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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비 May 02. 2019

보고 싶은 것만 보았다

보고싶은 것만 보는 삶과 보고싶지 않은 것'도' 보는 삶. 보이는 것만 보는 삶과 보이지 않는 것을 '목격'하는 삶.

다른 궤를 그리면서도 접점에서 만나는 삶의 방식에 대해 생각했다. 


시작은 어느 고양이 카페를 방문하고 난 뒤 부터였다. 

그 고양이 카페는 조금 독특했는데, 100평이 넘는 카페 부지에 수십마리의 고양이가 

안팎을 누비며 살고 있었다.


활짝 열린 문을 넘나들면서 날쌔게 달리기도 하고 구석진 은신처에 몸을 말고 곤히 자는 녀석도 있었다.

몇 마리나 되려나 눈에 보이는 놈들만 세어봐도 거진 이십은 넘었다.  


유난히 볕이 좋은 날이었다. 여름을 앞둔 시기였고, 지는 해는 유독 뜨겁게 타올랐다. 

고스란히 볕이 내리쬐는 나무 데크에 고양이 서너마리가 늘어져 털 사이사이마다 볕을 담아내고 있었다. 

고양이는 대부분 아름답다.

대부분의 고양이는 아름답다.

다른 생명체의 미추를 판단할 수 있는 자격을 누가 준 건 아니지만

나에게 고양이는 대체적으로 아름다운 존재다.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겠지만.

하나같이 제각각의 생김새를 갖고 있는 고양이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오전에 허탕친 일정도 무리하게 하이힐을 신고 나와서

발 여기저기 아픈 것도 괜찮았다. 별 것 아니었다.

길고 짧고 복슬복슬하고 까슬하고 부드러운 털을 가진

이 작고 말랑하고 부드럽고 예민한 생명체 덕분에.

귀가 멀쩡한 녀석은 거의 없었다. 조금 찢겨있거나, 잘려있거나, 제법 멋진 흉터를 가진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눈을 마주치고 가만히 있다가 카메라를 들이밀고 조금 귀찮게 했다가

다시 멀리 떨어져 다른 녀석을 괴롭히다가(사진을 찍다가)

다시 자리로 돌아오고.

마당을 뛰어다니는 녀석들 중에서 절반 정도의 고양이들이 콧물과 재채기를 달고 있었다.

스탭은 간절기다보니 감기 걸린 아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어떤 아이는 귀에 피부병으로 보이는 반점이 여럿 있었다. 

눈곱을 잔뜩 달고 다니는 고양이도 여러 마리 있었고

쉴 새 없이 재채기를 하는 고양이도 있었다. 

천적이 없는 환경에서

안전한 먹이를 정기적으로 제공받고

원하면 따뜻하고 푹신한 잠자리에서 얼마든지 잘 수 있는 곳.

케어까지 바라면 너무 큰 꿈인가요?


카페에 있는 동안 여러 개의 이동장이 우르르 빠져나갔다가 다시 우르르 들어왔다.

병원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했다.

기형으로 태어난 아이는 이 곳이 아니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공간이 존재하는 의미를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다만 

내가 만족하는 수준과 다른 사람이 만족하는 수준이 다르고 

공간을 만든 사람의 의도와 내가 만족하는 방향이 다르고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목적이 달라 크고 작은 이야기가 발생한다.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이야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보여지는 것 만을 볼 것인가

혹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 할 것인가


숨겨진 것들을 목격할 것인가

드러난 것들만 볼 것인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귀엽고 복실복실한 고양이 사진만 보고 뒤로 돌아간다 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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