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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야 Oct 27. 2021

나는 그냥 내가 좋은데...

내 존재 자체만으로 빛을 낼 수 있는 '나'

가끔 나는 내가 싫어질 때가 있다.

누구나 그런 건가? 아님 나만 유독 그런 걸까?


내 최애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나오는 장면 중에 상훈(박호산 분)과 기훈(송새벽 분)이 하는 대화 중 상훈의 대사가 생각이 난다.


상훈 : 나는 그냥 내가 좋은데..


상훈은 거래처로부터 뇌물을 받고 회사에서 퇴직을 당했다. 퇴직금은 예전 녁에 날려 와이프에게 쫓겨나 노모의 집에 얹혀산다. 거기에 사업 구상차 사람들 만나 마실 커피값이나 벌어 보겠다고 딸 결혼식 축의금을 삥땅 치다 걸려 망신당하고도 아무렇지 않게 사는 50대 중년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상훈은 자신이 그냥 좋단다. 이 드라마를 족히 10번은 더 봤지만 아직 상훈의 감정선은 나로서는 잘 파악되질 않았다.

나와는 다른 부류의 사람이구나 정도..


내가 (이런 형편없는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좋을 수 있을까?




비 오는 어느 날,

나는 다시 내가 싫었고 자신이 싫어질 만큼 주어진 내 상황들이 답답해 차를 끌고 나왔다.

나의 펜트하우스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마저도 나의 마음을 달래주지 못했기에 더 높은 곳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찾은 곳이 대전 대동에 위치한 하늘 공원이었다.

통영의 동피랑 마을만큼은 아니지만 작은 골목골목이 정겹고 삶이 묻어 나는 곳이었다.

나는 정상 가까이가 아닌 정상에서 먼 곳에 주차를 해놓고 우산을 쓰고 한 발 한발 오르기 시작했다.

우산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마음 하나가 내려앉았고,

우산으로 떨어진 빗방울이 땅에 튕겨져 나가는 소리에 마음 둘이 내려앉았다.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 우산 손잡이를 돌려가며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음을 알았다.


별거 아니었네.

수많은 집들과 아파트, 그리고 나처럼 사는 사람들의 일터...

너무도 뻔한 깨달음이겠지만, 저 조그만 공간에서 아등바등, 초라하고 뭐시기고는 다 하찮은 감정들이구나 싶었다. 단지, 이 뻔한 깨달음은 왜 내 눈에 보여야만 깨달아지는 건지...

대전 시내를 내려다보며 다짐했다. 

내가, 내 짧은 사고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들이 틀릴 수 있음을, 내 좁은 시야로 보는 것들이 전부가 아님을 인정해야겠다고, 


어느덧 비는 그쳤고, 나의 꼬인 마음도 풀렸다.


그 후로도 나는 한참을 나를 좋아했다가 싫어했다가 그렇게 살았다. 아니, 지금도 그렇게 일상을 산다.

그리고 최근에 다시 하늘 공원을 찾았다.

수많은 조명들이 반짝이며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전혀 초라하지 않은 모습으로 비추고 있었다.

때론 내 모습이 초라하더라도, 답답하더라도, 나는 수많은 작은 공간들 중의 한 곳이더라도 내 존재 자체만으로 빛을 낼 수 있는 '나'인 것이다.

수많은 것들 중 나이기에 나는 내가 그냥 좋은 것이다.


(이 글을 발행하기가 부끄러울 만큼 아주 사소한 나의 감정 이야기이기에 맥락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난.... 그렇다고... 하고 싶은 글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가진 실력이라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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