 또 잘못된 방식으로 학습을 하면서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한탄하고 있었는지 이제 제대로 보인다. 내가 그간 잘못된 방식으로 학습해 왔던 몇 가지를 적어보고 대책을 마련해보려고 한다. 지금 공유하는 내용은 중급 수준 이상의 실력이지만 그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거나, 읽고 쓰기는 무난하지만 말하기와 듣기가 상대적으로 더 부족한 사람들에게 해당이 될 것 같다.






1. 언어 학습에 투입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한국에 살든 외국에 살든 생업이 있으니 언어공부에 시간을 많이 쓰는 게 어려운 일인 건 사실이다. 그래도 이것만큼은 많은 사람들이 지름길이 없다고 하니, 돈 아까워서라도 운동 가듯이 어느 정도 강제력을 줘서 학습 시간을 늘리는 게 필요할 것 같다.


특히, 단순히 이동 중에 팟캐스트를 듣거나 쉬는 시간에 외국어로 된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는 것 말고, 수학 공부하듯이 집중해서 언어 공부를 하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몇 번이고 다시 들어보고, 입으로 따라 하고, 머리로 암기하고, 표현을 확장시켜 보면서 전투적으로(?) 공부하는 시간이 하루 1시간 이상 있어야 할 것 같다.



2.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단어를 암기하는 것을 멈췄다.

중급 실력 이상이 되면 기존에 알고 있는 단어들로도 어떻게 대충 짧은 말이라도 할 수 있으니, 더 이상 새로운 단어나 표현을 암기하는 노력이 줄어들게 된다. 1번 문제와 맞물려서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려나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스피킹 수준이 더 이상 늘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리스닝이 안 되는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진다.


배경지식이 있는 주제를 외국어로 들으면 거의 잘 들리는데, 배경지식이 없거나 갑자기 화두가 바뀌면 리스닝이 안 되는 것은 결국 알고 있는 단어와 표현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다시 꼬박꼬박 하루에 몇 단어씩이라도 암기하도록 해야겠다.



3. 하루에 외국어로 소리 내어 말하는 문장이 거의 없거나 매우 적다.

이 문제는 유튜버가 말한 것처럼, 단어를 알아도 그 단어를 실제로 조합해서 사용해 본 적이 없으면 스피킹이 늘지 않는다는 전형적인 사례다. 아마 이 스피킹 문제에 대해서는 대화할 상대가 없어서 고민하는 경우가 매우 많을 것 같은데, 외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더라도 매일매일 내 대화 상대가 되어 줄 원어민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특히 나처럼 낯을 가리고 사람 만나는 걸 별로 즐기지 않는다면.


그나마 내가 효과를 본 방법은 혼잣말 하는 방법, 그리고 스크립트를 외우는 방법이었다. 확실히 내가 머릿속으로 문장을 만들어보고 혼잣말로 연습을 해 본 적이 있거나, 스크립트에서 외운 기억이 나는 문장은 실생활에서 원어민들과 대화할 때 바로바로 튀어나오는 경험을 했었다. 특히 복잡한 주제에 대해서 장문으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경우는 간혹 내가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서 말을 못 하는 건지 아니면 언어실력이 부족해서 말을 못 하는 건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미리 생각을 해보고 혼잣말로 연습을 해 본 주제라면 훨씬 매끄럽게 스피킹을 할 수 있다. 그러니 그날그날 새로 외운 단어는 몇 가지 문장으로 구성해서 입으로 중얼중얼하는 연습을 매일 해야겠다.






사실 불어를 배운 지 4년 즈음되었을 때만 해도, 아직 배운 기간이 얼마 안 되니까, 20대 후반에 머리가 다 굳은 채로 외국에 나왔으니까 하며 언어가 늘지 않은 것에 대해서 합리화를 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한다. 저 언어 공부를 너무 게으르게 해서 5년을 유학하며 배웠는데도 불어 실력이 엉망진창이에요.


이게 그간 내가 회피하고 숨기고 싶었던 진실이다. 이제 보니 나는 유학을 하면서도 언어 학습을 정말 게으르게 한 게 맞다. 그러니 실력이 안 늘고, 그러니 못 하는 거다. 더불어 불어를 배우면서 영어가 점점 망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 나는 그 어떤 케이스보다도 외국어 학습에 열을 올려야 하는 상황인데, 그냥 그냥 대충 정도의 실력으로 왜 안늘지? 왜 안늘지? 하며 스트레스만 받으면서 지내왔던 거다.


한국어 아예 쓰지도 말고, 한국 사람도 만나지 말고, 한국어 콘텐츠도 보지 않으면서 살아야 한다고 조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나한테만큼은 지속 가능성이 너무 떨어지는 방식이자 삶의 퀄리티를 크게 훼손하는 거라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앞의 3가지 방법을 열심히 해도, 한국어를 못 끊어서 외국어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 뭐. 긴 박사과정, 언어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멘탈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일단 방법을 바꿔서 해보는 걸로.













매거진의 이전글 초보러너의 러닝 경험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