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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비 Dec 21. 2015

왜 결혼했어요?

오늘 입을 옷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만난 것 처럼 우리는 비슷한 옷차림으로 마주보고 웃었다. 2년 만이었다. 당신이 결혼을 하던 날이 바로 그 2년 전이었다. 흰 드레스에 곱게 분한 얼굴. 동그랗고 빵실한 미소를 짓던 당신은 수줍은 새색시였는데, 2년 후의 당신은 배가 볼록 나온 여유로운 유부녀의 모습으로 내게 미소를 건넸다. 

하지만 여전히 소녀스럽고 상큼한 당신이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볼록한 뱃속에 경이로운 새 생명을 품고 있다는것 뿐. 굉장히 큰 변화였지만, 막상 당신이 변한 건 없었다.

묻고 싶었다. 결혼하는 사람에 대해서, 결혼하자 마음먹은 계기에 대해서. 결혼이라는 것이 어떤 다가옴이었는지. 당신 말고는 물을 수 있는 사람이 마땅치가 않더라. 삼 개월 연애하고 삼 개월 결혼준비, 만난 지 육 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한 당신에게 묻고 싶었다. 언니, 결혼하기로 결정했을 때 말이에요. 어땠어요? 어떤 기분이었어요? 왜, 다들 그러잖아요. 아, 이 사람이다 싶었다고. 정말 그래요? 언니가 까르르 웃더니, 언니는 웃음소리도 맑고 곱다. 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밝고 명랑한 웃음소리. 그 웃음소리가 끝난 후, 상큼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뭐, 정말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보통은 안 그럴거야. 그냥, 이 사람이면 나쁘지 않겠다 싶어 결혼한 사람이 더 많을걸? 

케이크에 와플에 마카롱까지 달다구리를 잔뜩 시켜놓아 번잡한 테이블에 팔을 괴고, 언니가 말을 이었다. 그게, 생각보다 큰 문제는 아니더라고. 물론 인생에 있어서 꽤 중요한 선택인 건 맞지만, 잘못 골랐다 싶으면 나중에라도 무를 수 있는거잖아? 여기서 한번 더 까르르 하고. 정말 나쁜 사람, 아니 나쁜놈만 아니면 사람은 다 비슷비슷 해. 그런데 그 중에서 너랑 제일 잘 맞는 사람을 찾는거지. 그 사람의 단점을 견딜 수 있는지, 그 사람은 네 단점을 견딜 수 있는지. 단점이 없는 사람은 없어, 다만 서로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거야. 

얇은 입술로 포근한 미소를 짓던 당신. 결혼하니까 너무 좋아! 진작 할 걸 그랬어! 라며 까르르 웃던, 아직 마냥 언니 같은데, 내년에는 당신이 엄마가 된다니. 어떤 이름이 좋을지 모르겠다며 미간을 찡그리던 당신. 건강한 아가와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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