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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Nov 14. 2018

2018 J-Connect Day 후기 - 1

Day 1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주최한 2018 J-Connect Day에 다녀왔다. 제주에서 삼일을 보내고, 제주에서 서울로 그리고 다시 서울에서 내가 살고 있는 강릉으로 왔다. 빡센(?) 스케줄 덕분에 몸은 힘들었지만 뇌는 섹시해지고 가슴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삼일 동안 무엇을 배웠을까? 


제주에서 보고 느끼고 적은 것들을 이 후기에 다시금 옮겨내어보려고 한다. 참고로 탈고는 없다.(?)


2018 J-Connect Day



2018 J-Connect Day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로컬 크리에이터 50인을 비롯하여 해외 크리에이터, 일반 참여자들과 함께 한 3일간의 축제였다. 모더레이터로는 연세대 모종린 교수님, 런던대학교 김정후 박사님,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전정환 센터장님이 함께했다. 


50인의 크리에이터카드


Day 1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우리는 로컬 크리에이터입니다.


첫날은 키노트를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제주로 날아온 로컬 크리에이터들 간의 사례발표와 네트워킹 그리고 특정 주제들의 패널토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키노트 #1]

지역 혁신가들의 실천, 학습 커뮤니티의 장을 열며


전정환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


첫 번째 키노트는 행사 취지와 아주 잘 어울렸다. 20세기, 우리에게 주어졌던 시대의 소명은 근대화였다. 그리고 근대화는 산업화와 민주화가 묶여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의 근대화와 산업화는 다양한 방면에서 마법을 만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기회의 편차를 매우 커지게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압축 성장의 성공방식은 1960년대 이후 약 50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소위 말하는 '정답'으로 통했다. 이렇게 성장하면서 우리는 변화하지 못하고 기존의 관성에 계속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와 벽들을 만들었다. 기업 육성의 전략은 탑-다운 방식을 통해 효율성이 중시되는 전략을 취했고, 지역의 개발 전략 역시 이에 따라 생산기지나 수도권 중심으로 옮겨갔다. 


우리나라의 성장 방정식과 밀레니얼의 사고방식


그러나 우리나라의 성공방정식이 21세기에는 더 이상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중국이나 동남아 등을 비롯해 다양한 fast-follower들이 부상하면서 우리가 그렇게도 집착하던 '효율성'에서 큰 이점을 가지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세대의 변화와 지역의 변화가 만나는 지점에서 미래가 열린다.


우리나라의 성장의 배경과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는 새로운 밀레니얼들이 지역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있다. 물론 아직은 소수이지만, 모든 것들은 작은 물결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아마도 그 변화의 과도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밀레니얼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을까?


2018년, 밀레니얼들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넘어서 일상의 위대함을 찾아 나서고 있다. 과거에는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직장 가서 돈 벌고 저축해 은퇴할 때 즈음 강남에 아파트 하나 장만하는 것이 괜찮은 삶이었다면, 지금은 다르다. 우리는 홍대, 상수동, 연남동, 을지로, 이태원, 해방촌의 골목길과 커뮤니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각자의 취향을 드러내고 삶에서 소중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찾는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는 어딜 가나 비슷하게 생긴 강남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사회의, 남들의 눈치 보지 않고 살고 싶다. '나'에 대해 조금 더 많이 생각하고, 내가 사는 지역과 만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모든 밀레니얼이 그렇지는 않지만, 적어도 제주에서 만난 사람들은 비슷한 결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제주도, Jeju Island


제주도에 왔으니 제주도 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 없다. 제주도는 크게 아래와 같은 시대를 겪었다. 처음에는 감귤사업으로 시작해 감귤나무로 자식들 대학을 보낸다라는 말이 있던 시기부터. 딱 나의 어머니 아버지가 신혼여행을 갔다 왔던 1970년대부터는 신혼여행지로 부상했다. 이후 최성원의 솔로 1집인 제주도의 푸른 밤이 발매된 1988년. 2004년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 NIS팀이 제주로 이주했다. 2007년 서명숙 제주 올레 이사장이 제주 올레길을 기획하고 만든 사건도 빼놓을 수 없다. 이후에는 이효리를 비롯한 셀럽들과 다양한 문화 이민자들이 제주로의 이주길을 만들었다. 제주의 창업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2015년 개소했다. 


감귤사업, 대학나무 (1965~)

신혼여행지, 돌하르방 (1975~)

제주도의 푸른 밤 (최성원, 1988)

다음커뮤니케이션 NIS팀 이주 (2004)

제주올레길 (서명숙 이사, 2007)

문화 이민자 이주 본격화. 이효리 (2011)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 (2015)


2010년을 기점으로 제주는 인구유출 상황에서 인구유입으로 전환이 되었다. 근 5년간 인구의 사회적 이동이 많았던 세종시를 제외하고 제주는 가장 많은 인구 순유입율을 기록했던 지역이다. 최근에는 월 1,000명 정도의 인구 순 유입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재미있었던 또 다른 통계는 '제주도 내에 동시에 머무르고 있는 인구수(2016년 기준)'이다. 제주의 상주인구는 66만 명이지만 체류인구가 18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제주의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다시 창조경제혁신센터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2015년 개소 이후, 제주 창업 생태계의 문제를 진단했는데 그 문제들은 요약하면 아래의 한 문장으로 설명된다.


"이전기업을 유치했으나 도내 인재 채용이 어렵고 기업들 간의 생태계가 결여되어 있어 성장이 정체되는 상황"


이러한 인식을 기반으로 센터는 제주 창업의 혁신 생태계를 만들자는 비전 아래, "새로운 연결을 통한 창조의 섬, 제주!"이라는 슬로건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중기부 소속인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국토부 소속의 도시재생지원센터는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2018년 초에는 <혁신 창업 생태계 조성 콜로키움>을 진행했고, 이후 4월 선한 의지를 가진 건물주를 발굴하고, 좋은 창업가들과 연결시키는 <리노베이션 스쿨 in Jeju>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사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제주의 베드라디오 1호점 옥림여관 프로젝트를 비롯해 전주의 좋아서 하는 건물주 프로젝트 등을 찾아볼 수 있었다. (책자까지 챙겨 왔는데 이 또한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작은 움직임들이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공공에서의 기존 성공방정식의 또 다른 한계는 부처 간 갈등이나 다양한 이슈들로 프로젝트나 정책이 리셋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산업 클러스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혁신 클러스터를 만든다고 했다. 로컬을 중심으로 한 혁신 클러스터는 커뮤니티와 점들을 연결하고 연결에 의해서 변화를 만드는 네트워크 경제이다. 어떠한 일들은 초기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3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면 네트워크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앞으로 로컬과 밀레니얼이 결합된 이 생태계는 어떤 네트워크 경제와 파급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전정환 센터장님의 키노트는 '우리가 여기에 왜 모였고, 앞으로는 어떤 정체성을 찾아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주는 느낌이었다. 창업가의 한쪽의 뇌에서는 내일의 생각과 기획 그리고 이상을 생각하지만 다른 한쪽의 뇌에서는 현실과 당장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한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이 오늘을 살면서도 내일을 생각하는 지금의 태도를 잘 지켜나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키노트#2]
: 지역의 정체성과 지속 가능한 혁신 생태계


런던대학교 / 한양대학교 특임교수 김정후 박사


도시사회 건축학자 김정후 박사님은 유럽의 다양한 케이스를 키노트 스피치에서 말씀해주셨다.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이야기를 기억하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하나, Inspiration vs. Motivation

핵심은 혁신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혁신이 어떤 영감과 동기에서 오는가이다. 영감은 모든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것인데, 영감과 동기는 같이 움직인다. 도시, 건축 디자인 대부분의 영역에서 그렇다. 


둘, 우리가 앞으로 보게 될 유럽의 사례들에서 사람은 어떤 역할을 했는가?


London Tech City Google Campus


첫 번째로 등장한 사례는 Tech City Campus London이다. 런던의 구글캠퍼스는 도심이나 빌딩 숲 사이에 위치해있지 않다. 아주 낙후된 지역에 들어왔다. 그렇다면 캠퍼스 런던은 어떤 영감과 동기에서 출발했고, 사람이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 


아래의 이미지를 보면 Tech City & Young People Platform이라는 말이 적혀있는데 여기서 'Young'의 의미는 우리가 생각하는 20대가 아니다. 20대를 포함해 10대까지도 아우르는 의미이다. 


(Source: Indiegogo)

캠퍼스 런던이 위치한 쇼디치 지역의 특징은 지역의 10대들이 길거리에 나와있다는 것이었다. 학교도 안 가고 어디 갈 곳도 없이 그저 길거리에서 하루를 보내는 10대들이 많다는 문제가 있었다. 캠퍼스 런던이 만들어지고 나서 이러한 10대들이 갈 곳이 생기고 지역주민과 교류하고 새로운 분야의 교육과 커뮤니티를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캠퍼스 런던은 런던 내 어느 지역에 들어가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는 냈을 것이다. 하지만, fund raising을 비롯한 재무적인 성과만이 아닌 '사람들이 얼마만큼 이 플랫폼에 합류했고, 하나가 되었고, 새로운 영감을 얻고 동기를 부여받았는가?'를 생각해본다면 어떨까? 


캠퍼스 런던은 지역의 가치를 존중하며 시간과 함께 성과를 만들어 낸 Tech City & Young People 플랫폼이었다. 


Tate Modern, London


테이트 모던은 버려진 화력발전소를 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사례이다. 사실 이제 버려진, 비어있는 공간을 무엇으로 바꾸었다는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떤 영감과 동기로 이루어졌느냐이다. 테이트 모던 안에서는 '어떤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현대미술관이지만 런던과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나와 산책을 하기도 하고, 캠핑을 하기도 한다. 전통적인 현대미술관이라는 공간의 역할과는 조금 다르다. 테이트 모던은 그래서 'Flexible Place'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테이트 모던에서 '어떤 행위'들을 기획하고 실행했을까?


테이트모던은 런던의 강남에 있고 다리를 건너면 강북과 연결된다.


런던은 강남이 못 살고, 강북이 잘 사는 동네다. 위 사진처럼 볼 수 있듯, 런던의 강남에 위치한 테이트 모던은 다리 하나를 앞에 두고 강북과 연결된다. 테이트 모던을 통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런던 강남의 지역주민들에게 새로운 문화와 경험을 제안하고, 지리적 특성을 통해 런던의 지역사회가 섞이는 현상을 만들어보고자 했을 것이다. 결국 지역의 가치를 존중하고, 이 지역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테이트 모던의 프로그램에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Battesea Power Plant

런던에는 테이트 모던보다 약 4배 정도로 큰 Battersea 화력발전소가 있다. 런던에서 혹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화력발전소 중 하나인 Battesea에 애플의 크리에이티브가 이전되고 있다. 미국 기업인 애플이 본사를 유럽으로 옮길 일은 없다. 그러나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애플이 새로운 사무공간과 캠퍼스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영감과 동기는 결국 그들의 태도에서 시작되었다. '지역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우리의 크리에이티브를 담겠다.'라는 담대한 말을 통해 어쩌면 그들은 대기업과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Station F, Paris


파리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인 파리 13구의 역사적인 건물을 재생하여 만들어진 스테이션 F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모이고 있는 곳이다. 작년부터 알게 된 지인들도 꽤 많이 스테이션 F의 엑셀러레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는데, 사실 그런 소식을 들으면서도 스테이션 F가 정확히 어떤 영감과 동기로 만들어진 공간인지는 잘 몰랐다. 


합리적인 수준의 렌트비와 여의도 공원 4배 크기의 면적을 가진 스테이션 F는 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없는 엑셀러레이팅 플랫폼이다. 건물이 구획이 나뉘어 있지 않아 '전체 스타트업 생태계를 한 지붕 아래에'를 목표로 내걸고 있는 점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현재는 3,000여 팀의 스타트업들이 입주해있다. 


파리, 프랑스, 유럽 그리고 전 세계의 크리에이티브를 한 공간으로 모으는 일은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이렇게 큰 프로젝트는 국가와 정책 차원에서 할 수 있을 텐데 어쨌든 마크롱 대통령의 프로젝트는 현재까지는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스테이션 F의 사례에서도 왜 '파리의 13 구인가?'와 같은 질문은 잊지 말아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





김정후 박사님의 키노트를 들으며 나는 참 많은 것들을 느꼈다. 영감과 동기. 듣다 보면 당연할 수 있지만, 지역에 내려와 실무와 커뮤니케이션에 치이다 보면 어느 순간 망각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영감과 동기, 사람의 역할 그리고 지역에 대한 존중은 나뿐 아니라 제주에 있던 크리에이터 모두가 지역으로 가지고 가야 할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잠깐 강릉 생각


유럽의 사례들을 보며 내가 살고 있는 강릉이라는 도시를 떠올려보기도 했는데, 강릉에도 아주 낙후된 동네들이 몇 있다. 그중 관심이 갔던 지역은 강릉이 가진 세 개의 재래시장 중 하나인 동부시장이다. 지금은 마치 홍콩의 뒷골목과 같은 비주얼에 좋지 않은 치안과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다만, 강릉역과 중앙시장의 사이에 위치해있고 도시재생 뉴딜 사업으로 선정된 옥천동에 위치해있다는 점에서 이런저런 상상들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사례발표 #1]

지역민과 이주민의 협업

: 옥림 여관 프로젝트


베드라디오 김지윤 대표 x 이광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김지윤 대표의 세션을 듣지 못했음.


1950년대에 건축된 옥림여관(Generation 1.0)/포레스트 게스트하우스(Generation 2.0) 건물을 재생하는 프로젝트였다. 옥림여관은 <리노베이션 스쿨 in Jeju>의 사후 프로젝트로 선의를 가진 건물주를 발굴하는 것부터 시작을 했다고 한다. 다만 건물주들의 경우에도 외부의 도움 없이는 재생이나 리모델링이 불가능한 상황들이 있어서 여러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과거 옥림여관의 모습 (사진 = 이광석님 페이스북)

이광석 CD가 정의한 문제는 '게스트하우스의 숙박 경험이 불편하고 위험하다.'라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큰 설명 없이도 동의하고 이해할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제주에서는 4~5만 원의 가격으로도 호텔에서 숙박할 수 있지 않은가. 이러한 문제를 '안전하고 편안한 합리적인 가격의 호스텔'을 솔루션으로 제시했다. 더불어 게스트하우스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Hospitality와 가성비를 차별성으로 말씀해주셨다. 


옥림여관 프로젝트의 목표고객은 1984-94년생, 여성, 나 홀로 여행객, 로컬 경험 선호, 커뮤니티 경험, 인스타그래머, 경제력 있는 등의 키워드로 풀이될 수 있는데 그들의 니즈에 맞춘 객실 공간(Dormitory, Pod, Room Type)과 소셜 라운지, 24시간 컨시어지가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문제와 목표고객 그리고 솔루션에서는 굉장히 심플하게 풀어냈으나 '고객이 와야 할 이유로 충분한가?'라는 고민의 포인트가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이에 대한 해답은 지역민에 있었다. 지역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호스텔이라는 스토리와 의미가 베드라디오 1호점 옥림여관을 더 기대할 수 있게 만들었다. 




포틀랜드 에이스, 시부야의 트렁크 그리고 홍대 라이즈호텔까지, 과거부터 현재까지 핫한 커뮤니티 호텔들은 로컬과 호흡할 수 있는 라운지를 만든다. 페이스북에서 여전히 '그래서 베드 라디오의 차별성으 무엇인가요?'와 관련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사례발표 때 말씀해주신 게스트하우스의 문제를 해결한다도 그중 하나가 될 수 있겠지만, 결국 그 차별성은 아직 볼 수 없다. 왜냐하면 내가 생각하는 베드 라디오의 진짜 차별성은 커뮤니티 호스텔에 모이는 사람들이 만드는 커뮤니티가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큰 자본이 제주를 비롯해 다양한 지역에 들어온다고 해도, 지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커뮤니티는 그 차별성을 무기로 경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례발표 #2]

지역민 3세대가 열어가는 새로운 가치

: 칠성조선소


와이크래프트보츠 대표 최윤성



강원도에 있으니 속초에 갈 때마다 종종 갔었던 칠성조선소의 사례발표도 이어졌다. 1952년도에 원산조선소로 시작된 현재의 칠성조선소는 원래 목선을 만들던 조선소였다. 이후 2세대인 최윤성 대표의 아버님이 칠성조선소로 이름을 바꾸었고 목선과 철선을 만드는 조선소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작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조선소를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고민 끝에 최윤성 대표가 '칠성조선소의 오래된 미래'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작년부터는 조선소 내에 과거에 가족들이 살던 집을 바꾸어 칠성조선소 살롱을 오픈했다. 살롱에서는 커피를 비롯해 다양한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속초의 풍경이 담긴 여러 사진들도 만날 수 있다. 더하여 현재는 칠성조선소 오픈 뮤지엄 또한 조금씩 공간을 확장하고 있는데 조선소의 과거와 현재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다시 김정후 박사님의 영감과 동기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속초라는 지역에도 조금 더 의미 있는 프로젝트인 것을 알 수 있다. 문화적 다양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지역에서 칠성조선소는 올해, 칠성조선소 뮤직 페스티벌과 칠성시네마 등의 새로운 해프닝들을 만들고 있다. 


칠성조선소 뮤직페스티벌 포스터, 이 때가 5월인데 라인업을 보시라.



이곳저곳에서 약간의 이야기도 들었는데, 직접 사례발표를 들으니 더 재미있었다. 속초는 설악산과 대포항 등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주로 리조트형 관광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인구는 8만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대학교가 없기에 청년 인구도 많지 않다. 칠성 조선소의 오래된 미래의 내일이 더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포커스 세션 #1]
투자자의 입장에서 본 지역 창업 생태계


디랩 벤처스 투자총괄/상무이사


창업투자와 공간 비즈니스의 페인포인트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많은 공간 기반의 비즈니스들이 특정한 페이즈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Phase 1: 문화기반 - 커뮤니티 - 공간

Phase 2: 생산, 유통 거점화, F&B, 서비스업, 레지던시&주거, 교육&커뮤니티, 시민 자산화


지역으로 갈수록 Phase 1의 사례들이 대부분이고 Phase 2로 진행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느꼈다. 


벤처투자자의 입장에서 현재는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대체투자나 해외투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안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가 PE(Private Equity)였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특히 국내 투자의 회수 평균 기간이 너무 길다. 국내 기업들이 IPO나 M&A까지 가기에는 평균 14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데 만약 내가 운용하고 있는 펀드가 10년짜리라면? 현실적으로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두 번째로 지원금의 형태와 직, 간접 투자를 비교했을 때 후자가 훨씬 성과가 좋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블록체인을 통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본 것도 재미있었다. Small Exit이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물론 기존에도 후속 투자를 받으면 회수가 가능하지만) 투자를 받은 기업들이 시리즈 A나 B단계에 올라섰을 때 블록체인 기반의 증권형 토큰을 발행하여 거래한다면 새로운 투자회수 채널을 만들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였다. 


마지막으로 혁신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는 메시지. 혁신은 사람 중심을 중심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는가 가 중요하다는 말을 해주셨다. 



[포커스 세션 #2]
지역의 변화와 로컬 미디어의 역할


재주상회 고선영 대표


 로컬이었을까


서울에서 여행 매거진 기자로 일을 한 고선영 대표는 자신이 가는 곳에서 콘텐츠를 찾아내는 일이 몸에 배어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말하자면, 이름난 여행지들의 뒷골목을 찾는 습관 같은 것이다. 그래서 <소도시 여행의 로망>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고 한다. 


마쓰나가 게이코의 <로컬 지향의 시대>라는 책에서는 로컬 지향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슬로 라이프를 통한 일과 삶의 균형 + 커리어 체인지

sns로 느슨하게 뭉치려는 경향.

조직의 소속감 < 개인-사회 간 거리

지역 간 차이가 줄어드는 ‘플랫화’


고선영 대표는 좀 더 건강한 삶을 꿈꾸며 보다 자연스럽게 살고 싶은 것. 그리고 삶과 일이 엄격하게 구분된 것이 아니라 매일의 삶이 나의 일이며 그 일이 가장 나다운 삶이 되는 라이프스타일을 꿈꾸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재주상회 이야기


콘텐츠그룹 재주상회는 2013년 설립하여, 2014년부터 리얼 제주 iiin (현재는 iiin 매거진)이라는 제주 로컬 매거진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이후 작가 에이전시와 전시/기업 브랜드 협업을 거쳐 현재는 인스토어를 론칭하고 브랜디드 콘텐츠와 제품을 기획 및 판매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서귀포시 사계리에 사계생활이라는 로컬 커뮤니티 공간을 오픈했다. 


2013 설립

2014 리얼제주인

2014 작가 에이전시

2014 전시/기업 브랜드 협업

2016 sueimijuju(?)

2016 인스토어 탑동 , 2018 인스토어 중문, 인스토어 제주맥주 

2018 로컬리지 설립 w/ 어반플레이 인스토어 사계


기업 및 브랜드 협업


재주상회는 제주시, 이니스프리, 에어비앤비, 카카오, 서귀포시청, 신라호텔 등 다양한 기업과 브랜드 협업을 진행했는데 이 부분이 재미있었다. 대표적으로는 문화비축기지의 정기간행물인 <비축생활>, 제주 레시피와 메뉴 개발, 제주 트레블 북, 이니스프리의 제주컬러피커 등이 있다. 외주작업을 한 셈인데, 회사 매출의 일정 부분을 하지하고 있지만 지속을 하다 보니 자체적인 고민이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외주작업을 줄이고 자체사업을 더 많이 하는 방향을 보여줄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편집숍의 시작 - 인스토어 탑동과 인스토어 중문


인스토어 탑동

2016년부터 재주상회, 청년 창작자, 여행자가 함께하는 소규모 커뮤니티 공간인데 다음과 같은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A. 책방

B. 전시관

C. 영상 콘텐츠 + 소리 콘텐츠,

D. 원데이 클래스 로컬리지


“제주에서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자!”라는 모토를 가지고, 한라산 소주로 만드는 칵테일 클래스나, 시장 도슨트 이희준님과 함께 하는 제주 동문시장 투어, 제주어로 시를 써보는 시간, 롱라이프디자인에 공감하여 디앤디파트먼트와 관련한 프로그램 등 그동안 다양한 기획을 만들어냈다. 


인스토어 중문

인스토어 중문에서는 제주로컬푸드와 1차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제품 라인업을 구성했는데, 로컬에서는 지역주민들이 상품 패키지나 브랜딩에 대한 니즈가 있어 재주상회가 가지고 있는 디자인과 브랜딩 경험을 녹여냈다고 한다. 



제주를 키워드로 한 디자인 굿즈 또한 만들고 판매하는데 제주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담은 굿즈들이 있다. 예를 들면 제주의 겨울에는 붉은 동백, 돌담, 감귤 등의 콘텐츠와 색을 담는 식이다. 주로 생산자 중심의 이야기를 하고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로컬 콘텐츠 기업의 지속가능성


재주상회 연표


2014 시작 > 2015 생존 > 2016 지속 >  2017 확장 > 2018 연결 > 20xx 확산


생존과 지속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iiin 매거진>을 빼놓을 수 없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걱정과 우려, 그리고 반대를 무릅쓰고 세상에 나온 제주의 로컬 매거진은 현재까지도 공공의 지원이나 후원 없이 판매로 자립하고 있다. 


<iiin 매거진> 이야기


자발적으로 판매처가 되는 공간들

2013년에는 제주도에 서점 수가 34개밖에 되지 않았다. 그나마 있는 서점도 학교 앞에서 참고서를 판매하는 것이 주력인 서점이라 <iiin 매거진>을 인쇄한 뒤에 '카페'와 같은 새로운 공간에 유통구조를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에야 여러 독립서점도 생겼지만, 처음에는 판매 채널을 서점에 한정 짓지 않고 새로이 만들었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다. 처음엔 아는 카페에서 매거진 판매를 시작했지만, 다음번에는 판매처가 100곳으로 늘어나 제주에서의 매거진 판매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iiin 매거진을 팔고 싶어 하는 공간들이 자발적인 판매처가 된다니, 뿌듯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입경로와 설문

iiin 매거진 판매의 경우 서울의 대형 유통사를 통해 판매되는 것이 약 50% 그리고 나머지 50%는 제주에서 판매된다. iiin 매거진 구독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재미있는 결과들이 많았다. 실제로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보다 독립서점에서 더 많은 판매비율을 보였고, 표지를 비롯한 매거진의 디자인이 예쁘지만, 예뻐서만 매거진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제주 정보를 얻기 위해 구매하는 비율이 많았다는 것들이 있다. 


팔리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


재주상회는 ‘재미있는 콘텐츠’, ‘가지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 콘텐츠는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 되게 재미없게, 못생기게 만들어 놓고, 좋은 내용이니까 알아줘라고 하는 건 안된다. '멋지거나 예뻐서 샀는데 내용도 너무너무 좋아서 홀딱 반했어!' 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로컬 콘텐츠의 역할


로컬 콘텐츠란? 



콘텐츠 제작자(큐레이터/크리에이터)에게,

콘텐츠 구매자에게,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야 한다. 



로컬 미디어의 역할


로컬 미디어는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고, 새로운 제작 방식과 지역의 긍정적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공공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로컬 미디어는 결국, 공공성을 추구하지 않으면 수익성을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로컬 미디어의 가치


진정성을 바탕으로 혁신과 창조의 과정을 통해 '로컬 정체성'을 찾는다.

누구나 흔쾌히 동의할 수 있는 것이 지금 시대의 '로컬 스타일'이 아닐까.




재주상회는 로컬 비즈니스, 혹은 로컬 미디어의 어떤 모델을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로컬 미디어로 시작하여 인스토어(로컬 콘텐츠, 프로덕트 편집샵) 그리고 자체 브랜디드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까지. 세션 내용도 공감을 많이 했지만 로컬 미디어와 로컬 콘텐츠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방향성이 있다는 것이 가장 와 닿았다. 





이렇게 2018 J-Connect Day 첫째 날의 후기가 길어질 줄은 나도 몰랐지만, 언젠간 이 글을 다시 보며 그때 느낀 것들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도 사람을 닮은 지역의 변화를 꿈꾸며 점들을 잇고 원을 그리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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