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다시, 아프리카
올해 3월, 처음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했을 때는 낮에는 해가 쨍쨍이지만 그늘 아래 서면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그런 날씨였다. 이곳에서 아무리 퍽퍽한 생활을 하고, 온갖 사기를 당해 이 나라를 지긋지긋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여지없이 만족하는 부분은 바로 이 온화한 날씨였다.
“다른 건 몰라도, 아디스 날씨는 세계에서 제일 좋은 거 같아.”
그렇다면 ‘다른 건’ 어떨까.
이곳에 와보지 않은 사람에게 에티오피아라는 나라 이름을 들었을 때 직관적으로 드는 생각은 뭘까?
전 직장을 통해 에티오피아를 포함해 아프리카 일부 국가를 몇 차례 방문해본 나로서는, 에티오피아에 산다면 어느 수준의 생활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측치가 있었다. 가난에 대해, 열악한 생활환경에 대해, 사람들에 대해, 그래도 생각보다는 소소한 행복을 느낄만한 조건들에 대해.
하지만 출장으로 잠시 들른 것과 이곳에 정착하고 매일의 일상을 살아내는 것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나는 머릿속 구석 어딘가에 밀어뒀던 것 같다.
아침저녁으로 두 번씩, 1킬로미터 정도를 매일 걷는다. 집에서 직장까지의 길이다. 그 거리 위에서, 가난의 여러 모습을 본다. 두리번거리며 굳이 찾아내려 하지 않아도, 스치는 모든 풍경에서 가난이 읽힌다.
팟홀(pot hole)이라고 하는 도로 위 푹 꺼진 구멍을 요리조리 피해 걸으면서, 시커먼 매연을 풍풍 뿜으며 지나가는 오래된 택시 뒤꽁무니에서, 짓다 만 건물 앞에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에서…
같은 길을 매일 4개월 동안 걷다 보면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나를 툭툭 건드리는 장면들이 있다. 어떤 말과 글로 표현해야 할지 조심스러워지는, 생각을 끄집어 내 정리해보려 할수록 더욱 착잡해지는 그런 장면들.
이곳의 생활이 불편해서 불평을 하다가도 이곳 사람들을 스치듯 보며 숙연해지는 여러 순간들이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 들어갔을 수 있음을 미리 밝히며, 아디스 아바바 생활자로서 이곳에서 보고 느낀 가난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보려 한다.