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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툐툐 Jun 30. 2021

방어기제

여전히 생각도 감정도 많다. 정도 많고 감수성도 풍부하다.

단, 이제는 그것들이 두둥실 나한테 머물러 왔을 때, 

한 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이것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 

뭉탱이들을 어떻게 해서든지 끄집어내서 정리하고 버리기를 반복했다.

글로든 말로든 다 해보면서, 나를 컨트롤하는 능력을 키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소용돌이에 내가 잡아먹힐지도 모르니까. 


절실했다. 

그렇게 나는 글을 꽤 쓰고, 말도 쫌 하고, 스케줄을 잘 짜고, 정리를 잘하는 사람이 되었다.

일 할 땐 INTJ, 일상에선 ISFP 성향을 발휘하는 희한한 성격을 갖게 됐다.


하지만, 내가 편하려고 솔직했다가, 상대에게 상처 주는 실수도 했을 것이다.

표현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후천적으로 키웠으니 서툰 점이 아직 많겠지.

나를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였을 뿐인데, 그 실수가 누군가에겐 상처가 된다.

하지만, 거꾸로 말하면, 어떤 사람의 방어기제가 나에게 상처가 된다. 


누군가는 날 것을 드러내야 직성이 풀리고, 

누군가는 안에 깊숙이 숨겨놔야 편할 것이다. 


단지 각자를 지키려는 건데, 오해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 너를 공격하려는 게 아니고, 상처 주려는 게 아니고, 

그냥 나를 보호하려고 그러는 거야.’


아끼는 사람의 방어기제를 서로 알고 있을까. 

이해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건 아닐까.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방문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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